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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8 이승하 - 사랑의 탐구 (1)

사랑의 탐구



- 이승하



나는 무작정 사랑할 것이다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사랑이란 말의 위대함과
사랑이란 말의 처절함을
속속들이 깨닫지 못했기에
나는 한사코 생을 사랑할 것이다
포주이신 어머니, 당신의 아들
나이 어언 스물이 되었건만


사랑은 늘 5악장일까 아니 여탕(女湯)
꿈속에 그리는 그리운 고향 그 고향의
안개와도 같은 살갗일까 술 취한 누나의
타진 스타킹이지 음담패설 속에서만
한결 자유스러워질 수 있었고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을 땐 목청껏 노래불렀다
방천 둑길에서 기타를 오래 퉁기고
왠지 부끄러워 밤 깊어 돌아왔더랬지
배다른 동생아 너라도 기억해다오
큰 손 작은 손 손가락질 속에서 나는
자랐다 길모퉁이 겁먹은 눈빛은 바로 나다


사랑은 그 집 앞까지 따라가는 것일까
세월처럼 머무르지 않는 것일까 낯선 누나가
흘러 들어오는 것이지 젓가락 장단에 잠 설치지만
사랑이란 다름아닌 침묵하는 것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것 쓰다듬어주면서
네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한다고
고개 끄덕여주는 것. 




"나는 무작정 사랑할 것이다/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가령, 어떤 시의 나머지 부분은 필요 없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이승하의 "사랑의 탐구" 역시 첫 연에서 이미 웰메이드 되었기에 나머지 부분은 군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나머지 부분이 있기에 저 구절이 그 위에서 가장 빛나는 첨탑이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와 어려서 헤어진 자식의 마음속에 '어머니'는 상실된 고향이자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원형이다. 실제 '모성'이란 '사회'에 의해 주어진 것에 불과할지라도 '사회' 역시 인간에겐 하나의 '문화적 자연'이기에 모든 인간은 주어진 환상을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이자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에덴의 동쪽>에서 주인공은 형의 질투로 인해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어머니와 재회하게 된다. 어머니는 쇠락한 술집의 작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청교도적인 엄격한 기풍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에게 이것은 어마어마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상실과 부재의 어머니가 차지하는 자리는 항상 상상 이상의 자장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가 무너지지 않은 까닭을 나는,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죽지 않게 만드는 힘,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지탱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란 항상 "다름아닌 침묵하는 것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것 쓰다듬어주면서/ 네가 하는 말을 다 이해한다고/ 고개 끄덕여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내가 천호동 423번지 사창가 골목길을 밤낮으로 오르내리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죽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살아가도록 만든 힘, 역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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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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