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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정치적인 것들의 귀환을 꿈꾸며 - 2007년 12월 21일자 <경인일보> 정치적인 것들의 귀환을 꿈꾸며 - 2007년 12월 21일자 서구 문명의 기원이자 민주주의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는 그리스는 현대적 의미로 보자면 이민족인 도리아족이 남하하면서 선주민들을 무력으로 복속시켜 만들어진 고대 노예제 도시국가였다. 당시 스파르타에는 ‘포로’라는 뜻의 헤일로타이(heilotai)라 불리는 노예가 시민 1인당 15명의 비율로 존재했는데, 그 수가 25만 명에 이르렀다. 어떻게 소수의 도리아족 시민들이 정치로부터 소외된 다수의 선주민들을 지배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도리아족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대신 참정권을 제외한 신분상의 자유와 재산권을 인정받은 중간 계층 페리오이코이(perioikoi)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페리오이코이란 ‘주변인(marginal man)’이란 뜻이다. 87년 .. 더보기
새로운 성역 앞에 선 내부고발 - 2007년 11월 23일자 <경인일보> 김포외고 시험이 끝난 직후 문제가 유출된 것 같다는 게시물들이 해당 학교 게시판에 잇따라 게재되었다. 문제지 유출설의 발단이 된 게시물은 자신을 ‘김포외고 지망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쓴 글이었는데, 서울에 있는 특목고 전문 M학원의 관계자가 시험당일 학원버스에서 학생들에게 시험대비 유인물을 나눠줬다는 것이다. 정확치는 않지만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문제가 된 M학원에 다니지만 그날따라 버스에 타지 못한 중3 학생이라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해당학교는 발끈하면서 이 학생의 부모에게 항의전화를 했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가 시험문제유출이 경찰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자 지난 13일 고소를 취하했다. 경찰의 수사발표가 있기 전부터 많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증언이 잇따랐다. 이들이 조직내부 사.. 더보기
OBS 경인 TV를 기다리며 - 2007년 10월 26일자 <경인일보> “우리 함께 사는 세상 iTV 경인방송”이란 로고송을 마지막으로 지난 2004년 12월 31일 경인지역의 유일한 지상파 TV였던 iTV 경인방송의 전파송출이 중단되었다. 경인방송은 허가 취소 이후 라디오 방송(SUNNY FM)만 남아 올 10월로 개국 10주년을 맞이했지만 TV방송은 정파(停波) 이후 3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1997년 당시 인천방송 iTV가 출범하기 전까지 인천은 방송의 철저한 사각지대였다. 1995년 대구, 부산, 대전, 광주에서 민방이 출범하고도 2년 뒤에야 전주, 울산, 청주와 함께 인천 민방설립이 허가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보처는 인천이 서울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서울의 방송사들과 방송 지역이 중복된다며 경인지역 민방설립에 반대했다. 이 같.. 더보기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 2007년 09월 28일자 <경인일보> 본래 동아시아의 세계관엔 ‘행복(幸福)’이란 말이 없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의 세계관에서 행이란 요행, 다행, 불행처럼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복이란 하늘에 속하여(天福) 나의 복을 남이 빼앗아갈 수도, 남의 복을 내가 빼앗아올 수 없는 것으로 서로 구분되는 개념이었다. 행과 복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의 운명도 서구의 그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라는 세계, 수많은 인간관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속에서 주변과 관계하고 감응하며 변화하는 것이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거나 ‘권불십년(權不十年)’, ‘호사다마(好事多魔)’ 같은 말 역시 상승과 하강, 빛과 그림자가 순환하는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동아시아에서의 개인이 서구의 그것처럼 명료하게 정리될 수 .. 더보기
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 2007년 08월 31일자 <경인일보> 언론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 7월 19일 23명의 한국인 인질들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인질 가운데 2명이 비극적으로 살해당했고,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석방 기회를 동료에게 양보했다는 보도가 우리를 감동시켰다. 피랍사태가 발생한 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의 위험한 정세를 감안해 한국 언론인들의 현장 취재를 제한했다. 정부는 또 다른 납치사건을 방지하고, 피랍 인질들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도 석방교섭과 관련해 민감한 보도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 결과 우리는 한국 국민의 생사가 담긴 기사를 외국 언론을 통해 들어야 했다. 기자는 현장이 생명이란 말대로 현지로 달려가고 싶었던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부의 보도통제 혹은 보도자제 요청은 지난 2003년 8월 .. 더보기
