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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 - 아방가르드 아방가르드 - 김영승 아무도 없는 곳 그게 유토피아고 아방가르드다 오늘은 청명(淸明)이고 내일은 한식(寒食) 공주횟집 진열장엔 산낙지 15,000원이라고 써 있다 나는 나의 심야(深夜)산책을 재개(再開)하고 걷고 또 걸어서 연수성당 뒷길 여성회관 옆 조일사 건물을 훤히 쓰윽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그 2층 짜리 낡은 건물 옥상엔 역시 아무도 없다 불량(不良) 청소년들도 오지 않는 적막강산(寂寞江山) ― 그렇다고 산낙지가 어떻게 한 접시에 15,000원이냐? 낙지 한 마리 없는 옥상(屋上)은 칠흑의 심해(深海) 멀리 아파트가 인공어초(人工魚礁) 같고 여자(女子)들은 다 아전인수(我田引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출처 : 문학들, 2008년 가을호(통권 13호) * 김영승 시인의 는 첫 구절만으로 이미 시가.. 더보기
막스와 모리츠 - 빌헬름 부쉬 지음, 곰발바닥 옮김 / 한길사 / 2001년 7월 『막스와 모리츠(Max and Moritz)』 - 빌헬름 부쉬 지음, 곰발바닥 옮김 / 한길사(2001) 독서 시간은 10분이지만 생각할 거리는 ... 빌헬름 부쉬(Wilhelm Busch)의 초기작이자 가장 대표작이기도 한 『막스와 모리츠』 를 읽는데 걸린 시간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읽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 '허, 거참 신기한 일이다.' 읽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다 읽고 이틀 동안 다른 사무 때문에 몹시 바쁘게 보냈는데도 계속 생각이 나다니 드문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는 10분 동안 들었던 주된 생각은 "거 참 장난이 심한 녀석들이네."와 "헉, 그렇다고 주인공들을 그렇게 죽일 것까지야."란 생각이었다. 문학적으로 볼 때 작.. 더보기
Book+ing 책과 만나다 -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지음 / 그린비(2002) 『Book+ing 책과 만나다』 -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지음 / 그린비(2002) 『book+ing 책과 만나다』를 비롯해 올해는 ‘책에 관한 책' 혹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 책' 10여 권을 집중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올해는 인터뷰를 엮은 책도 꽤 많이 나왔는데, 『book+ing 책과 만나다』 역시 어떤 의미에선 책을 주인공으로 한 인터뷰를 엮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가끔 남을 인터뷰한 책들을 읽다보면(직업상의 이유로 나 역시 종종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자리에 따라 나설 기회가 있지만) 인터뷰 내용의 질적인 문제를 떠나 천편일률적이란 생각이 든다. 한 인물을 각기 다른 사람이 인터뷰할 때도 그렇고, 각기 다른 인물을 한 사람이 인터뷰할 때도 그렇고 어째서 인터뷰 글들은 하나 같이 뻔한 이야기.. 더보기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 박태균 / 책과함께 / 2005년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 박태균 / 책과함께 / 2005년 현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있는 박태균 선생의 책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을 읽으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와야 할 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며 수백 번에 이르는 외침을 이야기하지만, 한국사적으로가 아닌 국제사적으로 의미가 큰 전쟁이라 한다면 고구려와 수의 전쟁, 제1차 조일전쟁이라 할 수 있는 임진왜란,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한국전쟁이다. 현재에 와서는 어느 정도 ‘한국전쟁’이라고 정리되는 듯한데, 사실 한국전쟁만큼 많은 별칭으로 불린 전쟁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동란이나 사변이란 명칭은 어느 정도 관변화된 명칭이라 할 수 있고, 학문적으로 중립적이라 할 수 없기.. 더보기
로버트 블라이 - 사랑의 시 사랑의 시 로버트 블라이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풀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헛간도, 가로등도 그리고 밤새 황량한 작은 중앙로도 Love Poem Robert Bly When we are in love, we love the grass, And the barns, and the lightpoles, And the small mainstreets abandoned all night. * 어릴 적 사랑에 빠졌을 땐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라거나 혼자라는 느낌 같은 거 갖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외롭거나 혼자라는 느낌이 지독하면 지독할수록 사랑은 더욱더 강력한 구원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사랑이 깨어졌을 때, 그리고 다음의 사랑이.. 더보기
시로 마사무네 - 『애플시드』 시로 마사무네 - 『애플시드』 사람들이 ‘오시이 마모루’와 그의 에 열광할 때, 비애를 느꼈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영화. 오시이 마모루의 vs 만화. 시로 마사무네의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일본 아니메의 열광적인 매니아이다. 그렇다고 일본 아니메의 작가 연보를 줄줄이 외우는 오타쿠적인 매니아는 아니고, 감상하길 즐기고, 기회가 닿는 대로(이 말은 "닥치는 대로"에 비해 얼마나 우아한가?) 수집하는 정도에 그친다. 일본 아니메에 열광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작품 자체보다는 플라모델 조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건담 시리즈를 조립하면서 그 리얼한 작동에 경악했다. 그것은 건담 이전의 로봇들이 일종의 슈퍼 거대 로봇물이라 어린 내 눈에도 뭔가 어설퍼 보였기.. 더보기
D.H.로렌스 - 제대로 된 혁명 제대로 된 혁명 - D.H.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쫓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를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 더보기
우리 시대 진보의 고민과 현실 - 계간 『황해문화』 2003, 여름호(통권39호) 우리 시대 진보의 고민과 현실 들어가기 전에 '우리 시대 진보의 고민과 현실'은 여러 갈래로 다양하게 진화·발전해온 진보의 전망들을 조망해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도임을 절감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도 그 지향점과 실천 양태에 따라 각개 약진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것을 하나로 묶어줄 만한 거대담론은 사실상 붕괴해버린 현실 상황이 그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아직까지 혹은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부재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기획 자체가 "노무현 현상"이라는 바람을 맞은 한국 사회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혹은 장악했던 이들의 충격 못지않게 여전히 소외되어 있는 진보의 고민과 진보의 지향을 묻고, 진보가 처한 위기의식, 전망.. 더보기
콘스탄트 가드너(The Constant Gardener) 콘스탄트 가드너(The Constant Gardener)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랄프 파인즈 외 출연 / 2006년 개봉 혹시 이 영화의 포스터나 광고용으로 제작된 홍보 필름에 속지 마시길... 나 '저스틴(랄프 파인즈)'은 평범한 영국인이다. 그것도 아주 평범한 보통 사람이다. 대개의 영국인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취미로 작은 정원을 가꾸길 즐겨한다. 그러나 어떤 면에선 평범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일단 나 '저스틴'은 외교관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영국의 시민들은 영국의 외교가 구 시대적이며, 제3세계의 인권이나 빈곤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른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그저 내게 맡겨진 소임을 다할 뿐이다. 외교관이라 하지만 차라리 샐러리맨이란 생각으로 바라봐주면 고맙겠다. 때때로 .. 더보기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 - 그녀의 몸들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는 지난 2004년 9월 천안에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전과 2007년 2월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던 바네사 비크로프트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전, 전시회 며칠 전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퍼포먼스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일반 대중에게 바네사 비크로프트는 그다지 낯익은 예술가는 아니다. 1969년 이탈라이 제노바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3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로는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일찌기 페데리코 펠리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녀 역시 이탈리아 소도시의 가톨릭적인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이방인처럼 여기며 살았다. 이와 같은 성장 배경은 그녀의 작품 제작의 밑바탕에서 전반적으로 느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