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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9 푸쉬킨 -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푸쉬킨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아직, 아마도 그럴겁니다,
나의 영혼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무엇으로도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말없이, 희망도 없이,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괴로와하며.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되게, 그토록 부드럽게,
다른 이들에 의해 사랑받도록 신이 당신에게 부여하신대로.

Я вас любил: любовь еще, быть может
В душе моей угасла не совсем;
Но пусть она вас больше не тревожит;
Я не хочу печалить вас ничем.
Я вас любил безмолвно, безнадежно,
То робостью, то ревностью томим;
Я вас любил так искренно, так нежно,
Как дай вам бог любимой быть другим
<1829년>

*



푸쉬킨의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를 읽고 난 뒤
나는 샤를르 뒤몽(Charles Dumont)의 샹송 중
<사랑이 끝난 뒤 담배 한 모금(Ta Cigarette Apres L'amour)>이란 구절이 떠올랐다.

사랑이 끝난 뒤 네가 피우는 담배 한 모금
나는 그윽히 바라보노라
새벽의 역광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언제나 처럼 다른 상념에 젖는구나.
사랑은 아침 햇살 속에 죽어 가리라.

시인의 사랑은 두려움으로, 질투로 괴롭지만
진실되게 그토록 부드러운 것이지만
나의 사랑은 야만적이고, 이기적이며, 현실적이고 계산적이다.
현실은 언제나 위대한 리얼리스트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의 삶처럼 속물이다.

그래서 나는 시인의 시만 믿고, 시인의 삶을 믿지 않는다.
시인의 손끝을 보지 않고, 시인의 발 밑을 본다.

시인은 사실 '당신' 앞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싶지 않다.
내 영혼 속에서 '당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는 절대로 나는 당신을 놓아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갈 수 없다.
갈 수 없으므로 말을 건넬 수 없고, 말을 건넬 수 없으므로 시인의 유일한 희망도 없다.

오, 코가 커서 불행한 시라노 드 베르쥬락(Cyrano de Bergerac)이었다면
차라리 그 외모라도 탓해 볼 터인데...
나는 '당신'을 사랑했으나 이제 당신에게 갈 수도, 말을 건넬 수도 없다.
'당신' 곁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으므로, 아니 날 받아주지 않으므로
어쩌면 다른 상념에 젖은 탓에 나는 그대에게 갈 수 없다.
아니, 가지 않는다. 

너는 언제나 처럼 다른 상념에 젖는구나.
사랑은 아침 햇살 속에 죽어 가리라.

깨어났을 때 사랑은 죽을 운명이거늘...
어째서 좀더 긴 꿈에 취하지 않는지...
어째서 좀더 오래도록 잠들어주지 않는 겐지...
어째서 그댄 이토록 일찍 깨어나는지...
왜, 나의 마법에 취하지 않는 겐지...

푸쉬킨(1799. 6. 6~1837. 2. 10.), 위대한...
그대가 조금만 속물이었다면 발자크(1799.5.20~1850.8.18.)만큼은 살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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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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