세상은 속고 싶어 한다(Mundus vult decipi)- 2007년 08월 03일자 <경인일보> 지난 7월 19일 한나라당은 대선 예비후보 검증청문회를 정당사상 최초로 진행했다. 비록 정책대결보다는 상대 후보의 흠결을 따지는 네거티브 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 있었지만, 정당 스스로 후보의 정책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후보들이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부인으로 일관해 아무 것도 검증하지 못한 면피용 부실청문회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검증청문회가 있던 다음날 퇴근길에 한 라디오 방송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에 대한 양측 대변인의 열띤 토론을 들었다. 평범한 시민들도 전화 참여를 통해 각자 의견을 제시했는데, 청취자들은 청문회에 대.. 더보기
배다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 2007년 07월 06일자 <경인일보> 얼마 전 부산에 갔다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요즘 인천 사람들은 살맛 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인천은 송도신도시 건설, 2014 아시안게임, 2009 인천세계도시엑스포, 자기부상열차 시범도시 선정 등 다른 도시 사람들이 들으면 배 아플 만한 뉴스들로 범벅이다. 그런데 막상 인천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인천은 도시재생이란 측면에서 논쟁적인 사건 두 가지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배다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 문제다. 만국공원 복원 프로젝트는 자유공원에 위치한 맥아더동상과 한미수교백주년기념탑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존스톤 별장과 세창양행 사옥 등 인천의 근대 건축물들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몇 가지 점에서 논쟁적이다. 우.. 더보기
바나나와 문화다양성 협약 - 2007년 06월 08일자 <경인일보>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공중목욕탕에 다녀온 뒤 동네 슈퍼에서 얻어먹는 바나나우유만큼 달콤한 기억이 또 있을까. 당시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란 노래가 있었던 것처럼 바나나는 당도가 높고, 맛있는 과일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바나나 1개(100g 기준)에는 93Kcal의 열량과 단백질 1.1g, 지방 0.1g, 당류는 22.5g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비만의 요인이 되는 과당은 사과, 포도의 30%에 불과해 다이어트용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밖에도 무기질과 칼륨의 보고이며, 소화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노약자들의 보양식, 아기들의 이유식으로도 즐겨 사용된다. 그런데 이 맛좋은 과일의 대명사인 바나나가 향후 10년 이내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 더보기
우리시대 아버지의 초상 - 2007년 05월 11일자 <경인일보> 2007년 5월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의 트렌드는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납치사건과 구태여 연관짓지 않더라도 '아버지'다. 지난 4월 배우 송강호를 앞세운 영화 '우아한 세계'의 개봉 이후, 박광수 감독의 신작 '눈부신 날에', 배우 정진영이 출연한 '날아라 허동구', 배우 이대근의 캐릭터를 활용한 '이대근, 이댁은', 장진 감독의 '아들', 최근 개봉 예정인 '성난 펭귄', '마이 파더', '귀휴'까지 8편에 이르는 영화들이 모두 아버지를 주제로 삼고 있다. 바야흐로 아버지 전성시대다. 5월이 가정의 달이므로 가족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된다고 치부하기엔 편수가 너무 많다. 어째서 이 같은 기현상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 사실 아버지들의 잦은 스크린 외출이 올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2004년 개.. 더보기
부평 얼짱 윤주현을 아십니까? - 2007년 04월 13일자 <경인일보> 지난 3월 30일 요미우리와 요코하마의 시즌 개막전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팀이 1-2로 뒤진 4회초 통쾌한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승엽은 홈런 아시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려 이른바 '승짱'이란 애칭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지닌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어 순위 1위는 이승엽도, 승짱도 아닌 '부평 얼짱 윤주현'이었다. 부평 얼짱 윤주현이 누구이기에 이승엽의 개막전 홈런 소식을 누르고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평 얼짱 윤주현은 실체가 없는 인물이다. 본인이 그 부평 얼짱이라고 자임하고 나서는 이가 있거나, 설령 부평에 살고 있는 실명 윤주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 검색어 순위에서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