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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반대를 위한 반대’ 라고요? - <경향신문>(2009.11. 30.) '반대를 위한 반대’ 라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TV에 나와 그간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국민과의 대화’로 풀어보겠다고 했을 때,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민주화 이후 대국민 담화 대신 국민과의 대화는 꽤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대통령이 감독, 주연, 조연까지 도맡아서 하는 모노드라마였다. 손석희 교수가 물러난 자리에 대신 주인공으로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1분 질의에 20분간 답변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토해냈다. 물론 그 중엔 대통령도 추운 겨울이면 일반인들처럼 내복을 껴입는다는 새로운 사실도 있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100분간 진행된 ‘대화’는 불도저 대통령의 일방적인 ‘담화’로 채워지고 말았다.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더보기
죽어서 원망도 할 수 없는 정부 - <경향신문>(2009.10. 19.) 죽어서 원망도 할 수 없는 정부 ▶ 사진 : 이치열 이명박 정부가 지난 16일로 출범 600일을 맞이했다. 대통령 임기 5년(60개월) 중 약 3분의 1이 지난 것이다. 이제부터는 집권 초반기가 아니라 중반기에 들어섰다. 재임 600일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유난히 ‘불(火)’과 인연이 깊었다. 취임 직전에 국보 1호 남대문이 불탔고, 집권 100일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벌어진 촛불시위를 청와대 뒷산에서 바라보아야 했다. 그리고 2009년 1월20일, 용산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경찰, 용역직원 간의 충돌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용산 참사’가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집권 중반을 준비하며 ‘중도 실용, 친 서민 정책’.. 더보기
차라리 면죄부를 팔아라 - <경향신문>(2009.09.20) 차라리 면죄부를 팔아라 “법제로써 이끌고 형벌로써만 다스린다면 백성들은 형벌만 면하면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그러나 덕으로써 이끌고, 예로써 다스린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바로잡게 될 것이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물론 누구나 알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 공맹을 논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이란 사실을 말이다. 어릴 적에 본 코미디 프로그램에는 종종 서민적인 도둑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했다. 이른바 생계형 범죄인 셈인데 교육을 염려해서인지 도둑은 번번이 담벼락을 넘지 못하고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일장훈계를 늘어놓곤 했다. 비록 나는 이렇게 살지만 당신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의 정부가 이전의 .. 더보기
과테말라에서 온 사진작가 - <경향신문>(2009.08.10) 과테말라에서 온 사진작가 지난 7월17일 제헌절 오후 6시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가 운영하는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모임이 열렸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만날 수 있는 나라 과테말라에서 온 사진작가 다니엘 에르난데스 살라사르와 진실규명을 통한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시민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그는 과테말라 내전 당시 학살된 라틴 아메리카 시민들에 대한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어느 천사의 기억’이란 작품을 학살이 자행되었던 현장이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등 ‘학살의 기억’을 테마로 작업해왔다. 그의 작품은 중남미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 전시·설치되어 비슷한 슬픔과 아픔을 지닌 세계 시민들에게 깊은 공감.. 더보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 <경향신문>(2009.06.22)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초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했을 때, 범접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조직으로 보이던 검찰도 대통령 앞에서는 움찔한다며 통쾌하게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하며 역시 검찰보다 높은 권력을 지닌 것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대통령은 기업의 오너이고, 검찰은 휘하의 비서실이나 기획실쯤 되는 기관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검찰은 권력의 시녀로, 민주화 이후엔 가장 중요한 개혁 수단이자 파트너였다. 국민들은 검찰이 휘두르는 칼자루를 보며 정부가 추진할 개혁과 정책의 내용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이 ‘개혁의 수단’이 아닌 ‘개혁의 대상’이라고 .. 더보기
신해철 발언과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 - <경향신문>(2009.5.11.) 신해철 발언과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절차에 따라 로케트(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 핵의 보유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항하는 약소국의 가장 효율적이며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인지할 때, 우리 배달족이 4,300년 만에 외세에 대항하는 자주적 태세를 갖추었음을 또한 기뻐하며, 대한민국의 핵 주권에 따른 핵보유와 장거리 미사일의 보유를 염원한다.” 가수 신해철이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던 중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섯줄의 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앨범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 평가 절하하는 이도 있고, 그의 사회비판정신에 대해 나름 믿음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 더보기
1%의 귀족을 위한 '이런 나라' - <경향신문>(2009. 3. 30.) 1%의 귀족을 위한 '이런 나라'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도 일본 닌텐도처럼 창의성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는데 일본의 튼튼한 문화적 인프라에 기초한 이러한 제품을 건물 짓듯 단기간 내에 만들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 중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며, 영화 의 원형으로도 평가받는 작품이 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웃는 남자(스마일맨)’ 같은 캐릭터 설정만 살펴보더라도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토대 위에 세워진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는 얼마 전 구속된 미네르바처럼 사이버세계 속에서 가면을 쓰고 기업의 잘못된 이윤추구와 이를 비호하는 권력에 도전했다가 정보기관에 추적당하는 인물이었다. 지난 촛불시위에서 사람들이 영화 의 가이 .. 더보기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경향신문>(2009.02.09.)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카데미 영화제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젊어지고 싶다는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기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충고가 담겨 있다고 한다. 80세의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젊어지는 주인공 벤자민 버튼처럼 지난해 건국 60주년을 맞이했던 대한민국의 시간도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이제 며칠 후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데 그 사이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대통령 취임 보름 전에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탔다. 대통령인수위는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란 비판 속에 영어몰입교육과 ‘어륀지’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취임 직.. 더보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체 - <경향신문>(2009.01.08.)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체 신문을 펼쳐보니 새해 벽두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순으로 살벌한 기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대중문화의 복고열풍이 거센 탓인지 신문마다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기사들이 줄지어 실려 있다. 그중 하나가 90년대만 하더라도 자신의 소신대로 수사하는 강직한 검사 이미지로 존경받아왔던 임채진 검찰총장의 발언이다. 얼마 전 그는 검찰의 ‘신년 다짐회’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경제난 타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고 말했다. 요즘 들어 자주 보게 되고, 볼 때마다 불쾌해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운운하며 국민들을 윽박지르는 광경이다. 언제부터인가 ‘반공’을 대신하여 대한민국의 새.. 더보기
현실보다 무서운 교육은 없다 - <경향신문>(2008년 12월 11일) 현실보다 무서운 교육은 없다 나는 고등학교 때 데모를 했다. 대단한 운동권이었던 적도, 민주화시위를 열심히 하기는커녕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기도 힘든데 나중에 들어보니 정보과 형사가 집까지 찾아와 학생이 요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후일담이긴 하지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등골이 오싹했다. 주민등록증에 빨간 두 줄이 그어지는 악몽까지 꿨으니 말이다. 나는 남들보다 특별할 것 없는 고교 시절을 보냈지만 그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일은 국민윤리 시간에 선생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해서 교무실까지 끌려간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히 겁이 없었거나 눈치 없는 학생이었다. 국민윤리 수업 시간 중에 남북한의 통일 방안에 대해 공부했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북한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