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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 밤 소나기 밤 소나기 - 허수경 재실댁은 아파트 파출부 그 집 아재 김또돌 씨는 하수구 치는 일을 했제 야반도주 고향을 베린 지 어언 십여 년 하루떼기 벌이에 이골은 났지만 날이 갈수록 왜 이리 쪼그라만 드는 살림 단칸 월세방에 내외간이 딴이불 거처를 하는데 김또돌 씨 술이라도 한잔 들이키는 날에는 이불 싸가지고 마루에 누웠제 옌장 마누라쟁이라고 암만 고달퍼도 할 일은 해야제 맨날 돌아누우니 살맛이 나 살맛이 쓴 담배만 뻑뻑 빨다 잠이 들었는데 이쿠 소나기야 마루까지 치받고 후둑거리는 소나기 피해 우당탕탕 챙겨 방으로 들어왔는데 소나기 핑계로 들어와 누웠는데 웬일로 재실댁이 먼저 안겨오지 않나 소나기 한번 장하데이 이녁도 장하게 한번 들어오소 김또돌 씨 소나기처럼 황소처럼 달려들었제 임자요 섭했지예 몸이 천근 같으.. 더보기
황지우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 지금보다 어렸을 때... 이 시를 읽으며 나는 황순원의 단편 어느맨가에 나오는 겉늙어버린 동리 형처럼 끼룩끼룩대며 웃었다. 이상하게 세상을 다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생리적 연령이 어리거나 .. 더보기
안전지대 고라즈데 - 조 사코 지음 |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2004)  안전지대 고라즈데 - 조 사코 지음 |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2004) 악을 행하는 사람은 우선 자기가 선을 행한다고 믿어야 한다. 이데올로기, 그것은 '정의의 실현'이라는 악마의 행위를 발생시키고, 악마의 행위자에게 신념과 결심을 갖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본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비치고, 따라서 그들은 비난이 아니라 찬사와 명예로운 소리만 듣게 되는 것이다. - 알렉산더 이자예비치 솔제니친 말(言)은 종종 현실을 외면하거나 거짓으로 꾸며낸다는 점에서 소통을 위한 진실한 수단일 수 없다. 우리는 팻맨(Fatman)과 리틀 보이(Little Boy)란 이름의 어디에서도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름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8.. 더보기
한국 축구의 영웅들 : 축구 명예의 전당 헌액 7인 열전 - 대한축구협회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2005) 한국 축구의 영웅들 : 축구 명예의 전당 헌액 7인 열전 - 대한축구협회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2005) 오늘날 많은 이들이 축구를 염려한다. 근대성(modernity)을 성찰하는 이들은 축구가 근대의 산물이라며,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염려한다. 또 반자본주의 활동가들 중에는 연원이 제법 오래된 3S(Sex, Screen, Sports)정책이나 최근 신경제의 새로운 조직이론, ‘연방주의(federalism)'의 최첨단이자 모태로서 FIFA라는 - 스포츠정신이나 도덕과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 조직을 연구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축구는 주목할 만한 문화적 현상이다. 축구는 정말 근대의 산물이었을까? 이 문제에 답하는 것조차 .. 더보기
문화 연구 이론 - 정재철 지음 | 한나래(1998) 문화 연구 이론 - 정재철 지음 | 한나래(1998) "문화연구이론"이란 책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 책의 머리말이 소상하게 밝혀주고 있다. "거의 1년 6개월 전부터 한국방송학회 문화이론분과에 속해 있는 10여명의 소장 학자들은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대중 문화나 문화 연구를 강의할 때 쓸 수 있는 대학 교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를 현실에 옮기기 위해 함께 집필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이 바로 "문화연구이론"이다. 국내의 소장 학자 10여 명이 모여 문화연구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현재 현장에서 강의되고 있는 문화연구, 문화이론의 강의 현장이다. "문화연구이론"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문화 연구의 주요.. 더보기
성의 역사학 :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 후지메 유키 지음 | 김경자 | 윤경원 옮김 | 삼인(2004) 성의 역사학 :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 후지메 유키 지음 | 김경자 | 윤경원 옮김 | 삼인(2004)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논쟁과 성의 역사학 - 새로운 혹은 해묵은 논쟁의 관점들 후지메 유키의 "성의 역사학 -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는 부제가 충분히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어떻게 관리(통제)하여 왔는가? 그것은 근대의 틀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통제되고, 억압되어 왔는가를 마르크스적인 관점과 페미니즘의 관점을 이용해 연구고찰한 결과물이다. 후지메 유키는 근대공창제는 군대, 군사주의, 근대국민국가 체제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는 군대 위안과 성병 관리를 기축으로 한 국가관리 체계이며, 근대국가 건설, 특히 강력한 군대 건설의 이익과 결합해 탄생.. 더보기
미겔 에르난데스 -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Mis ojos, din tus ojos) -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눈이 아니요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 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 없이는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나의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시들어지는 십자가 길입니다. 그대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의 별이 없다면 나는 어느 곳을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는 내 목소리는 약해만 집니다. 그대 바람의 냄새, 그대 흔적의 잊혀진 모습을 쫓습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서 끝납니다. * 종종 내가 시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참말 다.. 더보기
기호학으로 본 스타시스템의 변화 - <My Prime Club:동양증권 사보>, 2011, 02 기호학으로 본 스타시스템의 변화 현대의 일상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신화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스타』(문예출판사)를 통해 스타를 통해 본 대중문화를 읽고 다시 사회를 해석하고자 했다. 그에게 있어 스타란 사회를 해석하는 상징이자 기호였다. 에드가 모랭은 “스타는 확실히 하나의 신화인데, 그것은 단지 몽상(夢想)일 뿐만 아니라, 힘 있는 관념”, 다시 말해 세상을 구축하고,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적 서사란 뜻이다. 우리는 이 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스타(Star)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 기능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신화를 뜻하는 미토스(mythos)란 말은 본래 고대 그리스어에서 온 용어인데 이 말은 ‘서사(敍事)’를 뜻한다. 서사란 작은 의미에서의 ‘이야기(story)’가 아니라 보다 큰.. 더보기
신화 -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지음 | 안성찬 옮김 | 해냄(2001) 신화 -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지음 | 안성찬 옮김 | 해냄(2001) 해냄에서 출간하고 있는 "클라시커50" 시리즈 중 현재까지 출간된 전권을 구입했다. 알게모르게 이런 류의 책들은 재미있다. 책을 만들 때 주요 독자층에 대한 계산은 실내 수영장에서 물 밑으로 깊이 잠수하여 떠오르지 않고, 중간 지점에 머무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적당한 무게 추를 몸에 달지 않고는 부력의 저항에 못이겨 계속 떠오르게 된다. 해냄의 클라시커50 시리즈가 앞으로 얼마나 진행될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내 관심이 지속되는 한 아마 계속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는 이 시리즈가 내 수준에서 보았을 땐 적당한 심도로 잡학에 대한 내 관심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처음 "클라시커"란 말을 접했을 때 이게 무슨 말인지 몰.. 더보기
함민복 - 서울역 그 식당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 가끔 어떤 시들을 읽노라면 사람의 마음이 울컥해진다. 중요한 건 쌩하니 차가운 바람 소리 들리며 "벌컥" 문이 열리고 마음이 들고 나는 것이 아니라 울컥해진다는 거다. 사람들이 생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