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며
- 송종찬
한여름 제자 앞에서
빤스 바람에 스스럼없이 담배를 무는
스승의 시론은 曲卽全이다
우주의 고향 고흥반도에 와서
불어오는 갯바람에
막무가내로 떠 있는 별을 본다
별 촘촘히 박혀 있는 하늘의 길은
곡선인가 직선인가
살아간다는 건
변산반도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아니고
김제평야의 바둑판 같은 면도 아닌데
강을 향해 돌을 던지듯
먼 마음에 점 하나를 찍어놓고
징검다리를 건너가듯
내 사랑하는 여인들을 이어보아도
선이 되지 않는다
내 지나왔던 길들을 이어보아도
면이 되지 않는다
별들 사이로 보이는 길 없는 길
내 사랑도 먼 우주를 돌고 돌아
대숲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출처> 송종찬, 쿨투라, 2009년 봄호(통권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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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면도 되지 못하는 것인데 시인은 어찌 대숲처럼 흔들리는 사랑을 보았을까?
육조 혜능의 풍번(風幡) 일화가 떠올랐다.
내 사랑하는 여인들을 이어보아도
선이 되지 않는다
내 지나왔던 길들을 이어보아도
면이 되지 않는다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
사랑도 저와 같지 않을까? 비풍비번(非風非幡)의 사랑. 바람도, 깃발도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다만 그대의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