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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01. 아버지로서"란의 '~로서'는 자격격 조사라 무거운 말이지만, "아버지처럼"이란 말은 무겁고, 무섭기까지 한 말이다. '~처럼'이 비교격 조사이기 때문이다. '누구누구의 ~처럼' 비교 대상이 되는 순간 부모든, 자식이든 인생은 비루하고, 피곤해진다. 02. 스스로에게 진실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진실하지 말 일이다. 타인에게 진실하기 위해 필히 나를 속여야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므로... 입을 여는 순간 우리는 누구나 그런 죄를 짓는다. 그러므로 죄인이여, 입을 다물라. 03. 맹세와 비밀은 본질적으로 같은 속성을 지닌다. 흔하면 천해진다는. 04.SNS시대에는 한 사람에게 한 말이 곧 만 사람에게 하는 말이 된다. 05. 좋은 기회를 눈앞에 두고 주저하여 때를 놓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주저하지.. 더보기
연예인에 대한 추억 - 신해철과 서세원 연예인에 대한 추억01 - 대마왕 신해철 한 가지 일을 오래하다보면 쌓이는 추억도 있는 법이다. "황해문화"는 인문계간지라 연예인과 인연 맺을 일이 별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편집위원들이 별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가끔 내 입장에선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한 번 청탁해보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연예인에게 원고 청탁을 했다가 보기 좋게 딱지 맞은 기억이 있다. 한창 헌법에 대한 논의가 많아서 황해문화 기획으로 란 특집을 기획하여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새로운 헌법 정신을 듣는다'는 주제로 청탁했었다. 그런데 그 무렵 무슨 일인지 신해철 씨가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돌아보니 '대마왕'이란 그의 별명답게(나 역시 한동안 A서점에서 이런 별명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 더보기
C.S.루이스 - 헤아려 본 슬픔 "슬픔은 마치 긴 골짜기와도 같아서, 어디로 굽어들든 완전히 새로운 경치를 보여주는 굽이치는 계곡이다." 언젠가는 그에 대해 글을 써보리라 마음 먹고는 있지만 J.R.R.톨킨에 비해 좀더 기독교적인, 아니 기독교인의 본보기 같은 인물이라 C.S.루이스에겐 좀더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기독교인을 부정하거나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내게는 좀더 이해하기 어렵고, 복합적인 인물로 여겨진 탓이다). "나니아연대기"의 작가이자 현 대 기독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론가이자 저술가 중 한 명이었던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1.29 ~ 1963.11.22)는 아내 조이 데이빗먼(Joy Davidman)과의 애틋한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옥스포드대학 교수이자 이미.. 더보기
알베르 까뮈 -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사진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촬영한 알베르 까뮈 알베르 까뮈의 소설 는 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들이닥치며 시작한다. 시 당국에 의해 도시는 폐쇄되었고 사람들은 작은 도시에 갇혀 스스로의 힘으로 죽음과 맞서 싸워야 한다. 취재를 위해 오랑에 왔다가 갇혀버린 기자 랑베르는 파리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 불법이라 할지라도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도시에서 탈출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는다. 어느 날, 드디어 그를 태우고 오랑을 탈출시켜줄 배편을 구한 랑베르는 부두에 나갔다가 마음을 되돌린다. 심경의 변화를 느낀 랑베르는 오랑을 탈출하는 대신, 도시에 남아 자신도 페스트와 함께 싸우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페스트(죽음)와 맞서 싸우는 의사 리유에게 자신은 이제 오랑을 떠나지 않기로 했.. 더보기
존 포드 감독과 매카시즘 존 포드 감독은 매우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그 앞에서는 헐리우드 스타시스템 최강의 배우들도 함부로 나내거나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항변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영화를 제작할 때나 그 이후나 항상 자신이 보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 권한을 즐겼다. 그의 가부장적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시는 매카시즘 선풍이 불어닥쳤을 때였다. 그는 이른바 매카시즘 열기에 사로잡힌 미국의 영화제작 한복판에서 자신의 스텝들 중 '의회반미활동위원회'가 영화제작자들을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 불러놓고 만들도록 한 '블랙리스트'에 속한 스텝들을 영화제작에서 배제하고 고발하라는 요청을 꿋꿋이 거절했다. 그가 단지 거절만 한 건 아니었다. 존 포드 감독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소리.. 더보기
