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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역사 - 마이클하워드. 로저루이스 외 | 차하순 옮김 | 이산(2000) 20세기의 역사 - 마이클하워드. 로저루이스 외 | 차하순 옮김 | 이산(2000) 이 책은 지난 1998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에서 를 번역한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하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유는 일단 책 자체가 다루고 있는 하중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분량 역시 만만치 않은 탓이 크다. 일단 그 묵직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목차는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로드맵이자, 그 책의 구조를 보여주는 가장 합리적인 설계도인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복 출판의 악명이 높은 곳이라면 목차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진다. 만약 같은 책이 중복 출판되었는데 그 중에서 좀더 좋은 책을 고르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목차를 자세히 살펴보.. 더보기
벌거벗은 여자 - 데스몬드 모리스 |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2004) 벌거벗은 여자 - 데스몬드 모리스 |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2004) 영국 최초의 미술학과 교수였던 존 러스킨(John Ruskin)은 29세에 결혼했다. 그와 그의 아내는 당시 관습에 따라 상당 기간의 연애 기간을 거쳐(약혼을 포함해서) 결혼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러스킨은 미술에 상당히 조예가 깊어 고대의 대리석 조각과 회화 등을 통해 여성의 신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잘 알고 있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성의 벗은 몸에 대해 나름대로 잘 알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심미적 관점에서 여성의 육체를 즐길 줄 알았다. 러스킨의 아내는 결혼 얼마 뒤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유는 남편인 러스킨이 섹스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그 자신과 관계를 갖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더보기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권혁범, 삼인(2004)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권혁범, 삼인(2004) "무인도를 꿈꾼다"는 말 속에는 단지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말은 아닐 게다. 그 말엔 존 레논의 소박한 무정부주의 찬가 "Imagine"의 노랫말처럼 도달해야 할 이상으로서의 "천국"도, 딛고 올라서야 할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려 오는 "지옥"도, 우리를 옭죄는 "국가"도, 탐욕을 부추기는 "소유"도 없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담고 있다. 나 하나쯤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서 세상에 종말을 고하는 것이 아니란 걸 알기에 일탈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경우에만 아름답고, 즐거운 상상일 수 있다. 그 누구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안기관 요원들에게 끌려가 욕조물을 흠씬 들이키다 목이 눌려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보기
정현종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그래 살아 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 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 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그래 살아 봐야지"란 의미심장한 독백으로 시작하는 은 '공'이 지닌 탄력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역전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1년에 한 차례씩 초등학생부터 어머니들까지 참가하는 전국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 백일장을 개최할 때마다 대략 5천에서 6천 명 정도되는 참가자들이 주어진 주제로 시나 산문을 작성하는데 내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수상.. 더보기
프란츠 폰 슈투크(Franz von Stuck, 1863-1928) 프란츠 폰 슈투크(Franz von Stuck, 1863-1928) 자화상 - 아뜰리에, 1905, 베를린국립미술관 독일 화가, 조각가이며 판화가, 바이에른의 테텐바이스 태생. 뮌헨에서 공부하였으며 1893년 뮌헨 분리파의 창립 회원이 되었다. 1895년 뮌헨 아카데미의 교수가 되었고, 그곳에서 칸딘스키, 클레를 가르쳤다. 슈투크는 또한 베를린, 드레스텐, 스톡홀름, 밀라노 아카데미의 명예 회원이었다. 19세기 말에는 아르 누보, 즉 유겐트슈틸 운동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약하였으며, 뮌헨의 자택을 통해 유겐트슈틸의 총체예술(Gesamtkunstwerk)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장식적이고 평평한 색채를 사용해 그림의 분위기를 조절한 것은 어느 정도 후대의 발전을 예시하는 것이다. 슈.. 더보기
