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시인1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슬픈 밤을 단 한 번이라도
잠자리에서 울며 지새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천상의 힘이여,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우리를 삶으로 인도하셨고
당신들은 불행한 자로 죄짓게 하셨으며
슬픔 속에 내 맡기셨나니
이 세상의 죄란 죄는 모두 제 값을 치르게 마련입니다


Harfenspieler 1

Johann Wolfgang von Goethe


Wer nie sein Brot mit Tränen aß,
Wer nie die kummervollen Nächte
Auf seinem Bette weinend saß,
Der kennt euch nicht, ihr himmlischen Mächte.

Ihr führt ins Leben uns hinein,
Ihr laßt den Armen schuldig werden,
Dann überlaßt ihr ihn der Pein:
Denn alle Schuld rächt sich auf Erden.


*

너무 유명해서 누가 한 말인지조차 불명확해지는 말들이 있는데,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와는 말하지 말라"는 표현은 괴테의 성장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수록된 시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좀더 명언스럽게 탈바꿈되긴 했지만, 소설을 읽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일테니 이 시(소설)에 등장하는 늙은 탄금 시인은 누이동생과 근친상간의 죄를 범해 여주인공 미뇽을 낳아 오이디푸스처럼 방랑의 길을 떠난 인물이다.


그런 내용을 알고 시를 보면 시의 내용이 좀더 절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시인의 시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어쩐지 괴테 자신의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시, 소설, 희곡뿐만 아니라 정치가로서도 탁월했던 천재 괴테. 그는 사랑에도 탁월했으므로 연인들에게도 시를 선사하곤 했다. 만년에 이르러 더이상 사랑할 힘도, 사랑받을 희망도 사라졌을 때 그는 "이 세상의 죄란 죄는 모두 제 값을 치르게 마련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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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듣는 아침...
불현듯 브레히트의 이 시가 읽고 싶어졌다. 가끔 전혜린이 잘 이해되는 밤이 있고, 그리고 아침이 있고, 또 한낮이 있다. 과거 자연과학자들은 남성이, 백인이 타인종, 여성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다. 여성은 생태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며, 본래 자연계의 다른 생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여성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식의 그런 것들을 입증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 흑인종은 어째서 대뇌가 백인 남성에 비해서도 작은가? 혹은 백인 여성에 비해서도 작은가? 대뇌의 크기가 마치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라도 될 수 있는 양, 초창기 IQ검사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지능지수가 높게 나오는 일이 빈발하자 IQ검사의 문항 자체를 남성에게 유리한 것으로 고친 적도 있다.

사람들은 수학적 진실 혹은 진리를, 과학에도 고스란히 대입시켜 과학도 역시 진실, 진리에 가깝다는 믿음을 오래도록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도 인간의 일이니 어찌 실수가 없고, 감정이 없으며, 그릇된 판단이 없을까. 오늘날 여성시대 혹은 여성의 입김을 의식한, 아니 전복적인 이라고 해두자. 과학자들은 이젠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생물학적 진실을 찾아 헤맨다. 부디 그 모든 것이 진실이길 바란다. 나역시 오래도록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존재일 것이란 추측을 해왔고, 그런 추측에 과학적인 논리를 제시하고 싶어서 생물학의 몇 가지 근거를 들이대곤 했다. 가령, 어려서 양성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 남성을 제거한 경우가 훨씬 생존율이 높다거나 훗날 성장해서도 성징이 나타날 때도 정상적인 성감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내 생각은 그렇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생물학적인 우월성을 논하려는 과학들은 과거 남성중심이 과학이 유행에 불과한 것이자, 필연적으로 우생학이 되는 것처럼 이도 그런 혐의가 보인다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
나는 불현듯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저 싯구가 떠올랐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브레히트는 소문난 오입쟁이이자, 바람둥이였다. 그의 보기 드문 연애시는 그렇게 입에 닳고 닳은 허구였을까? 남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은 "당신이 필요해요"다. 우습지 않은가? 필요라니... 소중도 아니고.... 어쨌든 이 남자는 그래서 말년 병장처럼 떨어지는 빗방울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필요성을 충족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맞아 죽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그러다 문득 내 생각이 구체적인 누군가에게 미쳤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 내가 필요하다고 절박하게 외칠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말을 건네 보았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때 나는 느꼈다. 아, 이 .... 이기적인 감정.... 난 당신이 필요해. 필요하다구. 필요해... 정말.... 그 상대방의 이기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날 깍아내고, 희생시켜서라도 너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더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으마. 그 마음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널 위해 날 사랑하마. 너로 인해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자 불현듯 눈물이 고였다.

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아니 당신 때문에.... 당신 덕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군요.... 하고 말이다.

사랑이 과학일 수 있을까? 과학은 사랑일 수 있어도 사랑은 과학일 수 없을 것 같다. 이때 사랑은 과학보다 큰 학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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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클래스 블루스
 
-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우리는 불평할 수 없다.
우리는 할 일이 있다.
우리는 배부르다.
우리는 먹는다.
 
풀이 자란다.
지엔피가 자란다.
손톱이 자란다.
과거가 자란다.
 
거리는 한산하다.
종전 협상은 완벽하다.
방공경보는 울리지 않는다.
다 지나갔다.
 
죽은 이들은 유언장을 썼다.
비는 그쳤다.
전쟁은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그것은 급할 것이 없다.
 
우리는 풀을 먹는다.
우리는 지엔피를 먹는다.
우리는 손톱을 먹는다.
우리는 과거를 먹는다.
 
우리는 감출 것이 없다.
우리는 늦출 것이 없다.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있다.
 
우리는 무엇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가?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상황은 정돈되었다.
접시는 씻겼다.
마지막 버스가 지나간다.
 
버스는 비어있다.
 
우리는 불평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는가?



*

가끔 그 놈의 중산층 허위의식이란 것이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나를 쳐다본다. 범고래가 물 위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과학자들을 자신도 관찰하기 위해 가끔 수면 위로 머리를 들어올릴 때처럼 그렇게....

누군가 문장 뒤에 말 줄임표를 많이 쓰는 사람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뭔가 불만많은 불안하고 심약하며 혹은 우쭐하고 우울하며 공격적인, 저 기만적이고 허위로 가득한 폐를 헐떡이며 성공의 지름길을 달려가는 중산층의 저 사내. 할 일이 있으므로 불평할 일이 없고, 우리는 배부르게 먹는다. GNP를 먹고, 과거를 먹어치운다. 뒤돌아보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번성한다. 가끔씩 엇박자로 돌아가는 이 불쌍한 중생들..... 마지막 버스가 지나갔으므로 우리는 기다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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