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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윤여준 오늘 아침, 안철수 교수가 자신에게 있다고 하는 300여 명의 멘토 중 하나(?)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현재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원장)을 초대해 아침대화 조찬강연을 진행했다. 윤여준 원장을 9월 아침대화 강사로 초청한 것은 이번 해프닝이 있기 이미 한 달여 전에 이루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그를 추천하고 섭외하기로 결정한 누군가(아마도 나)가 대단한 선견지명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주변의 흥미를 더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를 반드시 긍정적인 현상으로만 보지는 않았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어쨌든 누군가의 표현대로 요 며칠 동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한 편의 정치드라마를 바라보듯 숨가쁘게 현장의 변화를 주목해야만 했다. 오세훈 前 서울시장의 묻지마 막가파 주민투.. 더보기
마종기 - 證例6 證例6 : 앤 선더스 아가에게 - 마종기 내가 한 아가의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환자는 늙으나 어리나 환자였고, 내가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나는 기계처럼 치료하고 그 울음에 보이지 않는 신경질을 내고, 내가 하루하루 크는 귀여운 아가의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내 같잖은 의사의 눈에서는 연민의 작은 꽃 한 번 몽우리지지 않았지. 가슴뼈 속에 대못 같은 바늘을 꽂아 비로소 오래 살지 못하는 병을 진단한 뒤에 나는 네 병실을 겉돌고, 열기 오른 뺨으로 네가 손짓할 때 나는 또다시 망연한 나그네가 되었지. 그리고 어느 날 엉뚱한 내 팔에 안겨 숨질 때, 나는 드디어 귀엽게 살아 있는 너를 보았다. 아, 이제 아프게 몽우리졌다. 네 아픔이 되어 낮에도 밤에도 속삭이는구나. 미워하지 마라 아가야. 이 땅의 한곳에서 죽.. 더보기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 2007) 감독 :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각본 : 스티븐 자일리언(Steven Zaillian) 원작 : 마크 제이콥슨(Mark Jacobson) 출연 : 덴젤 워싱턴(프랭크 루카스), 러셀 크로우(리치 로버츠), 클레어런스 윌리엄스3세(범피 존슨) 는 1960년대 월남전이 한창 진행 중인 미국으로 우리를 이끈다. 극장판이 아닌 감독판은 런닝 타임이 3시간에 육박할 정도인데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전혀 지루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같은 조밀한 짜임새와 박진감을 동시에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물론 리들리 스콧의 연출 솜씨가 가장 큰 덕이겠지만 그 밑바탕엔 스티븐 자일리언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영화 를 각색해 1994년을 그의.. 더보기
옥타비오 빠스 - 서로 찾기 서로 찾기 - 옥타비오 빠스(Octavio Paz) 나의 몸에서 너는 산을 찾는다 숲 속에 묻힌 산의 태양 너의 몸에서 나는 배를 찾는다 갈 곳을 잃은 밤의 한중간에서 * 나는 정신의 사랑보다 몸의 사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랑의 유물론'쯤이라고 해두자. 이 말은 지금 그대가 내 곁에 없어도 여전히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난 지금 그대가 내 곁에 없어 미칠 것 같이 괴롭다고 말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옥타비오 빠스의 "서로 찾기"가 말하는 사랑은 '에로스'다. 몸의 사랑. 여자는 남자에게서 산을, 남자는 여자에게서 배를 찾는다. 여자는 남자를 만나 머무를 곳을 찾고 남자는 여자를 만나 떠날 곳을 찾는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애타게 찾지만 만남은 잠시고 엇갈림은 영원히 반.. 더보기
로버트 브라우닝 -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로버트 브라우닝 (지은이) | 케이트 그린어웨이(그림) | 정영목 (옮긴이) | 비룡소 | 2006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근심하나없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들고서 언제나 웃고 다니지 쿵작작 쿵작~~" 내가 기억하는 한 내 인생의 첫 노래는 송창식의 "피리부는 사나이"였다. 하멜른의 유명한 전설을 책으로 옮긴 것이 있다는 걸 알기도 전에 내게 있어 피리부는 사나이는 "근심하나없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만 있다면 언제나 홀로인 것을 감내한 채 웃고 다닐 수 있는 그런 사내였다. 노래가 날 선택한 것이었을까? 내가 노래를 선택한 것이었을까? 비록 어렸을 무렵이라지만 그 때 노래란 것이 저것 하나만 있었을리 없건만, 유독 기억에 남고, 어린 시절에도 즐겨 따라 부르던 노래가.. 더보기
