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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귀족을 위한 '이런 나라' - <경향신문>(2009. 3. 30.) 1%의 귀족을 위한 '이런 나라'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일본 닌텐도처럼 창의성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는데 일본의 튼튼한 문화적 인프라에 기초한 이러한 제품을 건물 짓듯 단기간 내에 만들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 중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며, 영화 의 원형으로도 평가받는 작품이 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웃는 남자(스마일맨)’ 같은 캐릭터 설정만 살펴보더라도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토대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는 얼마 전 구속된 미네르바처럼 사이버세계 속에서 가면을 쓰고 기업의 잘못된 이윤추구와 이를 비호하는 권력에 도전했다가 정보기관에 추적당하는 인물이었다. 지난 촛불시위에서 사람들이 영화 의 가이 .. 더보기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위기와 녹색희망 - <환경과생명>2009년 봄호(통권 59호)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위기와 녹색희망 『지구화, 되돌아보기와 넘어서기』, 조명래 지음, 환경과생명, 2009 위기의 진화((鎭火)? 더 큰 위기로의 진화(進化) 1929년 미국의 증시 폭락으로 시작된 경제대공황은 인류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첫째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 균형이 유지할 것이라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는 정부(공동체)가 경계를 정해 확실히 통제하지 않는다면 스스로의 탐욕으로 인해 무력화되고 자기 파괴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경제대공황 같은 세계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초국가적인 대책이 아닌 개별 국가단위의 생존자구책은 도리어 위기를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세계는 전승국을 중심으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수정자본주의(케인스주.. 더보기
아모스와 보리스 - 윌리엄 스타이그 |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1996) 아모스와 보리스 - 윌리엄 스타이그 |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1996) "아모스와 보리스"의 주제를 생각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톰과 제리" 같은 우리 부부가 떠올랐다. 톰은 고양이고, 제리는 생쥐다. 그런데 이 둘 사이는 그렇게 단순한 고양이와 생쥐 사이가 아니다. 비록 톰은 고양이지만, 영리한 생쥐인 제리에게 늘상 골탕을 먹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한나와 조셉 바바라 콤비는 그들 자체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에 통칭 "한나 바바라(Hannah Barberra)"라고 불린다. 한나 바바라 시리즈 중 하나인 "톰과 제리"를 내 동생은 넋을 놓고 보았었다. 입에 밥 숟가락 넣는 것도 잊은 채 넋을 빼놓고 보았기에 종종 야단을 맞곤 했는데, 어렸을 때는 나 역시 동생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 더보기
서정주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에 대한 나의 마음은 이율배반적이다. '인간'적으로야 서정주가 밉지만 '문학'적 입장에서 서정주를 나는 미워할 수가 없다. 문학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딜레마를 서정주는 잘 보여준다. 본래 표현용법상 '인간적이다'란 말은 너그럽다는 말과 이음동의어다. 인간이란 실수가 잦은 짐승이고,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해 인간적이라 표현할 때 .. 더보기
슈퍼 로봇의 혼 - 선정우, 시공사(2002) 슈퍼 로봇의 혼 - 선정우, 시공사(2002) 나는 지금도 종종 프라모델숍 앞을 지날 때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유리창 안을 멍청하게 들여다 보는 버릇이 있다. 왜냐하면 그곳엔 어린 시절의 내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먹는 것도 잊어먹을 만큼 열광했던 TV 만화영화들 가운데서도 단연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는 원형질적인 작품을 들라하면 "마징가Z"일 것이다. 우리나라 TV에서 만화영화를 최초로 방영한 것은 1964년 8월의 일이다. 이때 처음 방영된 만화영화는 물론 외국 것으로 "개구장이 데니스"였고,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가 만들어져 극장에 내걸린 건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으로 1967년 1월의 일이었다. 우리나라 TV에서 일본 만화영화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10월 "요괴인간.. 더보기
