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체제의 문제는 단지 정치권력의 집중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심성구조에 심대한 정신적 병리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종종 한국 남성들의 권위주의적 성격의 핵심은
그들의 인생이 파란만장한 현실 앞에서 물위에 동동 떠있는 일엽편주처럼 삶의 모든 것이 외부의 힘(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내면적 가치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만족시키는
감정을 보람이라고 했을 때 한국 남성들의 보람이란 내면적인 것이 아니라 외재적 가치 다시 말해 늘 자신의 존재 바깥에 있는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인들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을 유교적 봉건주의에서 찾는 분석에 대해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교적 봉건주의는 체면을 중시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면의 염치도 따지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현실에 나타나는 현상의
대부분은 본질적으로 염치는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대단히 강력한 듯 보이지만 권위주의적 성격이란 속성상 외부에서
몰아치는 격랑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보호본능이 본질이므로 외부의 변화에 대해 늘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취약성을 지닌다.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허약하며 텅빈 것이 한국 남성들의 내면 세계 풍경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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