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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의자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1996) 피터의 의자 - 에즈라 잭 키츠 |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1996) 에즈라 잭 키츠가 뉴욕 브룩클린의 유대계 폴란드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앞서 "내친구 루이"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폴란드 그리고 유대인, 이민자... 라는 이 세 단어는 에즈라 잭 키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폴란드계 유대인하면 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인물은 "로자 룩셈부르크"이다. 막스 갈로의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엔 이런 대목이 있다. 로자로 하여금 삶을 지탱하도록 해준 것, 시련을 견뎌나가게 해주고, 정면으로 맞서며, 추락할 때마다 다시 튀어오르게 해준 것, 불안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게 해준 것은 유머였다. 아마 그건 자신도 모르게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는 출신이 부.. 더보기
가진 자들만의 민주주의를 끝내야 한다 - <환경과생명>. 2008년 여름호(통권 56호) 가진 자들만의 민주주의를 끝내야 한다 『승자독식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김양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8 『부자들이 지구를 어떻게 망쳤나』, 에르베 캄프 지음, 진민정 옮김, 에코리브르, 2008 어떻게 시민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광화문 시청 앞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여 벌이는 촛불 시위가 30여 일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촛불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시위는 서울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6월 항쟁이 되는 것이 아니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해 시민 사회의 목소리에 맞서는 정부의 자세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아니 정부의 자세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여대생이 전경의 군홧.. 더보기
유종원(柳宗元) - 강설(江雪) 江雪 - 유종원(柳宗元, 773~819) 온산에 새 한마리 날지 않고 모든 길에는 이미 인적마저 끊겼는데 외로운 배 위엔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질, 차운 강에는 펄펄 눈만 내리고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 낚시엔 취미가 없었다. 생명을 걸고 생명을 낚는 일이 낚시라서 나는 낚시가 싫었다. 아마 삿갓 쓴 저 노인이 낚고자 한 건 세월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눈 내리는 강가에서 물고기 낚일리 없으니... 더보기
오세영 - 그릇 1 그릇1 -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君子不器'라 했다. 나는 이 오세영 시인의 시론을 보여주는 시라 평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절제와 균형은 그의 시세계를 이루는 대위법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는 언제나 중심이 도사리고 있다. 표현은 중심에서 어긋나지 않으므로 파격적인 표현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엔 언제나 힘이 있다. 까닭은 오세영의 시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중심이 아니라 '부드럽고 유연.. 더보기
마스터 키튼 세트(1~18) -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2004) 마스터 키튼 세트(1~18) -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2004) "우라사와 나오키"란 이름은 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일본의 만화작가이다. 내가 우라사와 나오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파인애플 아미(Pineapple Army, 1986)"를 통해서 였다. 이 작품에서 "파인애플"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파인애플이란 미국식 그레네이드(수류탄)의 별명이란 거다.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 굉장히 낯설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무렵 소개되던 일본 만화의 거의 태반이 아동만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들인데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그림체 또한 당시 만화선들보다 다소 굵고, 거칠고 인물 캐릭터 묘사도 예쁘다기보다는 평.. 더보기
최승희 - 정수웅, 눈빛(2004) 최승희 - 정수웅, 눈빛(2004) 『최승희 -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어느 무용가의 생애와 예술』이란 책은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출판된 책 중 가장 호화로운 책 가운데 하나다. 우선 겉 표지 그렇고, 겉표지를 벗겨낸 뒤 바라본 양장본 속표지가 그렇다. 자줏빛 장미가 새겨진 비단천(물론 비단천은 아닐테지만)으로 속을 감싸고 거기에 책등엔 금박으로 제목이 아로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무용가 최승희에 대한 평전 성격으로 생각하여 구입한다면 약간 후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이정 박헌영 일대기"처럼 평전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자료집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사진전문출판사인 "눈빛"에서 출간된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인 듯 싶다. 이 책은 다큐멘터.. 더보기
삶의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으니!(Beyond life nothing goes!) "고양이는 쥐를 가지고 놀 때, 쥐를 얼마쯤 도망치게 버려두기도 하고 쥐에게서 등을 돌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쥐가 고양이의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에는 다를 바가 없다. 만일 쥐가 그 테두리를 뛰쳐나오면 고양이의 권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잡힐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전에는 그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지배하는 공간, 고양이가 쥐에게 허용하는 희망의 순간들, 그러나 잠시도 눈을 딴 데로 돌리지 않는 면밀한 감시와 해이해지지 않는 관심, 그리고 쥐를 죽이려는 생각. 이것을 모두 합친 것, 즉 공간, 희망, 빈틈없는 감시와 파괴적인 의도를 권력의 실체, 좀더 단순히 말해 권력 그 자체라고 부를 수 있다." - 엘리아스 카네티 ◀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Jean Augus.. 더보기
나희덕 - 상현(上弦) 상현(上弦) - 나희덕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녘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神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때로 그녀도 발에 흙을 묻힌다는 것을 외딴 산모퉁이를 돌며 나는 훔쳐보았던 것인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구름 사이 사라졌다가 다시 저만치 가고 있다 그녀가 앉았던 궁둥이 흔적이 저 능선 위에는 아직 남아 있을 것이어서 능선 근처 나무들은 환한 상처를 지녔을 것이다 뜨거운 숯불에 입술을 씻었던 이사야처럼 * 상현(上弦)달을 영어로는 'first quarter'라 부른다. 과학적인 표현일진 몰라도 매가리 없고, 풀 죽는 느낌이다. 신화의 세계에서 달은 언제나 여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 원시시대 인류가 사냥과 채집에서 돌아와 동굴 속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서로의 온기로 휴식.. 더보기
한국 액션영화(살림지식총서 44) - 오승욱 | 살림(2003) 한국 액션영화(살림지식총서 44) - 오승욱 | 살림(2003) ▶ 고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집 한 권에 1,500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야 그 시절보다 더 저렴했던 시절도 있었을 테니 두 말하면 입 아픈 얘기다. 요새 시집 한 권에 얼마더라... 하고 살펴보니 한 권에 6,000원 정도 한단다. 이번에 살림지식총서 중 예술 분야로 묶인 10권들이 한 세트를 구입했다. 정가대로하면 33,000원이다. 물론 인터넷으로 구했으니 가격은 더 저렴해진다. 어쨌든 이 한 권의 정가는 3,300원이다. 시집이랑 판형이 똑같고, 쪽수도 100쪽 안팎으로 손에 잡히는 느낌도 똑같다. 이 책은 주제가 재미있어서 먼저 읽게 된 책이다. 제목하여 "한국 액션 영화"다. 액션 영화라... 액션영화는 비디오 가게.. 더보기
용산참사 2주년을 되돌아보며... '용산참사'. 정식명칭은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사건이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5시 33분, 대한민국 수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 경찰과 용역 직원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경찰특공대 1명, 철거민 5명이 목숨을 잃었고, 2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부터 추진했던 뉴타운과 도시정비사업의 결과였다. 서울시가 도시환경정비라는 목적으로 추진했던 도시정비사업은 서울 곳곳에서 벌어졌고, 그중에서 용산 4구역은 한강로3가 일대 5만3,442평방미터를 재개발하는 거대한 사업이었다. 재개발로 인해 인근의 땅값이 크게 올랐고, 그 결과 이 일대 지역에서 상가를 임대받아 장사를 하던 이들은 버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