박라연 -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 박라연 나, 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 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 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씨뿌릴 여유가 있어 튀어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 나 이 길을 따라 쭉욱 가서 이 길의 첫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아직은 낯이 설어 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 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 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 햇살을 아끼어 잎을 틔우고 뼈만 남은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오르면 그 .. 더보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 박명욱 | 그린비(2004)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 박명욱 | 그린비(2004)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란 말은 이 책에 수록된 17명의 예술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에릭 사티가 한 말이다. 제목이 책 내용을 모두 설명해주는 책은 흔치 않다. 그 흔치 않음이 또한 좋은 책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드문 성공을 거두었다. 이 책의 저자 박명욱이란 사람을 잘 알지 못하지만 출판사 "박가서장"의 책들은 몇 권 가지고 있다. 조병준의 책들이 그것이다. 물론 내 취향이라기 보다는 이 역시 아내의 취향 덕분에 나는 더부살이 독서를 한 셈인데, "나눔나눔나눔"이란 책과 "제 친구들하고 인사 하실래요?"란 책이 그것들이다. 조병준, 그는 시인 기형도와 친구다. .. 더보기
문화연구(하룻밤의지식여행12) - 지아우딘사르다르 | 이영아 옮김 | 김영사(2002) 문화연구(하룻밤의지식여행12) - 지아우딘사르다르 | 이영아 옮김 | 김영사(2002) 나는 이런 식의 도서에 익숙한 편이다. 그러니까 80년대 말엽에서 90년대 초엽 사이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던 리우스의 만화책들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엔 사회과학 서적을 중심으로 출판하던 "오월"에서 "리우스"(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멕시코의 좌파 만화가)가 이런 식의 작업들을 통해 일련의 만화 책들을 시리즈로 간행했다. 사회과학 이론의 빡빡함에 미리부터 질려버린 까닭으로, 혹은 좀더 쉽게 입문하기 위한 방편에서 이 책을 선택했던 이들에겐 상당한 도움을 준 책이다. 리우스는 "쿠바혁명과 카스트로", "레닌", "체 게바라" 등 혁명가들의 생애와 사상, 그들의 이론을 나름대로 잘 요약해주었다. 김영사에서 펴내고 있는 "하룻.. 더보기
강영은 - 오래 남는 눈 오래 남는 눈 - 강영은 뒤꼍이 없었다면, 돌담을 뛰어넘는 사춘기가 없었으리라 콩당콩당 뛰는 가슴을 쓸어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 우는 어린 내가 없었으리라 맵찬 종아리로 서성이는 그 소리를 붙들어 맬 뒷담이 없었으리라 어린 시누대, 싸락싸락 눈발 듣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리라 눈꽃 피어내는 대나무처럼 소리 없이 눈 뜨는 푸른 밤이 없었으리라 아마도 나는 그늘을 갖지 못했으리라 한 남자의 뒤꼍이 되는 서늘하고 깊은 그늘까지 사랑하지 못했으리라 제 몸의 어둠을 미는 저녁의 뒷모습을 알지 못했으리라 봄이 와도 녹지 않는 첫사랑처럼 오래 남는 눈을 알지 못했으리라 내 마음 속 뒤꼍은 더욱 알지 못했으리라. 출처 : 강영은, "녹색비단구렁이", 종려나무 * 강영은 시인의 이 시는 참 재미있는 과장으로 시작된다. "뒤.. 더보기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 김동춘 | 창비(2004)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 김동춘 | 창비(2004) 현재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동춘 교수는 그간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마다 중요한 이론적 잣대를 제공해온 지식인 가운데 한 명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자리 잡은 "참여연대"의 창립(1994)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위원회" 창립 등 그는 단순히 학문적 차원이 아닌 행동하는 진보적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 왔다. 이 책은 그가 숨 가쁘게 지내온 뒤 찾아온 2003년 연구안식년을 맞이해 미국 UCLA대학의 박사후 연수를 마친 산물로 저술된 것이다. 미국이 세계 제1의 강대국이란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은 물론 미국을 패권국가라고 부르는 인식에는 정치적 좌우를 막론하고 공통된 인식이다. 다만, 미국을 과거 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