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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벗에게… 상처 입은 벗에게…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요즘 『논어』를 읽고 있다. 사실 『논어』를 이제 처음 읽는 것은 아니지만 내 나이 마흔에 지리산 종주는 못하더라도 내 나이 오십이 되기 전에 『대학』, 『논어』, 『맹자』, 『중용』 같은 동양고전을 일람(一覽)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시작한 일이다. 나는 『논어』를 잘 읽기 위해 『천자문』을 다시 읽었고, 신영복의 『강의』를, 중국사와 중국철학사를 읽었고, 작년에 『대학』을 읽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책읽기와 같은 일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순서를 정하고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바 그대로 차곡차곡 진행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나는 새로운 책을 구입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그동안 내가 구입한 책들의 순서를 정해 잘 읽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직업(職.. 더보기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다리 놓을 교육은 뭘까 - <기전문화예술>, 2006년 9.10월호(통권 45호) 문화예술교육기획Ⅴ_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다리 놓을 교육은 뭘까 도정일·최재천, 『대담』, 휴머니스트, 2005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부제이긴 하지만 인문학자 도정일(경희대 영어학부 교수, 비평이론) 선생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생물학) 선생의 『대담』은 부제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밀도 있는 대화를 책 속에담아내고 있다. 『대담』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4차례의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얼마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파동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교류와 문제의식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로 주목받았다. 이 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담론체계와 배경문화를 가.. 더보기
옥타비오 파스 - 서로 찾기 서로 찾기 -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Lozano) 나의 몸에서 너는 산을 찾는다 숲 속에 묻힌 산의 태양 너의 몸에서 나는 배를 찾는다 갈 곳을 잃은 밤의 한중간에서 * ◀ 1937년 무렵의 옥타비오 파스(1914~1998) 나는 정신의 사랑보다 몸의 사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랑의 유물론'쯤이라고 해두자. 이 말은 지금 그대가 내 곁에 없어도 여전히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난 지금 그대가 내 곁에 없어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의심받고 엄살로 치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랑Eros의 완성체, 진정한 종결자는 결혼, 생식 - 이건 과정일 뿐 - 이 아니라 죽음Thanatos이다. 같은 의미에서 옥타비오.. 더보기
진달래꽃 - 김소월 | 민음사(1977) 옷과 밥과 자유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 새요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베 눌하게 익어서 숙으러졌네 초산(楚山)지나 적유령(狄踰靈)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나는 소월 김정식의 시를 가슴 깊이 절절하게 느껴본 적이 몇 번 없었다. 그러니까 최근 그의 시들을 다시 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니까 나의 시 감상이란 것은 대개 좀더 직접적으로 분출되는 어떤 정서적인 것에 기댄 바가 컸던 것이다. 조용필이란 가수를 알기 위해서 내게는 좀더 나이 듦의 시간이, 위스키가 참나무통 안에서 숙성해 가듯 탄닌과 기타 성분이 참나무통이란 숨쉬는 공간 안에서 숙성해가는 것처럼 인간의 영혼을 가두고 있는 육신의 참나무 통도 그렇게 갇힌 듯 숨쉬며 숙성해 가는 공간이 바로 삶의.. 더보기
Into the Celtic Folk - Various Artists | EMI(2005년 9월) Into the Celtic Folk - Various Artists | EMI(2005년 9월) 고대 유럽의 정복자였던 켈트인들은 신발을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그들이 남긴 유물 가운데는 신발 모양으로 제작된 상징품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아마도 그들 자신이 오랜 세월 떠돌아다니며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조상일지도 모른다고 배워온 유목민족인 우랄알타이어족이 낯선 만큼 서구 유럽인들에게도 실질적으로 켈트인들은 그만큼 낯선 종족이어야 맞다. 하지만 그들에게 켈트인 혹은 켈트적인 것은 낯설지 않은 듯 보인다. 우선 켈틱이라는 것이 지역적으로는 아일랜드의 전통 속에 살아있다고 믿는 탓이고, 이들은 18~19세기 아일랜드의 대기근 등 대체로는 가난 때문에 신대륙으로.. 더보기
