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시(詩)의 기본은 '묘사'다. 묘사만으로도 시는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시를 처음 써보는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또한 묘사다. 대개는 묘사하는 대신 진술하거나 설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묘사의 단계를 넘어선, 시인이 가장 쓰기 어려워 하는 시가 진술이라고 생각한다. 묘사가 화려한 검술을 자랑하는 것이라면 진술은 정수리를 겨냥해 곧바로 내리치는 진검(眞劍)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나 시를 쓰면 시인이라고 생각허지만, 시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란 매우 어렵다. 게다가 그 감동에 깊이까지 성취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시(詩)가 성취하는 진경에서 화려한 묘사란 존재할 수 없다. 꼭 필요한 묘사만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이토록 우습게 끝나는 쉬운 결론이지만 무엇이든 삶 속에서 성취하기 어려운 것들 대부분이 참으로 쉬운 단어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듯 시의 세계도 그러하다. 이생진의 이 시가 보여주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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