그래엄 터너 - 문화연구입문/ 한나래(1995년) 문화연구입문 ㅣ 한나래 언론문화총서 16 그래엄 터너 지음 / 한나래 / 1995년 10월 이 책의 원제는 "British Cultural Studies"이다. 그럼에도 그냥 문화연구입문이라고 번역되어 제목이 달렸다. 흔히 문화연구를 이야기할 때 혹은 문화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모든 용어들은 컨텍스트(context)에 따라 해석되길 희망하는 것들이다. 컨텍스트란 말 자체는 매우 많이 사용되지만 그 자체가 한 마디로 정의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멋대로 이것을 정의하길 "층위와 맥락"으로 본다. 누구도 이렇게 정의하여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임을 전제로 하자면 컨텍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맥락 혹은 행간이라 할 수 있는 말이다. "모든 진리는 일정한 현실성.. 더보기
오세영 - 비행운 비행운(飛行雲) - 오세영 한낮 뇌우(雷雨)를 동반한 천둥번개로 하늘 한 모서리가 조금 찢어진 모양 대기 중 산소가 샐라 긴급 발진 제트기 한 대가 재빨리 날아오르더니 천을 덧 대 바늘로 정교히 박음질 한다. 노을에 비껴 하얀 실밥이 더 선명해 보이는 한줄기 긴 비행운(飛行雲) 출처 : 『황해문화』, 2009년 봄호(통권63호) * 42년생 시인에게 천진(天眞)하단 말은 어폐가 있는 말이지만, 갈수록 오세영 시인의 시가 천진해진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나이가 들면서 더욱 천진해지는 시인들이 있으며 그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시인이기에 그럴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에 오세영 선생의 시(詩) 3편을 받았는데 모두 비슷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이었기에 당신의 시를 받.. 더보기
안현미 - 여자비 여자비 - 안현미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 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고 한다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우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울던 소리 오래 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에게서 나던 소리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젖 먹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소리 오래 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의 목메이는 소리 * 사는 게 비루하다고 여기다가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래도 좀 낫다 싶어 한숨을 푹 내쉰다 살아야 할 날이 어제보다 하루 줄었으니 더보기
신경림 - 갈구렁달 갈구렁달 - 신경림 지금쯤 물거리 한 짐 해놓고 냇가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볼 시간...... 시골에서 내몰리고 서울에서도 떠밀려 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에겐 옛날밖에 없다 지금쯤 아이들 신작로에 몰려 갈갬질치며 고추잠자리 잡을 시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로 외쳐대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몸짓으로 발버둥치다 지친 다리 끄는 오르막에서 바라보면 너덜대는 지붕 위에 갈구렁달이 걸렸구나 시들고 찌든 우리들의 얼굴이 걸렸구나 * 갈구렁달 : 황해도, 충청도 바닷가에서 쪽박같이 쪼그라든 달을 말함. ** 어릴 적엔 세상 모든 걸 다 아는 것 같고, 마음에 들지 않는 풍경들을 죄다 뜯어 고치겠다는, 아니 고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었었다. 그러다 언제인가부터 싫든 좋든 나도 그 세상 풍경의 일부란 사실.. 더보기
윤성학 - 내외 내외 - 윤성학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조붓한 산길을 오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나를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가릴 곳을 찾다가 적당한 바위틈을 찾아 몸을 숨겼다 나를 바위 뒤편에 세워둔 채 거기 있어 이리 오면 안돼 아니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안돼 딱 거기 서서 누가 오나 봐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곳을 나는 들여다보고 싶고 그녀가 보여줄 수 없으면서도 아예 멀리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그 거리, 1cm도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 그 간극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안팎이 시원하게 內通하기 적당한 거리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