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한 짝
- 김정환
찬 새벽 역전 광장에 홀로 남았으니
떠나온 것인지 도착한 것인지 분간이 없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구겨진 구두 한 짝이
저토록 웅크린 사랑은 떠나고 그가 절름발이로
세월을 거슬러 오르지는 못 하지,
벗겨진 구두는 홀로 걷지 못한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그렇게 찬 새벽 역전 광장에, 발자국 하나로 얼어붙은
눈물은 보이지 않고 검다
그래. 어려운 게 문제가 아냐
기구한 삶만 반짝인다
*
마하트마 간디가 아직 인도의 정신적 스승이자, 독립운동가가 되기 이전의 일화다. 그는 식민모국인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고향 인도로 돌아오기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도 교민들을 위해 변호사 활동을 했다. 한 번은 열차 출발시간에 늦는 바람에 급하게 출발하려는 기차를 타다 구두 한 짝을 떨어뜨렸다. 기차가 이미 출발하는 상황이었기에 떨어진 구두 한 짝을 줍기 위해 뛰어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이 신고 있던 나머지 구두 한 짝마저 벗어던졌다. 어째서 나머지 구두 한 짝을 마저 벗어던졌는가?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간디는 '구두는 한 짝으로는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실수로 구두를 떨어뜨렸는데 그걸 주운 사람도 한 짝만으론 신을 수가 없을 게 아닙니까. 그래서 내 구두 한 짝을 주운 사람이 신발을 잘 신을 수 있도록 제 나머지 신발도 놓고 온 겁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간디에 대한 모든 이야기 중에 이 대목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이것이 과연 순간의 기지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일일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것을 송두리째 버릴 수 있는 건, 항시 준비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찬 새벽 역전 광장 앞에 홀로 남겨진 구두 한 짝은 다 버리고 가지도 못하고, 홀로 걸어가지도 못한다. 우리 네 삶의 태반이 또한 이와 같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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