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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

런던 지하철(언더그라운드) 개통 150주년을 축하하며-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런던 지하철(언더그라운드) 개통 150주년을 축하하며-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몇 해 전 인사동 거리를 걷다가 노년의 외국인 부부가 내게 길을 묻는 경험을 했다. 얼핏 처음 듣기에 ‘사보이 호텔’ 가는 길을 묻는 줄 알았는데 찬찬히 다시 들어보니 지하철(subway) 타러 가는 길을 묻는 것이었다. 이른바 ‘네이티브’ 발음에 익숙치 않은 탓에 실수할 뻔 했는데 어쨌든 나중에라도 알아듣고 진땀을 흘리며 길 안내를 해준 기억이 새롭다. 2013년 1월 10일은 인류가 지하철이란 것을 타고 다니기 시작한지 정확히 150주년이 되는 날이다. 1863년 1월 10일, 영국 런던의 패딩턴(비숍스로드)과 페링던 사이의 6km 구간을 잇는 런던 지하철이 세계 최초로 개통되면서 인류는 SF소설에서나 상상할 수 있.. 더보기
送舊迎新(from 2012 to 2013) 다사다난했다는 말은 너무 진부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되돌아보면 언제나 이 말 이상의 말을 찾기가 참 어렵더군요. 지난 한 해 모자라고 서툰 사람의 글을 찾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새해에는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더보기
김동춘 - (서평: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이토록 탁월한 자본주의 문명사 이 선정한 올해의 책(사회과학 부문) :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이토록 탁월한 자본주의 문명사 김동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 책은 재미있고 유익하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먹을거리, 탈거리, 입을 거리, 즐길 거리에서부터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미디어, 광고, 여론조사, 애니메이션을 거쳐 전쟁에서 사용되는 총, 21세기 문명의 필수품인 석유, 여행 시 반드시 들르게 되는 호텔, 섹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을 지탱하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책이다. 1913년 포드 자동차 공장(위). 헨리 포드(위 오른쪽)는 벨트 컨베이어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였다. 이 책이 매우 흥미로운 이유는 오늘 우리 생활에서 극.. 더보기
글로벌호크와 글로벌호구 지난 12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는 미 의회에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한국에 판매할 계획이라는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은 이 같은 사실을 24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는데, 한국 판매를 추진 중인 글로벌호크는 RQ-4 블록 30형(미국은 2015년까지 블록 40형 15대를 생산할 예정) 4대로, 전체 가격은 장비와 부품·훈련·군수지원 등을 포함해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로 제시됐다. 국방안보협력국은 한국이 글로벌호크 구매를 요청하면서 적외선 전자광학탐지 장치와 전천후 영상레이더인 합성개구레이더, 지상목표물 이동탐지 장치, 임무통제 장치, 통합 내장 감지부, 영상정보시스템, 통신장비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국내법에 .. 더보기
사진을 조작하는 자, 진실도 조작할 수 있다(미디어오늘, 2012. 12.18.) 로버트 카파는 오늘날 포토저널리즘의 살아있는 신화로 평가받지만 그도 처음엔 헝가리 출신의 가난한 유태인 망명자에 불과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그에게 최초로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사진은 스페인시민전쟁을 취재하며 남긴 (1936)이었다. 하지만 이 한 장의 사진은 로버트 카파가 이후 다섯 차례의 전쟁에 종군 기자로 참여하고, 1955년 「라이프」지의 요청으로 인도차이나 전쟁을 촬영하던 중 지뢰를 밟아 41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이후까지도 오랫동안 진위(眞僞)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쟁에 휩싸여 있었다. 이 사진이 이처럼 오랫동안 진위 논란에 휩싸이게 된 까닭은 총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의 군복에 총탄 자국이나 유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사진 속 장면이 너무나 극적이어서 카파에 의해 연출된 장면이 .. 더보기
