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 김남주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 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
가수. 안치환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자유>.
그리고 가장 최근에 시를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 시인의 이름은 김남주. 이제는 하도 가는 길과도 멀어져서 가물거리는 이름인데 헝가리의 문학이론가인 (아, 그 인간의 이름이 왜이렇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냐? 이제 나도 다된 모양이다. 글을 이 정도 쓰면 기억이 날줄 알았는데 한 번 기억의 창고에서 유실된 이름은 계속해서 떠오르질 않는다. 아, 생각났다.) G.루카치가 노래했던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시대"는 그리이스 시대의 이성관과 세계관을 노래한 것이었다. 아마도 유럽인들에게 그리스 시대는 동양권의 요순 시대와 같은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구절은 단순히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는 시절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와 그 몰락으로 비롯된 방황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시대의 변절을 이야기하며 본인의 변신을 정당화하던 바로 그 순간에도 시인 김남주는 자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사라진 뒤에도 꽃이, 별이, 삶의 노래가, 희망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남주 시인의 이 겁나는 전망이 나는 두려울 지경이다. 그의 철저한 삶! "철저한 삶"이란 말을 과연 얼마만에 입에 담아보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철저하게 "철저한 삶"을 되뇌이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뇌를 안고 살았을 테지만 이제는 모두 아니다,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본다. 자신이 변한 것은 없고, 단지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나도 변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밀물과 썰물이 엇갈려 교차해가며 세상의 해변에 파문을 남기듯, 역사도 밀려왔다가 되밀려가며 세상에 여러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 안에서 변화하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들로 인해 세상은 변하기도 한다. 당신이 신념을 버리지 않음으로 해서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지속되는 신념의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세대가 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 한 번 옳은 일을 하려는 사람이 탄압받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던가? 그들이 언제 한 번 세상의 메인스트림이 되었던 적이 있는가? 80년대가 민중의 시대였다고 하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민중이 언제 한 번이라도 주류가 되었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직 그 길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길이 없다고는 말하지 말자. 당신과 내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당신과 내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희망을 걸고 삶의 노래를 할 것이고, 그들은 다시 어깨동무를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혁명은 없다고 말하지 말라. 혁명이 없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건 전쟁 아니면 평화, 흑이 아니면 백이란 말과 같다. 지금은 다만 그 시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을 뿐, 당신과 나는 그 시대의 언저리에 걸쳐져 있어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김남주 시인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그가 이세상 모든 진리를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그럼으로 해서 그가 알고 있는 작은 진실이나마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냐?
- 김남주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 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
가수. 안치환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자유>.
그리고 가장 최근에 시를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 시인의 이름은 김남주. 이제는 하도 가는 길과도 멀어져서 가물거리는 이름인데 헝가리의 문학이론가인 (아, 그 인간의 이름이 왜이렇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냐? 이제 나도 다된 모양이다. 글을 이 정도 쓰면 기억이 날줄 알았는데 한 번 기억의 창고에서 유실된 이름은 계속해서 떠오르질 않는다. 아, 생각났다.) G.루카치가 노래했던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시대"는 그리이스 시대의 이성관과 세계관을 노래한 것이었다. 아마도 유럽인들에게 그리스 시대는 동양권의 요순 시대와 같은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구절은 단순히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는 시절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와 그 몰락으로 비롯된 방황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시대의 변절을 이야기하며 본인의 변신을 정당화하던 바로 그 순간에도 시인 김남주는 자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사라진 뒤에도 꽃이, 별이, 삶의 노래가, 희망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남주 시인의 이 겁나는 전망이 나는 두려울 지경이다. 그의 철저한 삶! "철저한 삶"이란 말을 과연 얼마만에 입에 담아보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철저하게 "철저한 삶"을 되뇌이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뇌를 안고 살았을 테지만 이제는 모두 아니다,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본다. 자신이 변한 것은 없고, 단지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나도 변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밀물과 썰물이 엇갈려 교차해가며 세상의 해변에 파문을 남기듯, 역사도 밀려왔다가 되밀려가며 세상에 여러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 안에서 변화하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들로 인해 세상은 변하기도 한다. 당신이 신념을 버리지 않음으로 해서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지속되는 신념의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세대가 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 한 번 옳은 일을 하려는 사람이 탄압받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던가? 그들이 언제 한 번 세상의 메인스트림이 되었던 적이 있는가? 80년대가 민중의 시대였다고 하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민중이 언제 한 번이라도 주류가 되었던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직 그 길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길이 없다고는 말하지 말자. 당신과 내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당신과 내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희망을 걸고 삶의 노래를 할 것이고, 그들은 다시 어깨동무를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혁명은 없다고 말하지 말라. 혁명이 없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건 전쟁 아니면 평화, 흑이 아니면 백이란 말과 같다. 지금은 다만 그 시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을 뿐, 당신과 나는 그 시대의 언저리에 걸쳐져 있어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김남주 시인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그가 이세상 모든 진리를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그럼으로 해서 그가 알고 있는 작은 진실이나마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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