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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음악 - 김정환 지음 | 청년사 | 2001 내 영혼의 음악 - 김정환 지음 | 청년사 | 2001 시인 김정환은 클래식음악 매니아로도 널리 알려진 편이다. 음악을 언어로 풀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음악은 물론 문학이나 미술 모두 감정에너지를 창조의 원천으로 삼는다는 점에선 공통되지만, 음악이 언어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었다면 구태여 바흐나 베토벤이 음악을 만들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을, 그것도 이론이나 음악사가 아니라 감상을 언어의 형태로 풀어내는 일은 어렵다. 단순히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시(詩)에 대해 내리는 모든 정의가 오류의 역사이듯 그 또한 오류를 반복하는 일이 될 게다. 그것이 어려우므로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나서 단순히 몇몇 찬사를 반복하는 것으로 감상평을 매듭짓곤 한다.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거나.. 더보기
경제위기와 청년세대의 하위문화 - 루저(loser)문화의 재현 양상과 특징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와 청년세대의 하위문화 - 루저(loser)문화의 재현 양상과 특징을 중심으로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 장기하와 얼굴들, 중에서 1. 청년세대 루저(Loser)문화 등장의 경제적 배경 분단과 전쟁 이후 1980년대 후반기까지 지속적인 성장세를 자랑하던 한국은 1997년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맞으며 좌초하고 말았다. 이후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기업매각 등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를 조기 청산하는데 성공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의 졸업을 선언한다. 그러나 선언 이후 한국의 경제 구조는 외환위기 이전의 상.. 더보기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탄금시인1 탄금시인1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슬픈 밤을 단 한 번이라도 잠자리에서 울며 지새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천상의 힘이여,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우리를 삶으로 인도하셨고 당신들은 불행한 자로 죄짓게 하셨으며 슬픔 속에 내 맡기셨나니 이 세상의 죄란 죄는 모두 제 값을 치르게 마련입니다 Harfenspieler 1 Johann Wolfgang von Goethe Wer nie sein Brot mit Tränen aß, Wer nie die kummervollen Nächte Auf seinem Bette weinend saß, Der kennt euch nicht, ihr himmlischen Mächte. Ihr führt ins Leben uns hi.. 더보기
천양희 - 한계 한계 - 천양희 한밤중에 혼자 깨어 있으면 세상의 온도가 내려간다. 간간이 늑골 사이로 추위가 몰려 온다. 등산도 하지 않고 땀 한 번 안 흘리고 내 속에서 마주치는 한계령 바람소리. 다 불어 버려 갈 곳이 없다.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언 몸 그대로 눈보라 속에 놓인다. 출처 : 천양희,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비평사, 1994 * 깊은 밤 세상 만물이 모두 잠든 것 같은 시간에 홀로 깨어난다. 곁사람의 고운 숨소리도, 태어난지 이제 막 7개월 된 딸 아이의 뒤척임도 저 멀리 있다. 갑자기 깨어나 부우우하며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는 냉장고, 초침의 재깍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저 멀리 한길로 밤새워 북으로 달리는 차량 불빛이 서치라이트처럼 희번득하는 밤에 문득 이제 다 살아버린 듯 갈 곳도.. 더보기
황동규 - 몰운대행(沒雲臺行) 몰운대행(沒雲臺行) - 황동규 1 사람 피해 사람 속에서 혼자 서울에 남아 호프에 나가 젊은이들 속에 박혀 생맥주나 축내고 더위에 녹아내리는 추억들 위로 간신히 차양을 치다 말고 문득 생각한 것이 바로 무반주(無伴奏) 떠돌이. 폐광지대까지 설마 관광객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길들의 고요. 지도를 펴놓고 붉은 볼펜으로 동그라미 하나를 치고 방학에도 계속 나가던 연구실 문에 자물쇠 채우고 다음날 새벽 해뜨기 전 길을 나선다. 2 영월 청령포를 조심히 피해 31번 국도를 탄다. 상동 칠랑에서 국도를 버리고 비포장 지방도로로 올라선다. 중석 걸러낸 크롬 옐로우 물이 길 옆 시내 가득 흘러오고 저단 기어를 넣은 `프레스토'가 프레스토로 떤다. 차 고장 없기만을 길의 신(神)에 빌며 망초꽃이 모여선 길섶을 지나 아다.. 