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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 임진모/ 창공사(1996)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 임진모/ 창공사(1996) 내 나름대로는 정리할 건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빚진 책들에 대해 빚을 갚는다는 생각에서 나름의 정리작업으로 하고 있다. 이 책 그러니까, 임진모의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은 오랫동안 내 책꽂이에 늘 꽂혀있던 몇 권의 책 가운데 하나다. 세광음악출판사에서 나온 "팝아티스트대사전" 옆자리에 늘 함께 한 책인데, 내가 늘 아쉬워하는 것은 이런 류의 책들이 쌓아올린 작업들은 나름대로 한 시대를 정리하는 중요한 지적, 학문적 작업일 수 있는데, 어째서 수정증보판이 나오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은 일종의 문화사, 서구 대중음악사를 시대별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 책의 부제 "음반으로 보는 팝과 록의 역.. 더보기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2004)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2004) 전후 일본인들에게 용기를 준 인물로 최근 영화화된 역도산이 있다고 한다. 정확히 알 수야 없는 일이지만 그런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존재가 있는데 일본 프로야구의 상징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교징(巨人)'이다. 일본 야구팬들의 성향 자체가 '교징'과 '안티교징'으로 상징된다 할 수 있는데, 안티교징의 대표 격인 팀이 한신 타이거즈다. 자이언츠가 도쿄(관동)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일본 만화를 애독한 분들은 잘 알겠지만 타이거즈가 위치한 오사카 등 간사이(관서) 지역 사람들은 독특한 지역색으로 도쿄에는 지고 싶지 않다는 정서가 있다. 타이거즈는 이런 지역 정서를 기반으로 매년 '교징을 누르자'는 타도 교징의 구호를 .. 더보기
푸쉬킨 -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푸쉬킨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아직, 아마도 그럴겁니다, 나의 영혼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무엇으로도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말없이, 희망도 없이,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괴로와하며.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되게, 그토록 부드럽게, 다른 이들에 의해 사랑받도록 신이 당신에게 부여하신대로. Я вас любил: любовь еще, быть может В душе моей угасла не совсем; Но пусть она вас больше не тревожит; Я не хочу печалить вас ничем. Я вас.. 더보기
차라리 면죄부를 팔아라 - <경향신문>(2009.09.20) 차라리 면죄부를 팔아라 “법제로써 이끌고 형벌로써만 다스린다면 백성들은 형벌만 면하면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그러나 덕으로써 이끌고, 예로써 다스린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바로잡게 될 것이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물론 누구나 알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 공맹을 논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이란 사실을 말이다. 어릴 적에 본 코미디 프로그램에는 종종 서민적인 도둑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했다. 이른바 생계형 범죄인 셈인데 교육을 염려해서인지 도둑은 번번이 담벼락을 넘지 못하고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일장훈계를 늘어놓곤 했다. 비록 나는 이렇게 살지만 당신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의 정부가 이전의 .. 더보기
이승하 - 사랑의 탐구 사랑의 탐구 - 이승하 나는 무작정 사랑할 것이다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사랑이란 말의 위대함과 사랑이란 말의 처절함을 속속들이 깨닫지 못했기에 나는 한사코 생을 사랑할 것이다 포주이신 어머니, 당신의 아들 나이 어언 스물이 되었건만 사랑은 늘 5악장일까 아니 여탕(女湯) 꿈속에 그리는 그리운 고향 그 고향의 안개와도 같은 살갗일까 술 취한 누나의 타진 스타킹이지 음담패설 속에서만 한결 자유스러워질 수 있었고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을 땐 목청껏 노래불렀다 방천 둑길에서 기타를 오래 퉁기고 왠지 부끄러워 밤 깊어 돌아왔더랬지 배다른 동생아 너라도 기억해다오 큰 손 작은 손 손가락질 속에서 나는 자랐다 길모퉁이 겁먹은 눈빛은 바로 나다 사랑은 그 집 앞까지 따라가는 것일까 세월처럼 머무르지 않는 것.. 더보기