다자이 오사무(Dazai Osamu)-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가운데 어느 문장에서 꽂힌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나는 그를 좋아했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의 일이니까. 요즘엔 그의 책을 다시 꺼내보는 일도 거의 없지만, 만약 그가 그 무렵 내 마음을 끌어들일 것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그의 위악과 위선이 빚어내는 신물나는 이중주에 젖어 무심결에 이건 '내 얘기같다'가 아닌 '내 얘기다'로 느낀 대목들이 자주 있었기 때문일 게다. 존 포드에게 있어 존 웨인이 페르소나라면, 마틴 스콜세지에게 로버트 드니로가 그렇다면, 알프레드 히치콕에게 제임스 스튜어트가 그렇다면.... 독자로서 또는 글쟁이로서 내가 내 이야기를 사소설처럼 엮어갈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다자이 오사무에게 기인한다. 언젠가 나는 A서점의.. 더보기
장준하 선생과 오늘의 불안 장준하 선생의 유골 감식결과 타살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나오는 걸 지켜보는 마음이 갑갑하다. 솔직히 여태 그걸 몰랐던 사람이 누가 있으랴. 모두가 알고 있던 일이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부터 국정원 여론조작이 사실이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나 맞는 말이고, 한국에서 울화나 불안은 좀더 공적인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우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의롭지 못하고, 무기력하며 우리가 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더보기
빅 모로(Vic Morrow)의 <전투(combat)> 요즘 친구들에게 '컴뱃'을 아느냐고 물으면 100중 8~90은 바퀴벌레 약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나 어릴 적 TV에서는 이른바 반공드라마로 '전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얼마전에 최수종이 출연해서 다시 만들어진 적도 있는데, 내 기억 속 '전우'의 수준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졸작이었다. 어쨌든 드라마 '전우'는 미국의 TV시리즈 - 그러니까 미드의 원조 격이었던 여러 TV프로그램들이었던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월튼네사람들', '초원의 집', '도망자', '헐크' 등등 - 들 중 하나였던 빅 모로(Vic Morrow) 주연의 의 컨셉을 따온 드라마였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이 시리즈 DVD가 염가에 나왔길래 미친 셈 치고 전 시리즈를 구매했다. 인상적인 오프닝과 귀를 찢는 듯 날.. 더보기
바츨라프 스밀 - 에너지에 대한 두 권의 책 지난 번 책을 쓸 때 바츨라프 스밀의 도움을 약간 받았다. 국내에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하나는 교양서에 해당하는 "에너지란 무엇인가"(삼천리)이고, 다른 하나는 좀더 심도가 깊은 책인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 - 에너지.경제.환경의 통합적 전망과 대안"(창비)이란 책이다. 바츨라프 스밀에 대한 소개는 ...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환경지리학과 교수. 캐나다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 1943 년 체코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를로바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너지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해 오고 있으며 유럽연합을 포함한 국제기구의 정책 자문을 맡았다. 2010년 11월 미국 외교전문지 .. 더보기
담뱃값 인상은 금연을 위한 효과적 수단인가, 증세를 위한 손쉬운 수단인가? 담뱃값 인상은 금연을 위한 효과적 수단인가, 증세를 위한 손쉬운 수단인가? - 흡연세 그 다음은 비만세? 몇 해 전 흡연권도 보장하라는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흡연자들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은 자신을 파괴할 권리는 있을지 몰라도, 타인까지 파괴할 권리는 없다는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에 따르면 한낱 부질없는 소리이다. 제 아무리 담배를 예찬하는 사람도 새로 담배를 배우려는 사람, 제 자식에게는 담배를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담배가 사회적 해악이란 건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 그와 같은 이유에서 지난 2004년 8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을 통해 공중시설 내 흡연을 제한하도록 한 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 세계 담배회사들이 생산하는 담배는 연간 5조 5천억 개비에 이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