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공회대학교 미디어특강 강연 <2009.5.14.> ▶ 좌로부터 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권혁태(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님들이다. 오, 이런...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공부법 여러분 안녕하세요.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전성원입니다. 오늘 오면서 보니까 이번 강연을 알리는 포스터에 저를 가리키는 말로 “뚱뚱한 르네상스맨”이란 새로운 별명이 생겼더군요. 이번 강연을 준비하면서 학생 여러분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이곳에 다녀갔던 다른 분들처럼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그 분들처럼 여러분이 관심을 가질만한 특정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을 인터뷰하고, 홍보하는 동영상을 만들고 포스터까지 만드는 어려운 과정을 준비해온 팀에게 감사할.. 더보기
죽어서 원망도 할 수 없는 정부 - <경향신문>(2009.10. 19.) 죽어서 원망도 할 수 없는 정부 ▶ 사진 : 이치열 이명박 정부가 지난 16일로 출범 600일을 맞이했다. 대통령 임기 5년(60개월) 중 약 3분의 1이 지난 것이다. 이제부터는 집권 초반기가 아니라 중반기에 들어섰다. 재임 600일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유난히 ‘불(火)’과 인연이 깊었다. 취임 직전에 국보 1호 남대문이 불탔고, 집권 100일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벌어진 촛불시위를 청와대 뒷산에서 바라보아야 했다. 그리고 2009년 1월20일, 용산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경찰, 용역직원 간의 충돌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용산 참사’가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집권 중반을 준비하며 ‘중도 실용, 친 서민 정책’.. 더보기
이동호 - 비와 목탁 비와 목탁 - 이동호 무작정 때리다보면 지구라는 이 목탁도 언젠가는 텅텅 소리가 날 테지 빗방울이 땅에 떨어져 '철썩' 마지막으로 목탁 한번 치겠다는 것이 전혀 어불성설은 아니지 빗방울이 연습삼아 사람들 목 위의 목탁을 먼저 쳐보는 것은 지구를 쳐볼 기회가 단 한번 뿐이라서지 비 오는 장날을 걸어다니다가 머리 위, 비닐에 묵직하게 고인 빗물을 고스란히 맞아본 적 있지 나도 모르게 내 몸 속에서 '앗'하는 목탁소리가 터져 나오더군 빗방울이 때리면 뭐든지 목탁이 되고 마는 것 그게 삶, 아니겠어 소리를 내기 위해 물렁해지는 저 땅을 좀 봐 새싹이 목젖처럼 올라오는 것. 보여? 멍 자국이라는 듯 쑥쑥 키를 키우는 저것 소리의 씨앗인 빗방울 속에서 자라는 저 푸른 목탁소리 *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더보기
삶의 밀도(密度) 겸손은 결코 미덕이 아니란 말은 이제 흔하다. 알고보면 겸손도 치장에 불과하단 말은 겸손이란 것도 일종의 코스츔, 위장된 인격에 다름아니란 말이다. 이 말의 속깊은 뜻은 결국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당신이 내게 보여주는 모든 인격을 고스란히 인정하고 받아줄 만큼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 경고의 메시지가 도처에서 발하여진다. 어려서부터 겸손하란 말을 많이 들었다. 어른들로부터... '잘난 척 나대지 말고, 겸손하라'는 충고를 들었었다. 아마도 그 무렵의 나는 재기 넘치는, 솔직한 소년이었나 보다. 지난 주말부터 3일 연속으로 술을 마셨다. 술을 안 먹을 때는 몇 개월이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데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원해서건 그렇지 않아서건 계속 마시고 싶어진다. 절제란 걸 도통.. 더보기
빔 벤더스 - 파리 텍사스 (Paris, Texas) 파리 텍사스 (Paris, Texas) 감독 : 빔 벤더스 출연 : 해리 딘 스탠튼, 나스타샤 킨스키, 딘 스톡웰, 오로르 클레망 제작 : 1984 프랑스, 독일, 145분 종종 어떤 영화들은 풍설이다. 실제 영화를 본 사람보다 보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은 전설을 남기고 현혹된다. "파리 텍사스" 이 영화 역시 그런 영화일까. "파리 텍사스"와 "퍼펙트 월드"는 나에겐 좀 각별한 영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성인 주인공들보다는 그 영화의 아역들에 좀더 감정이입되기 때문이다. "파리 텍사스"에서는 트래비스(해리 딘 스탠튼)의 아들 헌터에게, "퍼펙트 월드"에서는 버치(케빈 코스트너)에게 납치된 필립에게 감정이입이 이루어진다. 이 영화들은 마치 "전원일기"에서 주워기른 막둥이 아들로 등.. 더보기
