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의 이론과 방법들 - 존 스토리 | 박만준 옮김 | 경문사(2002) 문화연구의 이론과 방법들 - 존 스토리 | 박만준 옮김 | 경문사(2002) 우리에게 현실문화연구에서 출간된 "문화연구와 문화이론"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존 스토리의 책 "문화연구의 이론과 방법들"은 문화연구가 실제로 어느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가를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문화연구는 여러 분야의 학문들에 기대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연구에서 논의되는 인물들은 그 자체로 서구의 근현대 사상사를 옮겨온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비롯해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사상가들, 알튀세르, 그람시, 벤야민 등등이 이야기된다. 그 못지 않게 문화연구가 건드리고 있는 분야도 폭넓은데(도대체 어느 것이 문화연구고, 어느 것이 문화연구가 아닌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존 스토리의 이 책은 그 .. 더보기 [내 인생의 특별한 영화] 허공에의 질주 내 안, 옛 친구를 바라본다 [내 인생의 특별한 영화] 허공에의 질주 어떤 사람이던 감추고 싶은 비밀 한 가지쯤은 다들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아픈 치부이기도 하고, 부끄러운 상처이기도 하다. 내 나름대로 그런 상처 아닌 상처가 하나 있는데, 셰익스피어는 청춘이란 세상 어디에 반항할 곳 하나 없어도 반항하는 것이라고 했다지만 1980년대를 살아왔던 우리 세대에겐 그 시대 자체가 반항의 대상이자 저항의 상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1987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서울지역고등학생운동협의회’라는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해 12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공정한 선거와 교육민주화’를 주장하며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과 함께 명동성당에서 농성시위를 이끈 적이 있다. 선거 결과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보통사람들의 .. 더보기 파워 엘리트(오늘의 사상신서 10) - C. 라이트 밀즈 (지은이) | 한길사(1991년) 파워 엘리트(오늘의 사상신서 10) - C. 라이트 밀즈 (지은이) | 한길사(1991년) 먼저 다음의 문장을 읽어보자. 18세기에 들어와서 역사의 무대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근대사회를 사회구조의 정점에서 권력의 분화라는 뚜렷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되었다. 즉, 문관이 권위를 독점, 군사적 강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반면에 군인의 세력은 제한되었으며 정치적인 중립화를 유지해야 했고 따라서 그 세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공업화를 이룬 여러 국가에서는 문관 우위라는, 일견 위대하기는 하지만 불확실한 사실이 점차 근본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폴레옹 시대로부터 1차 대전까지의 오랜 평화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 더보기 자살의 연구 - 알프레드 알바레즈 지음, 최승자 옮김 / 청하(1995년) 자살의 연구 - 알프레드 알바레즈 지음, 최승자 옮김 / 청하(1995년) 알프레드 알바레즈의 "자살의 연구"가 국내에 처음 번역소개된 것은 1982년의 일이었다. 우리 사회 전체에 죽음의 분위기가 넘쳐나던 바로 그런 시기에 이 책이 옮겨졌다는 것은 다소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avage God: A Study of Suicide"이다. 말그대로 "잔혹한 신: 자살의 연구"인 셈이다. 얼마 전 나는 게르트 미슐레의 "자살의 문화사"란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 바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자살 보다는 죽음(Thanatos) 에 대해 좀더 관심이 있고, 공자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삶도 모르거늘 어찌 죽음을 논할 수 있으리요"만 에로스와 타나토스(Eros et Thanatos)는 사실상 한 몸.. 더보기 강영환 - 여름에 핀 가을꽃 여름에 핀 가을꽃 - 강영환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 자갈밭으로 난 작은 길 위에 마른 눈을 들어 들어서 안간힘으로 버텨선 흔들림으로 가을꽃이 피었다 먼 원시림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강한 뼈대 자갈밭에 내려 쌓이는 수천의 빛 무리를 넘어뜨리며 위태로이 홀로 서서 말라비틀어진 이 계절의 중심에서 억센 근육을 부러뜨려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 [출처] 칼잠, 시로사(1983) * "여름에 핀 가을꽃"은 강영환 시인의 등단작이자 첫 시집 칼잠에 수록된 시인데 아쉽게도 시집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시에는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란 구절이 첫 행과 마지막 행에서 반복(5행에서도 축약된 형태로 '가을꽃이 피었다'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 더보기 김사인 - 늦가을 늦가을 - 김사인 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을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 앉아 그 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흐른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 * 요즘 시인들은 왜 달에 대한 멋진 시 하나 토해내지 않는 건지. 