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 중 하나는 아마도 '매너리즘(mannerism)'이란 표현일 것이다. 본래 매너리즘이란 말은 르네상스 이후에 나타났던 하나의 미술 사조였다. 문예부흥, 인문부흥이라 하는 '르네상스'는 본래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르네상스 시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과 결합해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큰 나무 밑에서는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법이라는 격언처럼 르네상스의 천재들에 의해 남겨진 예술적 성취들 - 기술적인 요소와 예술적인 요소들이 천부적인 재능에 의해 결합 - 을 넘어서지 못하고 모사하는 작가들이 출현하기 시작하자 이를 부정적인 의미에서 일컬었던 말이 바로 '매너리즘'이다. 이후 매너리즘이란 말은 미술계 외부로까지 널리 퍼진 일상어가 되어 오늘날엔 현상유지에 급급하거나 관습적인 태도를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천재는 스타일을 창조하고, 범재는 스타일을 양산하는 법이며 창조력이 고갈된 예술가는 박제화된 자기 스타일을 스스로 모방한다. 그러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이다. 자칫하면 대중과 비평가들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흐는 너무나 유명한 사례이고, 렘브란트의 "야경"도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제영의 시 "늙은 거미"는 할머니와 교훈이라는 자칫 상투적인 시로 빠지기 쉬운 갈림길에서 절묘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가 어디로 흘러갈지 눈에 빤히 잡히는데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 없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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