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모랄 해저드(moral hazard) 혹은 도덕적 해이'라는 말은 이미 익숙해져 있다. 항상 드는 느낌은 법이 복잡한 나라일수록 그 사회에는 많은 범죄가 있다는 증거가 되며, 광고에서 100% 콩기름이란 말에는 그 콩이 수입콩이거나 유전자 조작콩일 것이라는 반증이라는 묘한 이야기가 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또한 사회에서 실시하는 공적인 성교육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낙태율이나 청소년들의 성 실습(혹은 첫 경험?) 경험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행간을 읽어낼 것을 강제 받았다. 이것은 정보의 소통이 불확실할 뿐더러 수많은 오보와 아니면 의도된 왜곡 보도 속에 진실을 찾아 헤매야 하는 우리나라 언론 독자들의 고민거리이자 두통거리일 것이다.
위의 말과 마찬가지로 탈세니 고위 공직자의 기강 해이 문제를 가장 많이 언급하는 언론일 수록 내부적으로는 탈세나 모랄 해저드의 상황에 빠져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 되나? 우리 사회의 톨레랑스(관용)의 정신은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지경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스리슬쩍 <중앙일보> 회장 자리에 복귀했다는 것 때문이다. 홍석현 그가 누군인가?
그는 지난해(1999년) 검찰에 소환되는 그것도 언론 탄압이 아니라 탈세 혐의로 말이다.(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중에서 알 카포네가 무슨 죄목으로 알카트라즈 감옥에 수감되었는지 아시는 분 많으실 꺼다. 바로 탈세 혐의다.) 그때 중앙일보는 난리를 쳤더랬다. "사장님, 힘내세요." "흐,흐" 참말로 가관이었다. 내가 듣고 알기로는 언론사에서는 국장님이니 부장님이니 하는 호칭을 의도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기자면 다 같은 기자지 님자를 붙이기 시작하면 기자 고유의 반권력적 성향이 수그러들지도 모른다는 취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 기자들이 초등학교 학생들처럼 피켓을 들고 "사장님, 힘내세요."라니 이때 중앙일보에서는 오동명 기자(사진기자) 한 사람만 사람같은 목소리를 내고 자성하자는 발언을 하였고 결국 짤렸다.
다시 홍 아무개 씨에게 뽀인트를 맞춰보자. 그는 실형이 확정되었다. 탈세는 그들의 주장처럼 무고도 아니고 정치적 탄압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예전 같으면 구속은 무슨, 얼렁뚱땅 무마되고 말 일인데 구속까지 되었으니 그들로서는 정치적 탄압 운운할 만한 내부적 아픔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그 죄가 명백하고, 그로 인해 홍 사장은 죄값을 치르기 위해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만에 8.15광복 특사로 풀려났다.(잘 하는 짓이다.) 그는 사면 복권이 목적이었겠지만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이 정말 반성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탈세에 대한 책임을 느껴 중앙일보 사장과 발행인 등의 직책을 사임했고, 상당기간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 또 그런 반성의 의미에서 2년 가량 외국에 나갈 계획이라는 등의 설을 유포시켰다. 그의 예감대로 특사에 사면복권까지 되자 그는 다시 중앙일보 회장직에 복귀해버렸다. 대마초 핀 연예인들이 자숙의 기간 어쩌구 하는 기간도 경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홍 아무개씨보다는 길다. 그는 10개월만에 다시 복귀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그를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감옥에 보낸 정부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긴 박정희를 경제성장의 화신으로 자신을 민주,인권의 화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DJ로서는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박정희기념관 건립 어쩌구 해서 국민화합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것이겠지만.... 김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창간 35주년 기념식에 비디오 테이프를 보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중앙일보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큽니다. 뭐, 어쩌구 저쩌구" 그 자리에 홍 아무개 회장도 있었던 것은 당연했겠지. 중앙일보의 모든 사설은 이래서 거짓이다. 그 신문 사보는 독자들에게 엄숙히 충고하고 가르치고 고위 공직자들이,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어쩌주저쩌구 주절주절 하는 얘기들은 모두 자신들은 빼고 남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홍 회장은 물러나야 한다. 그것은 중앙일보가 제대로 된 언론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200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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