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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서울대중앙유라시아연구소 교양총서시리즈 그리스인들은 델포이를 세계의 중심, 배꼽(Ompharos)이라고 했는데 아시아 그리고 진정한 세계의 관점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이야말로 '세계의 배꼽'이라는 칭호에 참으로 어울릴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배꼽이란 결국 모체와 태아 사이의 영양분을 전해주던 탯줄의 흔적이란 의미에서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중앙유라시아연구소가 교양총서시리즈로 사계절에서 펴낸 "신장의 역사-유라시아의 교차로"를 설연휴 기간동안 살짝 맛만 봤는데 역사의 교차로에 묻혀있는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매우 의미있고 좋은 책이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을 아우르는 중앙아시아(신장)의 통사로서 전문가들을 위한 저술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저술로 이 분야의 초심자들은 물론 준전문가들 역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수준.. 더보기
MB의 특별사면과 아이러니의 한국 정치 사면은 법무부장관이 나서서 직접 발표하는 게 관행입니다. 사면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특정한 범죄로 유죄를 받은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일반사면이고, 특정한 사람을 지정해 죄를 사해 주는 것은 특별사면입니다. 흔히 ‘특사’로 줄여서 말하는 특별사면의 적확한 의미는 ‘특별한 사면’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을 지정하는 사면’ 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대통령이 베푸는 은전이라는 성격이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특별사면은 5공과 6공 군사정권 시절에 훨씬 더 자주 단행됐습니다.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 시절, 악법으로 꼽히는 국가보안법이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고 감옥에 가두어졌지만, 두 대통령은 수시로 사면을 단행해.. 더보기
존 바에즈 : Mary Hamilton - 한 곡의 노래로 보는 파란만장 영국사 존 바에즈 : Mary Hamilton - 한 곡의 노래로 보는 파란만장 영국사 Word is to the kitchen gone, and word is to the Hall And word is up to Madam the Queen, and that's the worst of all That Mary Hamilton has borne a babe To the highest Stuart of all 소문은 부엌으로 번지고, 소문은 궁정으로 번져서, 마침내 여왕의 귀에도 들어갔네, 메리 해밀튼이 아이를 낳았다고, 그것도 가장 고귀한 스튜어트 왕통의 아이를... Arise, arise Mary Hamilton Arise and tell to me What thou hast done with thy wee .. 더보기
벌레와 오렌지 껍데기와 늙은 개.... 우리들의 자화상!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음을 발견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The Metamorphosis)"의 첫 문장은 이처럼 충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른바 현대소설의 탄생을 알리는 위대한 신호탄이었다고 할 만큼 이 문장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이처럼 충격적인 사실을 무척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어느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있음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니 자신이 흉측한 벌레가 되어 버린 팔다리를 바라다보면서도 그는 굳어버린 몸으로 자버린 바람에 일어나보니 몸이 약간 결린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기차시간을 놓쳐 갈 수 없게 된 출장을, 이나.. 더보기
앞으로 10년쯤 후에 너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얼마전 대학시험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한 젊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뭐라 특별히 해줄 이야기도 없고 하여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내 경험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대부분 별다른 장애 없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도합 12년을 학교에 다닌다. TV광고에서 할머니가 축구 선수 박지성을 '학생!'하고 호명하자 그가 웃으며 돌아서던 것(물론 젊음을 강조하려던 거지만 학생과 젊음은 이음동의어이기도 하다)처럼 '학생'이란 호칭에는 많은 것이 녹아있다. 비록 그 시절엔 학생 신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미처 잘 깨닫지 못할 수도(물론 '학생'이란 신분이 노예처럼 인권을 접어두고 살아가야 하는 한때가 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망각하지는 말자) 있지만 원튼 원치 않든 우리는 12년을 '학생'이란 신분.. 더보기
