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썸네일형 리스트형 백석 - 고향(故鄕) 故鄕 -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어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寞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 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백석의 이 시 "고향"은 그 자체로 참 따스하다. 하나의 에피소드, 하나의 국면만으로 구축된, 보기에 따라 참 단순한 시(미의 세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