과테말라에서 온 사진작가 - <경향신문>(2009.08.10) 과테말라에서 온 사진작가 지난 7월17일 제헌절 오후 6시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가 운영하는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모임이 열렸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만날 수 있는 나라 과테말라에서 온 사진작가 다니엘 에르난데스 살라사르와 진실규명을 통한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시민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그는 과테말라 내전 당시 학살된 라틴 아메리카 시민들에 대한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어느 천사의 기억’이란 작품을 학살이 자행되었던 현장이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등 ‘학살의 기억’을 테마로 작업해왔다. 그의 작품은 중남미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 전시·설치되어 비슷한 슬픔과 아픔을 지닌 세계 시민들에게 깊은 공감.. 더보기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2006)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2006)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은 성행위를 위한 69가지 체위를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간혹, 책 제목만으로 그런 오해 내지는 사랑에 대한 방법론적인 기술(skill)로 착각할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한때 에리히 프롬은 국내에서 나름대로 주목받는 위치를 차지한 사회사상가였으나 최근의 조류는 그를 한물간 혹은 예전의 중요도에 비해 명성이 많이 하락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여전히 중요한 데도 불구하고).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으로 에리히 프롬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마르크스주의 비판이론에 프로이트를 접목시키고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92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된 사회과학.. 더보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 <경향신문>(2009.06.22)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초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했을 때, 범접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조직으로 보이던 검찰도 대통령 앞에서는 움찔한다며 통쾌하게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하며 역시 검찰보다 높은 권력을 지닌 것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대통령은 기업의 오너이고, 검찰은 휘하의 비서실이나 기획실쯤 되는 기관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검찰은 권력의 시녀로, 민주화 이후엔 가장 중요한 개혁 수단이자 파트너였다. 국민들은 검찰이 휘두르는 칼자루를 보며 정부가 추진할 개혁과 정책의 내용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이 ‘개혁의 수단’이 아닌 ‘개혁의 대상’이라고 .. 더보기
만철 :일본제국의 싱크탱크 - 고바야시 히데오 | 임성모 옮김 | 산처럼(2004) 만철 :일본제국의 싱크탱크 - 고바야시 히데오 | 임성모 옮김 | 산처럼(2004) 혹시 "근대화연쇄점"을 기억하시는가? 내가 어렸을 때 "근대화"는 오늘날의 세계화 혹은 지역화처럼 유행어였던 모양이다. 구멍가게보다는 조금 크고 오늘날 우리가 마트 혹은 수퍼마킷이라는 호칭으로 익숙한 잡화점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의 가게들 중에 일종의 체인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근대화연쇄점이라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굳이 "근대화의 역군"이라든지 하는 우리 주변의 떠들석했던 여러 구호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근대화"는 "반공"과 함께 최고의 이데올로기였다. 근대화가 의도하고자 했던 숨겨진 정서는 아마도 "못 살겠다 갈아보자"와 "갈아봤자 더 못산다"던 이승만 정권 시절의 지긋지긋한 가난, 우리 민족 반만.. 더보기
내가 읽은 책과 그림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 김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2004) 내가 읽은 책과 그림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 김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2004)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내가 읽은 책과 그림"은 한 편으론 유쾌하면서 다른 한 편으론 읽는데 힘겨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의 거의 절반은 이름도 처음 듣는 작가들이었고, 이름을 아는 작가들도 절반 가량은 이름만 알고, 책은 본 적이 없는 인물이고, 다시 그 절반 정도의 사람들만 책을 읽었고, 작품 이름이라도 들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를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작가 "귄터 그라스"의 당시 신작 "광야(원제 : Ein Weites Feld)"를 놓고 그가 벌인 해프닝 때문이었다. 그 무렵만 하더라도 그냥 성격 더러운 괴짜 평론가 한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