살아가야 할 이유(why) "살아가야 할 이유(why)가 있는 사람은 어떠한 방식(how)에도 견딜 수 있다." - 빅터 프랭클 나는 극한의 상황에 처했던 인간들이 남긴 수기(혹은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다. 인간이 남긴 대부분의 이야기는 한 인간(평범한 영웅들)이 원하지도, 예기치도 않았던 고난을 겪지만 결국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결국 거창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독하게 평범한 일상, 살림살이가 있을 자리에 정돈되어 있고, 가족이 모이는 저녁 나절의 밥상머리다. 이건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나사 하나가 빠지는 순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교훈이다. 남의 고통을 즐긴다는 오해를 무릅쓴 더러운 유미주의자의 입장에서 히말라야나 안데스의 조난자들의 이야기나 나치 치하 유대인수용소에서 .. 더보기
"레미제라블" 영화는 못 봤지만 책은 읽어본 사람의 생각 1. 잘난 척을 조금하자면 나는 루소의 『에밀』이란 책을 초등학교 4학년 때 완독했다. ‘을유’던가 ‘동서’던가하는 출판사의 깨알 같은 활자의 세로줄 문고판이었는데 이건 말 그대로 그냥 자랑이지 천재라서 내용을 이해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 후로 『에밀』을 다시 한 번 꼼꼼이 읽어 봐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한 번 읽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인지, 어릴 적 읽을 때 너무 어렵게 봤던 탓에 다시 읽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재도전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뜻도 모르는 『에밀』을 꾸역꾸역 읽어낸 까닭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첫 문장의 위력 때문이었다.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 모든 것은 선했지만, 인간의 손 안에서 모든 것은 타락한다.” 『에밀』의 첫 문장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 더보기
지하철 탄생 150주년과 공공디자인 지하철 탄생 150주년과 공공디자인 전성원(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지난 2013년 1월10일은 인류가 과거 SF소설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땅속을 다니는 열차, 즉 지하철이 탄생한 지 정확히 150주년 되는 날이었다. 1863년 1월10일, 영국 런던의 패딩턴과 페링던 사이 6㎞ 구간을 달리면서 시작된 지하철은 이후 신속하고 안전한 운송수단으로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아시아에서는 1927년 일본 도쿄에 최초로 건설됐고, 우리나라는 1974년 8월15일 서울시 1호선 서울역과 청량리 사이의 7.8㎞ 구간을 연결한 것이 최초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북한이 우리보다 1년 앞서 지하철을 개통(1973년)했다는 것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북한 경제력이 남한을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미국의 자동차 전문매.. 더보기
도서정가제 문제를 놓고 옆길로 빠진 생각 엊그제 그럴 일이 있어서 인터넷서점과 동네서점에서 똑같은 책(『몰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정가 12,000원짜리 책이 인터넷서점에선 40% 할인해 7,200원인데, 같은 책을 동네서점에서 구입하니 10%만 DC해줘서 손해 본 느낌이 들었다. 소비자인 ‘나 개인’은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면 살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런 합리적인 이유로 동네서점이 자꾸만 사라진다. 대형마트 피자집에 가면 더 큰 사이즈에 맛도 괜찮은 피자가 동네피자집보다 값도 저렴하다. 전화만 해놓으면 미리 만들어두기 때문에 장보러 갈 때마다 애용한다. 대형업체인 만큼 동네 피자 가게 보다 나은 재료로 위생적으로 만들 것 같아 아이에게 먹이기도 안심이 된다. 그런 합리적인 이유로 동네 피자집이 자꾸만 사라진다.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가 운.. 더보기
다마스와 라보에 대한 단상 친구가 운전하는 다마스를 타고 함께 한계령을 넘어 놀러갔던 추억도 있고, 언젠가 이 차를 구입해서 조그만 일인용 캠핑카로 개조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는데 단종된다니 아쉽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올해말 단종되는데 지금까지 이 차량들을 이용해 먹고 살던 영세상공인들의 대안은 앞으로 오토바이 또는 농기계로 분류되어 도심운행에 제약이 있는 이른바 사발이 오토바이 정도 말고는 없다는 뜻이 된다. 울며 겨자먹기로 이런 류의 장비를 운용해야 하는 영세상인들(예를 들어 세탁소 같은)이 비바람은 물론 폭서와 한파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견뎌야 한다는 뜻이라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이른바 환경오염을 줄여주는 매연저감장치 장착비용 때문에 단종시킨다는 명분도 문제다. 매연저감장치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