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핀 가을꽃
- 강영환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
자갈밭으로 난 작은 길 위에
마른 눈을 들어 들어서
안간힘으로 버텨선 흔들림으로
가을꽃이 피었다
먼 원시림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강한 뼈대
자갈밭에 내려 쌓이는
수천의 빛 무리를 넘어뜨리며
위태로이 홀로 서서
말라비틀어진 이 계절의 중심에서
억센 근육을 부러뜨려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
[출처] 칼잠, 시로사(1983)
*
"여름에 핀 가을꽃"은 강영환 시인의 등단작이자 첫 시집 칼잠에 수록된 시인데 아쉽게도 시집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시에는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란 구절이 첫 행과 마지막 행에서 반복(5행에서도 축약된 형태로 '가을꽃이 피었다'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5행 이전에 피어난 가을꽃은 자갈밭으로 난 작은 길 위에 피어난 현실 속의 가을꽃이지만 5행 이후에 피어난 가을꽃은 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심상에 피어난 꽃이기 때문이다. 수천의 빛무리를 넘어뜨리며 위태롭지만 굳건하게 피어난 꽃이다. 철모르고 여름에 핀 가을꽃. 때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 강영환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
자갈밭으로 난 작은 길 위에
마른 눈을 들어 들어서
안간힘으로 버텨선 흔들림으로
가을꽃이 피었다
먼 원시림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강한 뼈대
자갈밭에 내려 쌓이는
수천의 빛 무리를 넘어뜨리며
위태로이 홀로 서서
말라비틀어진 이 계절의 중심에서
억센 근육을 부러뜨려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
[출처] 칼잠, 시로사(1983)
*
"여름에 핀 가을꽃"은 강영환 시인의 등단작이자 첫 시집 칼잠에 수록된 시인데 아쉽게도 시집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시에는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란 구절이 첫 행과 마지막 행에서 반복(5행에서도 축약된 형태로 '가을꽃이 피었다'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반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5행 이전에 피어난 가을꽃은 자갈밭으로 난 작은 길 위에 피어난 현실 속의 가을꽃이지만 5행 이후에 피어난 가을꽃은 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심상에 피어난 꽃이기 때문이다. 수천의 빛무리를 넘어뜨리며 위태롭지만 굳건하게 피어난 꽃이다. 철모르고 여름에 핀 가을꽃. 때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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