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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 미들클래스 블루스 미들클래스 블루스 -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우리는 불평할 수 없다. 우리는 할 일이 있다. 우리는 배부르다. 우리는 먹는다. 풀이 자란다. 지엔피가 자란다. 손톱이 자란다. 과거가 자란다. 거리는 한산하다. 종전 협상은 완벽하다. 방공경보는 울리지 않는다. 다 지나갔다. 죽은 이들은 유언장을 썼다. 비는 그쳤다. 전쟁은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그것은 급할 것이 없다. 우리는 풀을 먹는다. 우리는 지엔피를 먹는다. 우리는 손톱을 먹는다. 우리는 과거를 먹는다. 우리는 감출 것이 없다. 우리는 늦출 것이 없다.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있다. 우리는 무엇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가?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상황은 정돈되었다. 접시는 씻겼다. 마지막 버스가 지나간다. 버스는 비어있다. 우리는 불평할 수.. 더보기
박재삼 - 가난의 골목에서는 가난의 골목에서는 -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 박재삼 시인의 이라는 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재삼 시인의 서정성을 좋아합니다. 그분의 시를 읽는 것은 '그럴 연(然)자'를 읽는 기분이 듭니다. 이 시에서는 특히 "그 눈물 흘..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1장.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라 하지 않겠는가?” 『논어(論語)』 - 학이(學而)편 새해 목표 중 하나로 『논어(論語)』 읽기를 삼았다. 감히 논어 공부라 하지 못한 까닭은 여럿이 있지만 논어 첫 머리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공자에게 있어 공부, 즉 학습(學習)이라는 것은 배우고 익혀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때의 습(習)이란 자전거를 타는 것과 흡사하다. 로봇 공학에서 가장 힘든 .. 더보기
The Sound of Silence - Paul Simon & Art Garfunkel The Sound of Silence - Paul Simon & Art Garfunkel 지난 2000년도에 개봉된 영화 라는 작품이 있다. 로 한참 주가를 올린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였는데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LA의 FBI수사관 조엘 캠벨(제임스 스페이더)은 수년동안 연쇄 살인마를 쫓다가 연쇄 살인범이 도리어 자신을 친구로 여기게 되고, 연쇄살인범 데이비드 알렌 그리핀(키아누 리브스)에게 자신의 가까운 친구를 잃는다. 실의에 빠진 조엘은 FBI를 사직하고, 시카고로 떠나 정신상담치료를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려고 한다. 그러나 조엘이 시카고로 떠난 것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그를 따라 시카고에 와서 다시 연쇄살인을 시작한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조엘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더보기
발은 피곤하지만 내 영혼은 편안하다 - 로사 파크스 영어사전에서 'black'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신 적이 있는지요. '검다'는 의미를 제외하고, 'black'은 '음산한, 침울한, 화가 난, 험악한, 심사가 고약한, 사악한, 죄악으로 더럽혀진' 등의 뜻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black'이 접두사로 사용되거나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용례까지 살펴보면 'black'이란 단어가 가진 의미 중 좋은 뜻으로 사용되는 것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white'의 의미는 '희다'는 의미를 제외하고, '결백한, 순진한, 오점이 없는, 악의가 없는, 정직한, 공정한, 훌륭한' 등의 뜻이 됩니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 같은 이는 "화이트와 블랙은 색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선(善)과 악(惡), 희망과 절망의 상징.. 더보기
북두의 권 - 부론손 글/ 데츠오 하라 그림 북두의 권 - 부론손 글/ 데츠오 하라 그림/ 학산문화사 펴냄 199*년 핵의 화염이 휩쓸고 지나간 지구, 온통 잿더미의 폐허로 변해 버린 지구는 인류의 문명이나 질서 따위는 핵의 화염에 휩쓸려 사라지고 지구는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이들과 무질서 속에서 힘에 의해 모든 것을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의 폭력과 폭력, 힘과 힘의 대결이 펼쳐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이 이 보여주는 기본 설정이다. 분명 1979년 호주의 밀러 감독에 의해 형상화된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이 의 흔한 아류작들과 달리 수백만부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인기작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같은 형태의 디스토피아를 다룬다고 할지라도 이 만화 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형식이란 측면에서 분명 를 압.. 더보기
다시 태양의 시대로 - 이필렬 다시 태양의 시대로/ 이필렬 지음 / 양문 / 2004년 7월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지금도 저절로 기분이 흥겨워진다. 지난 1982년 12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방송되었던 "미래소년 코난". 이 작품은 잘 알려진 대로 알렉산더 케이의 "남겨진 사람들(The Incredible Tide)"이란 작품을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에서 세기말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화석 에너지가 고갈된 미래의 지구를 그려내고 있다. 물론 작품 속에서 미래의 인류가 에너지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제3차 세계대전 때문인 듯 보이지만 그 3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아마 화석 에너지인 석유를 누가 지배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진 전쟁이었을 거.. 더보기
위대한 아웃사이더:세상을 바꾼 지식인 70인의 수난과 저항-김삼웅 위대한 아웃사이더 - 세상을 바꾼 지식인 70인의 수난과 저항/ 김삼웅 지음 / 사람과사람 / 2002년 10월 인류가 지구상에서 '사회'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이룬 이래 오랫동안 인류 공동체를 지배해 나간 것은 분명 소수의 사람들이었다. "민중"이나 "인민"의 개념을 중요시 여기는 이들조차 선뜻 이런 말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좌파적 입장에 서 있는 사람도, 세상은 이름없는 무수한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만들어 나갔다고 열변을 토할 순진한 우파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다수가 참여하는 민주주의적 제도를 완비했다고 하는 서구 선진국에서조차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 회의하는 까닭은 결국 지배기구를 장악한 이들 손에 다수의 민의가 성실하게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일게다. 고대 노.. 더보기
김정은 - 대중문화 읽기와 비평적 글쓰기/민미디어(2003) 대중문화 읽기와 비평적 글쓰기 김정은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3년 5월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어떤 이론이나 사상, 주의를 다이제스트로 읽는 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문학작품들, 혹은 예술작품들의 생명력이 훼손되는 까닭은 그것이 체제내로 포섭된다는 문제에서도 발생하지만, 그보다 더큰 이유는 논술시험을 잘 보기 위해 다이제스트(digest)판으로 읽는 고전, 작품을 통해 마치 자신이 그것에 대해 전부를 아는 양 착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원전을 읽는다고 해서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보장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요점만 간단히"라는 다이제스트의 용도가 설명하듯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원전의 많은 것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 더보기
윌리엄 브럼 - 미군과 CIA의 잊혀진 역사/ 녹두(2003) 윌리엄 브럼 - 미군과 CIA의 잊혀진 역사/ 녹두(2003) 이란, 리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과테말라, 볼리비아, 쿠바, 니카라과, 파나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나라들은 고작 19개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우리는 정부기관에서 하는 일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국민을 위해 생산적인 일만 할 것 같은 산업자원부, 한 국가의 산업자원을 총괄하는 부서라고 배웠지만 그 밑에 얼마나 많은 산하기관이 있고, 그네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수자원공사는 단지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공사형태의 기업체로 생각하고, 원자력공사는 원자력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정부가 우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