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ESY/한국시

유안진 - 술친구 찾지 마라

술친구 찾지 마라

- 유안진


아무리 마음 맞는 여럿이
얼크러져 설크러져 마셔봐도
결국에는 저 혼자서 마시는 것이 되고
저마다 제각기
제 상처만 찾아가는 외로운 술자리
멱살 잡을 원수도
목을 안고 같이 울 그이도
결국에는 외동그래 저 하나일 뿐
가엾는 제 몸 밖에 누가 또 있다던가.


*


술 마시고 내게 신세 타령하다가 벼락 맞은 친구들이 꽤 많다.

평소 맨정신으로는 조곤조곤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는데
누군가 술 마시고 내게 신세 한탄 늘어놓으면 그걸 참아주지 못하고
버럭 성질부터 부린다.

그네들 알콜 기운을 빌려 평소 고이고이 들어주던 내 스트레스를
걔네들에게 푸는 걸지도 모른다.

이봐, 이봐! 술 마신 놈!
내가 승질 부린 거 기억 안 나지? 하고 말이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