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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9 Elvis Presley - Elvis 30 #1 Hits
  2. 2010.11.30 김민기 - 김창남, 한울(한울아카데미), 2004.
Elvis Presley - Elvis 30 #1 Hits - BMG 플래티넘 콜렉션 (수입)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노래 / SonyBMG(수입) / 2002년 12월


영화 "MIB"엔 이런 대사가 있다. "엘비스가 죽었다구? 천만에 그는 고향 별로 돌아갔어."

1935년 1월 8일 소위 미국의 딥 사우스(deep south)인 미시시피주 미시시피 주 투펠로에서 태어나 1977년 8월 16일 숨질 때까지 엘비스 프레슬리는 살아있는 신이었다. 에드가 모랭은 그의 저작 "스타"를 통해 스타됨의 미덕이랄까, 스타의 조건을 다음의 네 가지로 규정했는데, 그것은
‘미모,젊음, 착한 이미지,초인격적 행위' 이다. 스타가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존재란 것을 "MIB"의 대사는 그들을 외계인으로 묘사함으로써 역설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란 셈이다.


굳이 에드가 모랭의 조건들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엘비스 프레슬리는 스타가 지닐만한 모든 요소를 지녔다. 미모와 젊음, 착한 이미지와 초인격적 행위들은 물론 그 삶을 마감하는 비극, 가난하고 굶주렸던 어린 시절 등 그는 과거 신화 속의 영웅이 운명을 딛고 일어섰다가 다시 몰락하는 비극의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았다. 미국의 가장 진지한 뮤지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조차 "에드 설리번쇼"에 출연한 엘비스를 본 순간 어머니에게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고 하지 않던가. 엘비스의 존재는 단순히 당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대에도 꾸준하게 이어져 간다. 존 레논은 엘비스의 "헛브레이크호텔(Heartbreak Hote)"을 들은 뒤의 삶은 이전의 삶과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밥 딜런 역시  "That`s All Right Mama"에 완전히 매료당했다고 말한다.



이 음반 "Elvis 30 #1 Hits"은 그런 엘비스의 베스트음반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선생은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에서 엘비스의 "Elvis' Golden Records(1958)"를 시대를 빛낸 정상의 앨범 가운데 하나로 손 꼽았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LP시대의 뮤지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엘비스는 존 레논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뮤지션으로 손 꼽고 있음에도 "비틀즈" 이후 세대의 사람들에겐 머리에 포마드나 바르고, 느끼하게 다리나 흔들흔들하는 엔터테이너 이상의 의미를 얻기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BMG에서 제작한 이 음반은 지금의 세대에게 엘비스의 매력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획일 것이다. 디지털 세대의 귀를 움직일 수 있도록 리마스터링된 음반은 디지털 음반 제작기술의 장점을 잘 살려주고 있다.


엘비스는 흑인의 음악성을 백인의 목소리로 표현해주길 원하던 시대에 출현한 뛰어난 뮤지션이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그의 58년 골든디스크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거의 전부 재수록하고 있다. 그가 군입대 이전 발표한 곡들부터 군에서 제대한 뒤 발표한 곡들까지.... 어떤 의미에서 엘비스는 그와 선배이자 경쟁자였던 프랭크 시내트라에게 패배했다. 그는 록큰롤의 신기원을 이룩했으나 이것을 좀더 밀고나가지 못하고 군 제대 이후엔 서서히 프랭크 시내트라 풍의 스탠더드 팝으로 전이해 갔기 때문이다. 엘비스는 위대했으나 선배인 플랭크 시내트라와 후배인 비틀즈 사이의 과도기 속에 놓인 다리였는지도 모른다. 엘비스는 늘 자신의 인기에 대해 불안해 했다. 그는 한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대체 소녀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아마 그 또한 신이 주신 선물일 겁니다. 전 그렇게 믿어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제가 두려워 하는 게 있다면, 흡사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갑자기 들어왔다가 갑자기 꺼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거죠."라고 답한다. 그에겐 늘상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압의 전류가 흘러들었다. 110V 전구에 흘러든 전류는 순간 엄청난 빛을 발하다 어느 순간 꺼져 버린다. 엘비스의 흔적은 그렇게 점차 잊혀져 갔으나 그가 세상에 보낸 빛은 광속의 속도로 여전히 날아다닌다.

* 리믹스된 보너스 트랙도 매우 재미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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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김민기』 - 김창남, 한울(한울아카데미), 2004.


영화에는 오마주(hommage)란 말이 있다. 창작자인 감독이 자신의 특별한 존경을 담아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 오마주는 불어로 존경과 경의를 뜻한다. 나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오마주를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영화를 통해 드러내는 오마주의 방식인 "나는 당신의 인생을 닮고 싶습니다."라고 생각한다. "닮지 않았다"는 말을 한자로 쓰면 "불초(不肖)"가 된다. '불초'란 말은 "맹자(孟子) 만장편(萬章篇)"에 나오는 말로 "丹舟之不肖 舜之子亦不肖 舜之相堯 禹之相舜也 歷年多 施澤於民久 요(堯) 임금의 아들 단주는 불초하고, 순(舜) 임금의 아들 역시 불초하며, 순 임금이 요 임금을 도운 것과 우 임금이 순 임금을 도운 것은 오래되었으며, 요와 순 임금이 백성들에게 오랫동안 은혜를 베푸셨다"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의 역대 최고 성왕으로 꼽히는 요순 두 임금은 그 자식들의 부족함을 알아 그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았다. 그 자식들은 부모를 닮지 못했기에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었고, 요순임금이 친자식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아 그 덕으로 백성들은 편했다는 뜻이다. 자식이 부모를 닮지 않은 것은 불효이므로 우리는 부모님께 나아가 자신을 이를 때 불초자, 혹은 불토소생이라 한다. 이 책 "김민기"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가수이자, 뛰어난 작사,작곡가, 그리고 엄혹했던 유신 시대 우리 가슴을 덥혀주었던 한 음악가의 작업들을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다는 실용적인 미덕과 우리가, 김민기와 동시대를 살았던, 살고 있는 선배, 동기, 후배들이 수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들과 작업들을 멈추지 않고 해준 김민기에게 보내는 마음의 헌사, 즉 오마주라는 것이다.