더보기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 기광서 | 김성보 | 이신철 | 역사문제연구소 | 웅진지식하우스(2004)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 기광서 | 김성보 | 이신철 | 역사문제연구소 | 웅진지식하우스(2004) 출발하여 밤길을 걸어가는데, 구성시를 들어가지 않고 산고지에 집결하여 식사 등을 하는데 찬 돌 위에서 달게 먹으면서도 항상 집 생각에 눈물이 날듯하여 참을 수 없다. 저녁을 먹지도 못하고 출발하는 바, 떠날 당시 찬바람이 죽죽 부는데 눈물이 자연히 나도다. 내 아무리 고향을 찾아갈 날이 있겠지 라고 굳게 각오하고 목적지를 향하였다. 태천시, 자성시는 여전하더니 전부 불태워지고 말았다. 이 책은 1945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립부터 동구 사회주의 몰락 이후 현재에 이르는 북한, 북한 사회, 북한의 정치 경제사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 쓰고 있는 일종의 역사책이다.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 더보기
희망은 길이다 - 루쉰 | 이철수(그림) | 이욱연 옮김 | 예문(2003) 희망은 길이다 - 루쉰 | 이철수(그림) | 이욱연 옮김 | 예문(2003) 나는 "루쉰" 선생을 존경한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지만 존경한다는 건, 다른 말로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어요"란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음속으로 존경만 하고 그의 삶을 본받지 않는다면 존경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를 지니겠는가란 뜻에서 한 말이었다. 문제는 정작 말만 그렇게 하고 나 역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일 게다. "희망은 길이다"란 책을 나는 지금까지 근 10여 권 넘게 구입했다. 내가 이 책을 그렇게 많이 구입한 것은 내가 한 권을 읽고 난 뒤 나만 읽지 않고 좀더 많은 이들에게 루쉰의 글을 읽게 하고 싶다는 욕심에 그리한 것인데, 오늘 살펴보니 그간 이 책을 선물 받은 이들이 죄다 꿀 먹은 벙어리가 .. 더보기
신경림 - 다리 다리 - 신경림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 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 언젠가 글에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 중 하나는 자존감, 즉 자기존재감이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도 지겨울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서지 못할 때, 사랑도 지겹고, 허무해집니다. 그런데 때로 사랑에 이 자기존재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마음이 도리어 장애가 될 때도 있습니다. 나를 온전히 주고 싶다는 마음은 때로 나를 온전히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나.. 더보기
슬로우 불릿,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  슬로우 불릿,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 경북 칠곡군 왜관읍은 내게는 그리 낯선 동네가 아니다. 대학 들어가기 전 3년 동안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무렵 왜관읍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성 베네딕도 수도원 공사 현장에서 겨우내 일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네딕도 수도원 공사현장은 제법 규모가 크고, 읍내와 거리도 있는 편이어서 별도의 함바(공사현장노무자를 위한 밥집)집도 있었다. 음식의 질이야 얼마 전 ‘함바 비리 사건’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대로 수준 이하였지만 어쨌든 끼니와 군것질거리, 담배 등속은 함바를 통해 해결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왜관읍까지 나갈 일은 별로 없었다. 다만 비 오거나 공사가 없는 날엔 읍내에 나가 단백질을 보충하거나 귤 한 봉지 사서 나눠먹는 일은 종종 .. 더보기
김상미 - 연인들 연인들 - 김상미 내 몸에서 나가지 마 눈썹이 닿고 입술이 닿고 음부 가득 득실거리던 꿈들이 닿았는데 서릿발 같은 인생 겨우 겨우 달랬는데 나가지 마 시커멓게 열려 있는 비존재들. 그 허공 속으로 우린 연인들이야 날마다 새로워지는 마음 금빛 월계관처럼 육체에다 씌우며 몰아, 몰아, 그 뜨거운 파도 그 치열한 외침 인생이 보일 때까지 껴안고 또 껴안아야지 자지러지면 어때 신선한 육체의 광택 바다와 사막을 길어나르듯 땀 흘리며 몸부림치고 매달리면 어때 숨쉬는 육체의 수렁은 깊고도 깊어 나 네게서 떨어지지 않을래 쫙 쫙 쫙 입 벌리는 관능 몸이 몸을 먹는 경이, 경이 속으로 끝도 없이 흘러 흘러갈래 내 몸에서 나가지 마 우린 연인들이야 더러운 신의 놀라운 흔적들이야 땅이고 하늘이야 출처 : 김상미, 『모자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