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우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꽃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 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 비가 그친 새벽 산에 머물러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산의 등허리에서 무럭무럭 피어올라가는 하얀 김... 산 중턱엔 하얀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산 아래로 내려온 나는 방금 전 선계에서 유배된 불쌍한 중생이다. 산이 하늘에 두고 온 섬이라면 나는 수중의 고혼이 된 셈이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이 참 멋지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 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어쩌면 희망조차 비우는 것이 날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희망이나 절망이야말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일지 모른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볼 용기가 있는 자에게만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
'POESY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규관 - 우체국을 가며 (0) | 2011.03.28 |
---|---|
김경미 - 나는야 세컨드1 (2) | 2011.03.25 |
이정록 - 도깨비 기둥 (1) | 2011.03.24 |
이동호 - 비와 목탁 (3) | 2011.03.23 |
박제영 -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3) | 2011.03.22 |
이승하 - 사랑의 탐구 (1) | 2011.03.18 |
김정환 - 구두 한 짝 (1) | 2011.03.17 |
이성복 - 꽃피는 시절 (1) | 2011.03.16 |
고영민 - 나에게 기대올 때 (1) | 2011.03.15 |
이승하 -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1) | 2011.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