송종찬 - 별을 보며 별을 보며 - 송종찬 한여름 제자 앞에서 빤스 바람에 스스럼없이 담배를 무는 스승의 시론은 曲卽全이다 우주의 고향 고흥반도에 와서 불어오는 갯바람에 막무가내로 떠 있는 별을 본다 별 촘촘히 박혀 있는 하늘의 길은 곡선인가 직선인가 살아간다는 건 변산반도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아니고 김제평야의 바둑판 같은 면도 아닌데 강을 향해 돌을 던지듯 먼 마음에 점 하나를 찍어놓고 징검다리를 건너가듯 내 사랑하는 여인들을 이어보아도 선이 되지 않는다 내 지나왔던 길들을 이어보아도 면이 되지 않는다 별들 사이로 보이는 길 없는 길 내 사랑도 먼 우주를 돌고 돌아 대숲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송종찬, 쿨투라, 2009년 봄호(통권13호) * 선도, 면도 되지 못하는 것인데 시인은 어찌 대숲처럼 흔들리는 사랑을 보았을.. 더보기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 요시다 아키미 |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2009) 바나나 피시 Banana Fish - 요시다 아키미 | 김수정 옮김 | 애니북스(2009) "바나나 피쉬"란 만화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알게 된 모 사이트의 (현재는 역사 선생님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운영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닉네임이 애쉬(Ash)였다. 영어 '애쉬'는 타다 남은 재란 뜻과 물푸레나무란 뜻이 있다. 그가 사용하는 애쉬는 만화 "바나나 피쉬"의 애쉬 링크스였다. 전에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공중화장실과 목욕탕을 제외하고 문화의 장르 분화에서 만화처럼 확실한 성(性) 구분이 있는 것도 드물다. 아무리 잘된 순정만화라도 어지간해서 남성들이 보는 일은 드물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장르 역시 남성 만화 애호가들의 그것과는 구분된다.. 더보기
그리스로마 신화사전 - M.그랜트 | 김진욱 옮김 | 범우사 『그리스로마 신화사전』 - M.그랜트 | 김진욱 옮김 | 범우사 “로고스와 뮈토스는 말의 양면이며, 양자 다같이 정신생활의 기본적 기능이다. 논증으로서의 로고스는 올바르고 논리에 닿을 경우는 진실이지만 뭔가 속임수가 있을 경우는 허위가 된다. 그러나 뮈토스는 오로지 뮈토스 외에 아무 목적도 없다.” - 피에르 그리말 ▶ 그리스로마신화의 계보도 사실 신화가 우리에게 중요한 무엇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소한 우리 국내의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극히 최근 십여년의 일이다. 80년대말 90년대 초엽까지 우리는 민주화 문제에 전념하고 있던 상황인지라 신화 이야기는 어딘가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쯤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고, 그저 교양의 일부를 이루기 위해 읽어두어야 할 무엇으로 간주되었다. 내가 정확히 그 .. 더보기
블로그 - 레베카 블러드 | 정명진 옮김 | 전자신문사(2003) 『블로그』 - 레베카 블러드 | 정명진 옮김 | 전자신문사(2003) 웹로그 탄생 10주년 2007년은 인터넷, 웹, 사이버공간의 역사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10년이다.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뒤이어 수소폭탄을 개발할 때까지도 미국은 자신들이 세계를 주도해나가는 우위의 군사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뒤이어 소련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1957년 10월 4일엔 미국보다 앞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까지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미국은 우주를 제압당했다는 공포와 소련이 발사에 성공한 로켓에 대륙간핵탄두미사일(ICBM)을 이용해 선제공격을 가해올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스푸트니크 공황’에 빠졌다. 1958년 미국 국방부는 소련의 선제 핵공격 뒤에도 살아남아 보복공격을 가할 .. 더보기
송기영 - 토마토 하나의 이유 토마토 하나의 이유 - 송기영 엄마는 기어코 토마토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못마땅했지만 엄마와 장에 나가 기수, 선규, 홍구, 계영, 소연, 재정, 춘희, 현구, 보경이, 영식이를 팔았습니다. 덤으로 만수와 은이를 넣어주자, 만수가 싱싱하지 않다며 엄마가 아끼는 정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막무가내여서, 만수에다 천수까지 얹어주고 삼천 원을 받았습니다. 잔돈을 거슬러주다가, 아주머니 이 사이에 낀 정이를 보고 화가 났습니다. 반 토막 난 정이를 찾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비닐 봉지가 터지며 홍구, 계영, 보경이가 흙바닥을 떼구루루 굴렀습니다. 홍구, 계영, 보경이를 안고 얼굴을 씻기던 엄마가 마침내 싸움을 말렸습니다. 왜들 싸우구 그래? 그깟 토마토 하나 가지구. 송기영,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