거세개탁(擧世皆濁)에 숨겨진 참뜻 은 해마다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전국의 교수들에게 설문조사하여 발표하는데 시의적절한 사자성어가 나올 때가 많아서인지, 연말연시 뉴스거리로 삼기 괜찮은 주제인 탓인지 주변 언론들도 곧잘 인용 보도하여 뉴스거리로 삼는다. 올해 2012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는 전국 교수 6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8.1%(176명)가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택했다고 한다. '거세개탁'이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말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있기 힘듦’을 의미할 때 쓰이는 말이다. 굴원이 모함을 받고 쫓겨나 강가를 거닐 때 한 어부가 “어찌 이 꼴이 되었느냐”고 묻자, “온 세상이 흐려 있.. 더보기
2012년에 출판된 주목할 만한 중국관계서적들 요 근래에 들어서야 우리나라에서 비로소 '중국학'이 시작된 기분이 든다. 중국 혹은 중국학의 시작의 기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까에 대해 나는 이 분야에 대한 배움이 부족한 사람이라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아직 중국이 중공이던 시절인 1977년 리영희 선생이 엮은 "8억인과의 대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잘 모르는 분들은 이 책을 리영희 선생이 쓴 것으로 아는데 이 책은 라티모어, 갈브레이스, 솔즈베리, 테릴, 뮈르달 등 당대의 석학들이 쓴 것을 리영희 선생이 편역해 옮긴 책이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문화대혁명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비롯해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아니라 중공만 존재하던 시절, 이 책이 던진 충격은 엄청났다. 반공이데올로기를 넘어 중국을 좀더 객관적으로(보는.. 더보기
분노와 비탄의 언어를 틀어 막지마 EBS 다큐멘터리 '킹메이커'의 2부 제목은 '중도층은 중간에 있지 않다'였다. 좌와 우는 물론, 스스로를 중도로 분류하는 유권자들조차 사안별로 자신의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 좌와 우를 넘나드는 선택을 하지만 통계의 착시효과로 인해 중간층으로 비쳐질 뿐이라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자신도 '리버럴'에 속하며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진영논리를 윤리와 혼돈하지 말라며 비판하는 태도 역시 그들이 비판하는 계몽적인 태도와 양비론의 다양한 변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흔히 진보진영의 계몽적인 태도, 물론 일부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대중을 가르치려 하는(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50-60세대를 저주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선 못마땅하지만 .. 더보기
2012년 대선을 치른 우울한 소회 내가 태어났을 때 대통령은 박정희였고, 내 딸이 태어나고 치른 첫 번째 선거에서 대통령은 박근혜가 되었다. 사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혈육이 대를 이어 통치자가 되는 것을 이상한(또는 비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극히 짧은 한 순간이다. 그것을 한반도의 역사로 치환해보면 그 역사는 더욱 더 짧아진다. 2012년 대선을 분석하기에 지금은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몇 가지 지점은 고민스럽다. 우선 나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뀌는 상황은 극한의 독재 상황을 겪고 민주화한 공화국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시선의 한 지점에는 한국이 제3세계(식민 독재를 경험하고 이후 근대화를 추진한 나라) 국가의 외부에 존재한다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하는 것.. 더보기
소멸을 꿈꾸는 글쟁이의 삶 - 사진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 연평도에서 만난 눈웃음이 장난 아니었던 멍멍양 ^^ 페이스북은 사람들에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묻는다. 궁금해서 묻는 것도 뭐라고 할 말도 없지만 아무 생각 없는 내게도 생각을 강요하는 측면은 있다. 내가 이른바 매문(賣文)을 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더라? 돌이켜 생각하기도 어려울 만큼 오래된 일도 아닐 텐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스스로 마음에 염을 세우긴 내 나이 서른이 되기 전엔 결코 내 글을 돈받고 파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었고, 지금은 저 세상 사람이 된 출판평론가 최성일 선생이 출판저널 근무할 때 첫 청탁을 받았던 것이니 제법 오래 전 일이긴 하다. 어쨌든 잘해야 1년에 한두 번이던 것이 1년에 서너 번이 되고, 그것이 언젠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