박제영 -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그리움이란 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 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 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 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신 한때는 ‘나’이기도 했던 당신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비가 내리는 오후 세 시 나를 견인하고 있는 당신 * '시'란... '~란' 말로 시작되는 모든 말은 시가 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시가 세상 만물의 조화에 참여하는 방법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한국어에선 대체로 '~란 ~이다.'의 형태로 표현된다. 시인은 "그리움이란~" 무엇무엇이다라고 말한다. 시인이 말.. 더보기
그리스 신화 - 에드거 파린 돌레르 | 인그리 돌레르 | 최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1999) 그리스 신화 - 에드거 파린 돌레르 | 인그리 돌레르 | 최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1999) 집에 신화와 관련된 책자들은 나름대로 꽤 된다. 그 가운데 원작자는 같지만 번역자가 다른 그리스로마신화가 몇 종되고, 같은 원작자와 같은 번역자이지만 기획 의도에서 차이가 나거나, 출판사가 다른 경우도 꽤 있다. 예를 들면 토마스 벌핀치, 이윤기 옮김(1996), 『그리스와 로마신화』, 대원사. 토마스 불핀치, 최혁순 옮김(1995), 『그리스․로마신화』, 범우사. 이윤기 편역(2001), 『벌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 창해. 오비디우스, 이윤기 옮김(1998), 『변신이야기1.2』, 민음사. 미하엘 쾰마이어, 유혜자 옮김(1999), 『신그리스 신화』, 현암사. 이경덕(2002), 『신화 읽어주는 남자』, 명진.. 더보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전7권)- 미야자키 하야오 | 학산문화사(2010)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전7권)- 미야자키 하야오 | 학산문화사(2010) 미야자키 하야오(宮埼駿)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텍스트 - 그러나 결코 만만치 않은.... 미야자키 하야오(宮埼駿), 만약 그가 일본인이 아니라면 최소한 양국의 역사적 연원을 거슬러 오르는, 한 작가에 대해 갖게 되는 이미지와 비판들에 대해 몇 차례의 필터링을 거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에 관해서만큼은 무엇이든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이라고는 하더라도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그의 작품들은 일본 아니메에 대한 선입견들 - 폭력, 섹스, 왜색풍 - 로부터 비교적 너그러운 대접을 받으며 국내에선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혜택들 - 청소년의 정서 순화에 유익하다거나, 어린이들도 함께 볼 수 있.. 더보기
황지우 -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비 그친 새벽 산에서 - 황지우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꽃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 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 비가 그친 새벽 산에 머물러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산의 등허리에서 무럭무럭 피어올라가는 하얀 김... 산 중턱엔 하얀 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산 아래로 내려온 나는 방금 전 선계에서 유배된 불쌍한 중생이다. 산이 하늘에 두고 온 섬이라면 나는 수중의 고혼이 된 셈이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이 참 멋지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 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어쩌.. 더보기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로버트 카파 | 우태정 옮김 | 필맥(2006)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Slightly Out of Focus) - 로버트 카파 | 우태정 옮김 | 필맥(2006) 카파의 사진은 그의 정신 속에서 만들어진다. 사진기는 단순히 그것을 완성시키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카파는 대상을 두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는 전쟁 그 자체를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전쟁이란 격정의 끝없는 확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밖에 있는 것을 찍어 그 격정을 표현한다. 그는 한 아이의 얼굴 속에서 그 민중 전체의 공포를 나타낸다. - 존 스타인벡 포토저널리즘의 짧았던 전성기를 열고 닫은 최초의 영웅이자 사실상 마지막 영웅이었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