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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외국시

프란시스 윌리암 버어딜론 - 사랑이 끝날 때

사랑이 끝날 때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 프란시스 윌리암 버어딜론
(Francis William Bourdillon)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낮은 하나뿐
하지만 밝은 세상의 빛은 사라진다
저무는 태양과 함께

마음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가슴은 하나뿐
하지만 한평생의 빛은 사라진다
사랑이 끝날 때에는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And the day but one;
Yet the light of the bright world dies
With the dying sun.

The mind has a thousand eyes,
And the heart but one:
Yet the light of a whole life dies
When love is done.



*

저는 이 시를 중학생 때 알았는데 그때는 별 유치한 연애시가 다 있다 했다그런데 정말 사랑이 끝날 때, 비로소 이 시가 천하에 둘도 없는 명시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평생의 빛이 사라지는 그 느낌... 사랑이 끝날 때에는 정말 그렇더군. 절망이나 슬픔과 같이 단순한 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바로 그 감정.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졌다는, 그래서 사랑은 보랏빛인지도 모르겠다.

보라색이 의미하는 '고귀함, 숭고, 희생' 등등의 의미가 된 까닭은 옛날 자연에서만 염료를 구할 수 있던 시절에는 천연적인 염료 중에 보랏빛을 만들기가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란다. 심해의 깊은 속에 사는 조개에서만 구할 수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귀족들의 옷을 염색하기 위해 조개로부터 보랏빛 염료를 채취하려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기 때문에 보랏빛에는 '희생'의 의미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사랑이 끝날 때, 마음엔 빛이 사라진다. 그리고 세상은 모든 색을 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