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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김중식 - 木瓜

木瓜


- 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의지
는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亡身의 사랑이여!


*


'사람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체념,

사람을 앞으로 가게 만드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의지'


사랑이 이성의 일이 아니란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진리 같다.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사랑도 호르몬의 작용이라 길어야 3년이란다. 사랑이 이성의 일이 아니든, 호르몬의 작용이든 아니든 그것이 감각이든, 직관이든, 계급의 일이든 그도 아니면 그 무엇이든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의지란다.


의지에게 묻는다. 정말이냐고, 정말 그러하냐고...


"분노, 상처, 고통에 빠져들지 말라. 그것들은 당신의 에너지를 훔쳐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 레오 버스카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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