 

한울출판사에선 동명의 책 "김민기"를 이전에도 출판(1986년 판)한 적이 있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민기의 최근 행적과 민주화의 더딘 진전에 따라 이전엔 담을 수 없었던 내용을 보강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결정판이자, 앞으로도 보강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김민기"는 모두 7장(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노래일기 연이의 일기, 노래굿 공장의 불빛, 소리굿 아구, 디스코프래피, 노래 일지와 악보, 비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4부의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여는 글로 김창남(성공회대 교수), 김지하(시인, 소설가)의 글을 담고, 김민기의 작업들(지하철 1호선을 비롯한)을 살필 수 있는 악보와 대본, 그리고 김민기의 디스코그래피(노래일지와 악보, 연보를 포함해서), 김민기와의 대담 및 그에 대한 리뷰들을 담고 있다. 김민기의 세계적인 활약상을 보여주듯 이 책에는 김지하, 김창남을 비롯해 지하철1호선의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 중국의 쾅신니엔(청화대 교수), 미국의 카터 J. 에커트(하버드대 교수), 일본의 카라 쥬로(극작가, 배우) 등이 총망라되고 있다.

 

지난 연말(2004년)에 나는 지인에게서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 공연 티켓 2장을 선물 받았다. 이전부터 "지하철1호선"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움직이는데 둔한 편이라 공연을 직접 본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가 지인의 후의로 학전소극장에서 "지하철 1호선"을 볼 수 있었다. 공연에 대해 문외한 입장에서 공연의 질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 뮤지컬을 통해 그간 배출된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공연이 어떤 것일지는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설경구, 이미옥, 방은진, 나윤선, 오지혜, 황정민, 장현성 등이 이 공연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시도 자체가 우리 뮤지컬 연극 공연사의 신기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994년 5월 초연 이후 10년여가 지난 오늘까지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풍자와 해학, 애환을 담아 50여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68혁명을 거친 뒤 "밥 딜런"이 포크 기타를 버리고 일렉트릭 기타로 무대에 올라섰을 때, 대중들은 밥 딜런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순수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서구는 일제히 우향우하며 보수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밥 딜런은 오랫동안 잊혀졌고, 그 와중에 청춘의 광폭한 질주를 노래했던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한국엔 김민기가 나타난다. 김민기란 이름 석자는 70년대 우리 사회의 청춘문화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청춘은 오래지 않아 창살 아래 갇혀버리고 만다. 그는 갇혔지만 그의 노래들은 자유를 노래했고, 그 어느 때보다 자유를 갈구했던 시대의 요청 속에 노래를 널리 퍼졌다.

 

어두운 공기 속에서 노래는 널리 퍼졌고, 우리는 교과서를 배우듯 "아침이슬"에서 "상록수"로 "늙은 군인의 노래"에서 운동가로 넘어갔다. 운동가로 넘어간 사람들은 김민기의 노래들이 선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민기는 그렇게 잊혀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민기는 1979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통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80년의 봄은 김민기의 봄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오랫동안 잊혀졌다. 광주 학살로 등극한 정권은 정권대로,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날카로운 무기를 갈고 다듬어야 했던 이들은 이들대로 김민기를 불러낼 수 없었다. 그리고 90년대 김민기의 투명한 불투명을 지탄했던 이들은 다시 김민기로 돌아왔다.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였을 뿐이란 걸 우리들은 그제사 알 수 있었다.

 

재일 작가 김중명은 김민기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규가 아니라 속삭임이다. 도취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자비에 넘친 슬기인 것이다. 사랑스런 사람의 살갗의 온기가 느껴지고, 심장의 고동이 들려오고 머리카락의 향내가 풍겨오는 그 알맞은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야말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민기의 노래는 그러한 노래의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김민기의 노래는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의 노래들은 가두 시위 장소에서, 운동장에서, 예배당에서, 불시에 세상을 떠난 친구의 마지막길을 애도하는 장례식 장에서 불렸다. 그가 애초에 이 노래들을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쓰이길 바라고 만든 노래들이 아님에도, 아니,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노래들은 그 어떤 장소에서도 불릴 수 있었다. 김민기는 사랑이란 낱말 이전에 사랑이란 감정이 존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말은 그 뒤에 등장한 표현기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김민기에게 사랑은 구체적인 느낌이자 실천이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었다. 구태여 입 밖으로 사랑이란 낱말을 뱉아내야만 사랑의 실체를 느낄 수 있다는 믿음은 어쩌면 진정으로 사랑을 신뢰할 수 없는 이들의 궁핍한 변명이다.

 

김민기는 여전히 많은 실험들을 하고 있으며, 그의 실험들 하나하나가 우리 문화사의 중요한 씨앗들이 되고 있다. 어쩌면 그 실험들은 자본과 기술의 우월을 앞세워 들이닥치고 있는 서구의 상업 뮤지컬들에 맞선 다윗의 고독한 돌팔매질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거의 3만원에 가까운 책값이지만 판형이나 지질, 안에 담고 있는 내용들은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다. 김민기 전집은 네 장짜리 CD로 나와 있으니 기왕지사 이 책을 사서 읽고 싶은 이들은 그 CD들과 함께 차분하게 가라앉은 청명한 밤공기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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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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