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

- 김형영

별 하나 아름다움은
별 둘의 아름다움,
별 둘 아름다움은
별 셋의 아름다움,
별 셋 아름다움은
별 여럿의 아름다움,
별 여럿 아름다움은
별 하나의 아름다움,

별 하나 별 둘 어우러지고
별 둘 별 셋 어우러지고
별 셋 별 여럿 어우러지고
별 여럿 별 하나 어우러지고

아름다운 하늘의 별
어느 별 하나
혼자서 아름다운 별 없구나.
혼자서 아름다우려 하는
별 없구나.

출처 : 김형영, 다른 하늘이 열릴 때, 문학과지성사, 1987


*

세시(歲時)에 받은 일지(日誌) 중 세모(歲暮)가 되어 들춰보면 아무런 메모나 기록 한 줄 없이 말끔한 날들이 있다. 중도에 찢겨나간 일지도 있고, 낙서로 가득한, 지금은 누구에게 무슨 일로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전화번호가 적힌 일지도 있다. 살다보면 의미로 가득한 하루가 있고, 기억조차 없는 하루도 있지만 그 하루 없이는 1년, 365일은 채워지지 않는다. 연말연초, 1년 365일이 모두 하루 24시간이지만 우리가 굳이 시간을 구분하는 까닭은 평소라면 뒤돌아보지 않을 어제와 내일을 오늘 하루는 생각해보아도 촌스럽지 말라고 정해놓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1년 365일 중 가장 촌(寸)스러운 이 시간에 당신은 무얼 생각하여 이 시간을 채워나가고 있을까?

세상에 혼자 아름다운 별 없듯, 홀로 그럴듯한 시간 없고, 홀로 괜찮은 인간도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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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