2010년 7월의 단상들 월드컵 - 축구는 그냥 축구일 뿐이다. 축구와 월드컵에 대해 쏟아지는 온갖 비판에 대해 익히 알고 공감하면서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자꾸 감정이입이 되는 건 최소한 그들이 쏟아내고 있는 '땀'과 '눈물'은 진실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리바이(alibi) -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사하는 이에게 범죄 시각에 범행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을 '알리바이'라고 한다. 좀더 유식하게 말해 '현장부재증명(現場不在證明)'이라고 하는데, 형사소송법상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책임, 거증책임(擧證責任)은 검사에게 있다. '천안함'침몰사건에 대해 북한에 대고 스스로 혐의를 부인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자신들이 무죄라는 걸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들도 하나.. 더보기
야만의 시대 - 김성진/ 황소자리(2004) 야만의 시대 - 김성진/ 황소자리(2004) 세계의 분쟁지역에 대한 괜찮은 브리핑 "야만의 시대 - 영화로 읽는 세계 속 분쟁"에는 칭찬할 점과 비판할 점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의 제목 "야만의 시대"는 좀 손쉽게 붙은 제목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이 분명 전쟁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야만의 시대"라는 거창한 제목에 부응할 만한 심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오히려 부제 '영화로 읽는 세계 속 분쟁'이 제목에 좀 더 어울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대개 "세계의 분쟁"이라고 하지 않나? 세계 속 분쟁이라고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것이 이 책을 받아든 순간 들었던 첫번째 의문이다. 저자인 김성진, 동덕여대 교수인 그는 연합통신 외신부 기자를 거쳐 시사저널, 중앙일.. 더보기
박정대 - 그녀에게 그녀에게 - 박정대 고통이 습관처럼 밀려올 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바다가 보일 거야 석양빛에 물든 검은 갈색의 바다, 출렁이는 저 물의 大地 누군가 말을 타고 아주 멀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일거야 그럴 때, 먼지처럼 자욱이 일어나던 生은 다시 장엄한 음악처럼 거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되돌아오기도 하지 북소리, 네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들어봐 고독이 왜 그렇게 장엄하게 울릴 수 있는지 네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어봐 너를 뛰쳐나갔던 마음들이 왜 결국은 다시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오는지 네 가슴속으로 되돌아온 것들이 어떻게 서로 차가운 살갗을 비벼대며 또다시 한 줄기 뜨거운 불꽃으로 피어나는지 고통이 습관처럼 너를 찾아올 때 그 고통과 함께 손잡고 걸어가 봐 고통과 깊게 입맞춤하며 고독이 널 사랑.. 더보기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 2007년 09월 28일자 <경인일보> 본래 동아시아의 세계관엔 ‘행복(幸福)’이란 말이 없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세계관에서 행이란 요행, 다행, 불행처럼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복이란 하늘에 속하여(天福) 나의 복을 남이 빼앗아갈 수도, 남의 복을 내가 빼앗아올 수 없는 것으로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었다. 행과 복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의 운명도 서구의 그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라는 세계, 수많은 인간관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속에서 주변과 관계하고 감응하며 변화하는 것이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거나 ‘권불십년(權不十年)’, ‘호사다마(好事多魔)’ 같은 말 역시 상승과 하강, 빛과 그림자가 순환하는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동아시아에서의 개인이 서구의 그것처럼 명료하게 정리될 수 .. 더보기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때문에 울었다 - 모리시타 겐지 | 양억관 옮김 | 황소자리(2004)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때문에 울었다 - 모리시타 겐지 | 양억관 옮김 | 황소자리(2004)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겠는가"하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면 공식적으로 드러난 생활들 말고, 사생활의 일면을 보여주는 책들은 어떤 한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 관계가 부부관계와 같이 보다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아주 사생활에 속하는 부분도 아니라고 하겠다.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가 선천적으로 장애(중증 뇌장애)를 가진 아들 히카리(일본말로 '빛'이란 뜻)에게 정성을 기울여 작곡가로 키워낸 이야기와 같은 사례는 지금도 우리들의 귀감이 된다. 그러나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가 당대의 거장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