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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 사망유희 이소룡 박스 세트 [dts] -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 사망유희 - (5disc) 이소룡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3년 2월 동양의 맨몸은 어떻게 서양의 총탄을 넘어서려는가? 우리는 '이소룡' 세대인가? 종종 '우리'란 말에 염증이 날 때가 있다. '우리나라, 우리 민족, 우리 가족, 우리 식구, 우리 학교' 마치 이 때의 '우리(we)'는 '우리(cage) 혹은 요새(fortress)'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서부 개척 시대의 백인들이 요새를 세우고, 요새 밖의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적대시하고,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때로 "우리"란 말은 그 자체로 폭력일 수 있다. '우리는 이소룡 세대인가?'란 말은 '우리+세대'란 구분에 의해 문화적 결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 더보기
프란시스 윌리암 버어딜론 - 사랑이 끝날 때 사랑이 끝날 때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 프란시스 윌리암 버어딜론 (Francis William Bourdillon)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낮은 하나뿐 하지만 밝은 세상의 빛은 사라진다 저무는 태양과 함께 마음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가슴은 하나뿐 하지만 한평생의 빛은 사라진다 사랑이 끝날 때에는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And the day but one; Yet the light of the bright world dies With the dying sun. The mind has a thousand eyes, And the heart but one: Yet the light of a whole life dies When love.. 더보기
손택수 - 아버지의 등을 밀며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속에 준비해둔 다섯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 더보기
멋진 판타지 - 김서정, 굴렁쇠(2002) 『멋진 판타지』 - 김서정, 굴렁쇠(2002) 문학의 위기를 말한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영상의 시대를 맞이하여 어떤 평자들은 소설은 이제 영상이 흉내낼 수 없는 방식으로 글을 쓰라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래서야 문학은 더욱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류의 주장들 - 문학은 영상매체가 따라올 수 없는 표현, 보다 복잡한 심리묘사와 난해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는 방식으로 문학성을 고수해야 한다 - 은 어제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결국 이런 류의 주장은 모더니즘이 일찌기 주장했던 바이기도 하다. 그런 주장대로라면 앞으로의 문학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고급한 예술로 점차 사멸해가는 장르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서구의 고전음악이라.. 더보기
쳔양희 -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 천양희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 올라간다 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다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 날아다닌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生覺한다는 건 生을 깨닫는다는 것 생각하면 할수록 生은 오리무중이니 생각이 깊을수록 生은 첩첩산중이니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 없어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은 마음이 종일 벼랑으로 몰린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생각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 생각 때문에 밤새우고 생각 때문에 날이 밝는다 생각이 생각을 놓아주지 않는다 지독한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출처 : 천양희, 오래된 골목, 2003, 창비 * 마지막 행 .. 더보기
신동엽 - 담배연기처럼 담배연기처럼 - 신동엽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다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드레박질이여.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맷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퍼 못 다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 가끔 철지난 느와르풍의 옛날 한국 영화들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참 이국적(異國的)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프랑스와 미국의 느.. 더보기
최승호 - 탈옥 탈옥 - 최승호 내가 간수이고 내가 죄수인 세월 흐를수록 욕망은 굳어만 간다 모범수로 늙어가는 욕망 감시하는 간수와 刑을 함께 사니 이 몸뚱이가 바로 벽 두꺼운 형무소, 깨라, 내 안의 벽들이 무너지며 위험한 알몸의 욕망은 뛰어 나온다. * 문학평론가 김현은 "프랑스비평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나에게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강박관념의 대부분은, 내가 소박한 문학비평가로 남아 있고 싶다는 욕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론 서적을 뒤지기 보다는, 아직도, 작품을 앞에 두고, 연금술사들의 고독한 몽상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마음대로 오류를 범하고 싶다는 욕망에 다름 아니다. 그것과 다른 또 하나의 체험은, 크게 실패한 자만이 크.. 더보기
티토 - 재스퍼 리들리 지음 |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2003) 『티토』 - 재스퍼 리들리 지음 |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2003) 뛰어난 전기 작가의 세 가지 덕목 오늘날 전기 작가가 주는 인상은 힐러리 클린턴이나 마돈나 같은 인물의 뒤꽁무니를 추적해 이들이 구태여 감추고 싶은 것들을 파헤쳐 가십거리를 양산해내는 옐로우 페이퍼를 연상하거나 아니면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 고용된 대필 작가들이 쓰는 자서전 형태의 전기들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시기나 유명 인사들의 사생활은 일반 대중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소위 잘 알려진 이들의 배꼽 아래 이야기와 같이 은밀한 장소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일들에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 탓인지 우리 사회에서 전기문학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런 인식에 변화를 주게 된 것은 『체 .. 더보기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 - 신현준 | 문학과지성사(1997)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 - 신현준 | 문학과지성사(1997) 역사 서술의 한 방식이자 대표적인 것으로 통사(通史)란 것이 있다. 시대 순으로 중요한 사건과 경험들을 서술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 교과서가 바로 이런 통사의 일종이다. 역사 서술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통사는 역사를 강물에 여러 지류들이 합류하며 흘러가는 것처럼 기술되는 특성을 지닌다. 통사가 역사 서술의 시작이라는 것은 역사란 것이 기본적으로 시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종착점이라 함은 역사 기술이 하나의 사관에 따라 조합되고 정리되는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사적 서술이 만능은 아니다. 특히 록음악과 같이 하위 장르가 잡초의 뿌리처럼 분화해간.. 더보기
레드 콤플렉스 - 강준만 외 | 삼인(1997) 레드 콤플렉스 - 강준만 외 | 삼인(1997) 우리는 어떤 영화배우나, 감독들에 대해 알고 싶을 때 ‘필모그래피(filmography)’란 것을 살핀다. 필모그래피란 ‘특정 배우감독의 작품 리스트; 영화 관계 문헌’을 의미한다. 영어에서 ‘그라피(graphy)’란 말을 동양의 그것으로 바꿔보면 대략 ‘~지(誌), ~기(記)’의 뜻을 갖는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한 기록을 일대기(一代記)라고 할 때의 그것과 같은 말이다. 어떤 배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그가 어떤 영화에 출연했는지 궁금해지고,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영화보기, 영화읽기 하는 것은 오늘날 영화에 취미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해보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만큼 대중적인 시도인데, 종종 어떤 배우들은 그에 대해 처음 받았던 인상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