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하나의 이유
- 송기영
엄마는 기어코 토마토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못마땅했지만 엄마와 장에 나가
기수, 선규, 홍구, 계영, 소연, 재정, 춘희, 현구, 보경이, 영식이를 팔았습니다. 덤으로 만수와 은이를 넣어주자, 만수가 싱싱하지 않다며 엄마가 아끼는 정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막무가내여서, 만수에다 천수까지 얹어주고 삼천 원을 받았습니다. 잔돈을 거슬러주다가, 아주머니 이 사이에 낀 정이를 보고 화가 났습니다. 반 토막 난 정이를 찾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비닐 봉지가 터지며 홍구, 계영, 보경이가 흙바닥을 떼구루루 굴렀습니다. 홍구, 계영, 보경이를 안고 얼굴을 씻기던 엄마가 마침내 싸움을 말렸습니다. 왜들 싸우구 그래?
그깟 토마토 하나 가지구.
<출처> 송기영, 『세계의문학』, 2009년 봄호(통권131호)
*
『세계의문학』에 실린 송기영의 시 두 편을 읽고 웃었다. 하도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고, 그 천연덕스러움에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 시들을 놓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한 시로 읽는다면 과잉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읽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또한 그렇기에 풍자로 읽으면 재미는 배가 된다.
최근에 청와대는 ‘신빈곤층’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금지시켰다고 한다. 마치 자기들 대에 와서 빈곤층이 새롭게 증가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말장난의 시인들이 청와대에 모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