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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욕심 (欲心/慾心), 점(點), 길(路) ‘욕심’이라는 말을 뜻하는 한자어는 두 가지 모두 표준어로 쓰인다. 하나는 ‘하고자 할 욕(欲)’을 써서 ‘欲心’이고 다른 하나는 ‘욕심, 욕정을 뜻하는 욕(慾)’을 써서 ‘慾’이다. 세속도시에서 신선처럼 살다간 화가 장욱진(張旭鎭)은 늘 입버릇처럼 “나는 심플하다. 때문에 겸손보다는 교만이 좋고 격식보다는 소탈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뒤이어 나오는 격식과 겸손이 하나의 구(句)를 이루고, 교만과 소탈이 역시 또 하나의 구를 이룬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나는 심플하다 그러므로 격식을 갖추느라 꾸미는 겸손보다 소탈한 교만이 좋다’는 뜻이 된다. 장욱진의 발언이 지닌 핵심은 단순성(simplicity)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여러 장의 황소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이 대상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을 설.. 더보기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다리 놓을 교육은 뭘까 - <기전문화예술>, 2006년 9.10월호(통권 45호) 문화예술교육기획Ⅴ_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다리 놓을 교육은 뭘까 도정일·최재천, 『대담』, 휴머니스트, 2005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라는 다소 거창해 보이는 부제이긴 하지만 인문학자 도정일(경희대 영어학부 교수, 비평이론) 선생과 자연과학자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생물학) 선생의 『대담』은 부제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밀도 있는 대화를 책 속에담아내고 있다. 『대담』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4차례의 인터뷰를 엮은 책으로 얼마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파동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교류와 문제의식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로 주목받았다. 이 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담론체계와 배경문화를 가.. 더보기
길은 없으나 걸어가면 만들어지리 - <기전문화예술>, 2007년 겨울호 길은 없으나 걸어가면 만들어지리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막막했다. “관련분야의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풍부한 소양을 갖추었다고 하기도 뭐한, 그런 분야의 책을 맡을 때는 오랫동안 망설이게 마련이다. …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책은 몇 가지 이유에서 내 손을 거칠 운명이었다.”는 옮긴이의 말이 없었다면 서평을 겸한 에세이 한 편을 써달라는 청탁에 끝내 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관련분야의 전공자가 아니고, 풍부한 소양을 갖췄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몇 가지 이유에서 내 손을 거칠 운명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고전적 지식인과 근대적 지식인 『다른 곳을 사유하자』는 ‘정주하지 않는 지식인의 삶과 자유’란 부제를 통해 더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를 “.. 더보기
대문 - 2003.02.23. ~ 03.09. 다자이 오사무, 딜런 토마스 이 무렵부터 아카이브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개별 타이틀을 만들기 시작했다. "딜런 토마스"는 아주 초창기에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 다시 읽어보면 글도, 타이틀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무척 사랑하는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사진을 찾아 그의 개인 타이틀을 만들다 느낀 것인데 카메라에 담긴 그의 표정은 거의 언제나 궁색해보인다. 이때의 궁색이란 그가 가난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는 작품이 아니라 실제의 얼굴 자체도 세상을 향해 어떤 표정을 내어보여야 할지 늘 고민하는 흔적이 보인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의 얼굴은 그가 가지고 있던 여러 카드 패 혹은 가면들 중 하나였을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 - http://windshoes.new21.org/novel-dazai.htm 딜런 토마스 - ht.. 더보기
대문 - 2003.11.26. 어느새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어쩌면 실제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들 마음속에는 오래전부터 핵폭탄 하나쯤, 핵미사일 하나쯤 이미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화가 이현세가 겉으로는 반군국주의를 표방하며 발표했던 "남벌(南伐)"이 1994년, 이때 이미 우리들은 마음속으로 일본을 핵공격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 속에서 이현세는 일본에게 모두 12조의 항복문서를 받는다. 그 중 일부만 소개해보면 " 독도와 그 반경 200해리를 완전한 한국영토로 인정한다. 경도 130도에서 140도상, 위도 345도상의 바다를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할 것을 명문화하고 이를 전세계에 통보한다. 방어적 개념 외의 자위대 군사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 더보기
대문 - 2003.03.22. BGM : John Lennon - Imagine 우리 말 "속절없다"에서 "속절"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사전에도 잘 나와있지 않다. 다만 "속절(俗節)"이란 말은 제삿날을 제외하고도 세시나 추석, 한식, 단오 같이 철마다 조상을 받드는 제사를 의미한다. 예나지금이나 조상님 받드는데 으뜸인 민족이지만 예전에는 한다하는 집안에서는 달달이 돌아오는 '속절'에도 제사를 모셨다. 조상님 받들고자 하는 마음이야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매일반이겠으나 끼니조차 거르는 형편에 속절까지 챙기기 어려웠으리라.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속절에 조상님 모시는 일을 단념하거나 차라리 속절이 없었다면 하고 바랐을 것이다. "속절없이", "속절없다"는 말은 그렇게 나온 말이리라... 미국이 오랫동안 이라크에 금수조처를 취한 .. 더보기
대문 - 2001.08.03. 누가 만들어주었는지 기억이 정확치 않은데... 문화망명지가 처음 생긴지 1주년을 기념하여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기념 배너다. 당시만 하더라도 바람구두연방공화국이라 불렀던 모양? 아니면 그 친구의 실수? 더보기
대문 - 2000.08.07. 두 번째 대문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경로로 만든 대문이었다. 닉네임을 '바람구두'로 정한 것은 좋았는데 그에 합당한 이미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무척 고심했었다. 지금처럼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랐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다닌 기억이 거의 없다. 늘 비를 맞고 다녔다. 아마도 그런 기억이 나에게 "바람구두"의 이미지로 장화를 택하게 만든 건 아닐까 싶다. 더보기
깊고 푸른 것이 어디 몸에 물든 멍뿐이겠습니까? 깊고 푸른 것이 어디 몸에 물든 멍뿐이겠습니까? -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보내는 여섯 번째 편지 혹시 내가 하고 있다는 문화망명지에 가보았을 테지. 그곳에 가면 망명신청이라고 회원가입을 위한 게시판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밝혔듯이 난 긴 글이 좋아. 만약 세상이 책이라면 난 세상을 벌써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아주 어렸을 적에 나는 세상을 다 알아버렸어. 건방진 얘기라고 해도 하는 수 없다는 거, 그대가 뭐라 하건 세상의 바닥을 이미 보아버렸다는 내 느낌, 조금도 변함이 없을 거라는 거 그대도 이미 알겠지. 그래서 그래, 긴 글을 원하는 건. 내가 아직 읽지 못한 것이 있다면 당신이니까. 내게 그것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그것이 아니라면 난 이미 다 읽었으니 네가 읽은 걸.. 더보기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 네 번째 편지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 네 번째 편지 - 오세영의 시 를 읽으며 든 생각들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 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이 이슬을 지우면 안개가 되고, 안개가 안개를 지우면 푸른 하늘이 되듯 산에서 산과 더불어 선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이상하게도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착 가라앉아 버립니다. 마치 내 안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반성문을 쓰고 있는 듯이... 늙은이에게 젊은이는 더이상 아무 것도 배우려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