제가 가장 마지막에 주목했던 소설가는 "마루야마 겐지"였습니다. 이 말은 최근엔 소설을 읽지 않는 제 현실의 문제이죠. 어쨌거나 그의 소설 는 참 특이한 소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설을 읽고 난 뒤 낡은 오.. 더보기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 - 매그넘 (지은이) | 에릭 고두 (글) | 양영란 (옮긴이) | 마티(2007)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 - 매그넘 (지은이) | 에릭 고두 (글) | 양영란 (옮긴이) | 마티(2007) 20세기 최고의 프리랜서 사진가 집단 “매그넘” 『현장에서 만난 20th C』는 “우리는 그들의 사진으로 세계를 기억한다”는 의미심장한 부제를 달고 있다. 선언적 어투로 쓰인 이 말을 만약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진집단이 했다면 아마 우리는 매우 거만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MAGNUM” 사진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 없는 보도 사진가들의 집단이 바로 매그넘이다. 매그넘은 좀체로 넘어서기 어려운 중세의 길드 같다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스러운 입교식을 치르지나 않을까 싶을 만큼 신비로운 매력을 선.. 더보기 사형 :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 - 카를 브루노 레더 (지은이) | 이상혁 (옮긴이) | 하서출판사(2003) 사형 :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 - 카를 브루노 레더 (지은이) | 이상혁 (옮긴이) | 하서출판사(2003) 끔찍한 연쇄살인마의 얼굴 - 인류(人類)의 자화상 나는 이 책의 구판을 가지고 있는데, 목차와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니 내용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최근 나는 사형과 사형제도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연이어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스콧 터로의 책 "극단의 형벌"을 읽기 위한 용도로 다시 읽은 것이다. 스콧 터로의 책이 보다 최근의 사형과 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카를 브루노 레더 (Karl Bruno Leder)"의 이 책은 부제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 이 알려주듯 사형과 사형제도의 기원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습을 역사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사형(死刑, Tode.. 더보기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앙드레 고르는 내게 있어 마르크스 이후 발견한 가장 매력적인 사상가 중 하나였다. 이반 일리치를 계승한 정치생태학자로서 그의 사상은 산업문명 전반을 반추해보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다만 생태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남성(sex)으로써 태어난 남성(gender)'이 여성주의자(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생태주의’를 하나의 실천적 이념(정치)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모든 문명체계(혹은 문화)를 극복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인간이 되겠다는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앙드레 고르가 평생의 반려였던 도린에게 보낸 사랑의 메시지.. 더보기 김수영 - 강가에서 강가에서 - 김수영 저이는 나보다 여유가 있다 저이는 나보다도 가난하게 보이는데 저이는 우리집을 찾아와서 산보를 청한다 강가에 가서 돌아갈 차비만 남겨놓고 술을 사준다 아니 돌아갈 차비까지 다 마셨나 보다 식구가 나보다도 일곱 식구나 더 많다는데 일요일이면 빼지 않고 강으로 투망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4킬로가량을 걷는다고 한다 죽은 고기처럼 혈색 없는 나를 보고 얼마전에는 애 업은 여자하고 오입을 했다고 한다 초저녁에 두 번 새벽에 한 번 그러니 아직도 늙지 않지 않았느냐고 한다 그래도 추탕을 먹으면서 나보다도 더 땀을 흘리더라만 신문지로 얼굴을 씻으면서 나보고도 산보를 하라고 자꾸 권한다 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는데 남방셔츠 밑에는 바지에 혁대도 매지 않았는데 그는 나보다도 가난해 보이..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