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공자가 말씀하길 “말을 교묘하게 꾸미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자는 어진 이가 드물다”
교언(巧言)이란 말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고, 영색(令色)이란 낯빛을 좋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어디선가 신사와 바람둥이는 한 끗 차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왕이면 같은 이야기라도 듣기 좋게 이야기해주고,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었더라도 그 표정을 숨길 줄 아는 사람이 편하다. 세상을 너무 곧이곧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위인전에서 읽을 때는 좋지만 실생활에서 맞닥뜨리거나 함께 일하게 된다면 그런 사람만큼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존재도 드물다. 공자가 말하는 교언영색이란 말을 꾸미거나 낯빛을 좋게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진실하게 처신하란 말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 27에는 인(仁)에 대해 “剛毅木訥近仁”이라 하여 인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소개하는 대목이 있다. 강(剛)이란 사사로운 욕심 없이 강직한 것을 의미하고, 의(毅)란 뜻이 굳세어 의연하다는 것을 뜻한다. 목(木)이란 꾸미지 않아 질박한 것을, 눌(訥)이란 말이 어눌한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곧 인이라 하지는 않았다. 다만 비록 이것이 인은 아닐지라도 인에 좀더 가까운 품성이라는 뜻이다.
앞서 공자에게 있어 인(仁)이란 ‘내 안의 본성을 깨우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소박하게 정의한 적이 있다. 공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성선설(性善說)에 가까운 편이었다. 물론 그는 기본적으로 현실적인 합리주의자였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말이지만, 막상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본성을 지녔다고 입증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당장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조차 품지 못하는 인간도 세상엔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공자는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한 자는 남을 사랑할 수 없으며,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겼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이켜볼 때 그다지 본성이 선한 존재라고 여기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깨우치지 못한 자로서 내 안의 본성이란 쉽사리 온갖 욕망과 잡념들로 들끓고, 유혹에 쉽사리 흔들리고 만다. 거친 바다처럼 출렁이는 마음 밭 속에서 영혼은 언제나 낮은 포복 중이다.
‘인’을 남녀의 사랑으로 치환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해보면 교언영색의 의미는 좀더 명확해진다. 최소한 내 경험으로 보아 사랑이란 말을 이루는 주성분의 99.9%는 헛된 맹세였다. 사랑이 깨진 뒤에야 비로소 나의 모든 말이 교언이었으며, 나의 좋은 낯빛은 영색이었음을 알게 된다. 나의 사랑만큼은 진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 그는 공자가 말하는 세상의 어진 이가 아닌 셈이다. 그래서 공자는 세상에 어진 이가 드물다고 했는지 모른다.
스스로의 본성을 깨우치는 일조차 어렵거늘, 그와 같은 마음으로 나뿐만 아니라 남도 사랑하라는 공자의 가르침 속에 나타나는 인(仁)이란 실천하기가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인간의 진심(眞心)과 진심 사이에도 벽이 있나니, 사랑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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