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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김의찬 - 18禁의 세계(씨엔씨미디어, 2000년) 18禁의 세계 김봉석, 김의찬 지음 / 씨엔씨미디어 / 2000년 3월 이 책에 대해 리뷰를 한 번 써보리라 마음 먹은 건 상당히 오래전 일인데, 생각보다 책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의 제목을 "13금의 세계"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어제 저녁에도 다시 붙잡고 읽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에도 이 책을 검색할 때 "13금의 세계"로 했으니 쉽사리 찾아질리가 없다. 어쩌면 은연 중에 나는 "18금"을 좀더 낮춰 13금만 존재하는 세계에 살고 싶은 건 아닐까? TV를 시청하다보면 종종 나이제한 표시들을 볼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시청대상이나 관람대상을 제한하는 방식의 나이별 등급이 있는데,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는 이유에서라고들 한다. 이 책은 그러니까 보호.. 더보기
최장집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2002)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후마니타스(2002년) 교수, 지식인 최장집 선생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불행히도 그의 학문적 업적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그는 지난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위원에 위촉된 뒤 일부 보수 언론과 여론에 떠밀려 때 아닌 사상검증 열풍에 시달렸다. 과연 최장집 선생은 그런 사상검증을 받아야 할 만큼 위험한 지식인이었던가? 최소한 내가 알고 접해본 그의 저서들에서 사상 검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만한 대목은 없었다. 오히려 좌측에 서 있는 지식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너무나 온건한 지식인이다. 그런데도 그는 사상 검증이라는 말도 안되는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더보기
기시다 슈 - 성은 환상이다/ 이학사/ 2000 성은 환상이다/ 기시다 슈 지음, 박규태 옮김 / 이학사 / 2000년 11월 가끔 성에 관한 무수한 담론들을 접할 때마다, 보다 정직하게 말해 20세기를 '미국의 세기', '이념의 세기', '대중의 세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보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20세기는 누가 뭐래도 '성의 세기'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20세기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이 세기에, '자본주의 체제가 획득한 성의 습속' 역시 에이즈 전파 속도처럼 전세계를 평정하고 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 성은 일상의 이면에서 표면으로 떠올랐고, 말초적인 성(sex)으로부터 학문적인 접근 방식의 성에 이르기 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담론들이 있다. 그럼에도 성담론은 여전히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형태(말초적인.. 더보기
최봉림 - 세계 사진사 32장면 (1826~1955) 세계 사진사 32장면 (1826~1955)/ 최봉림 지음/ 디자인하우스/ 2003년 몇몇 장면으로 본 무슨무슨 시리즈는 모 출판사의 독점적인 제목 붙이기 방식인 줄만 알았는데, 최근 디자인하우스에서 출판된 "세계사진사 32장면"이란 책에도 이런 류의 제목이 붙었다. 몇몇 장면이란 시리즈는 결국 대중적인 통사를, 흥미를 끌만한 사건들과 인물을 중심으로 묶어 보겠다는 확실한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자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열화당에서 나오는 사진북 시리즈 중 하나인 "도마쓰 쇼메이"의 옮긴이이기도 했다. 전체적인 예술사 속에서 사진사를 별도로 끄집어 내어 정리하고자 하는 시도, 아우르러려는 노력은 국내에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조금 앞서 진동선 선생의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 .. 더보기
20세기의 역사 - 히스토리아 문디 01 / 로저 루이스, 마이클 하워드 20세기의 역사 - 히스토리아 문디 01 / 로저 루이스, 마이클 하워드 (엮은이), 차하순 (옮긴이)/ 이산/ 2000년 이 책은 지난 1998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를 번역한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하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유는 일단 책 자체가 다루고 있는 하중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분량 역시 만만치 않은 탓이 크다. (내가 이 책을 처음 구했을 때 출판사는 '이산'이 아니라 '가지 않은 길'이었는데 언제 출판사가 바뀌었을까, 약간 의문이다.) 일단 그 묵직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목차는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로드맵이자, 그 책의 구조를 보여주는 가장 합리적인 설계도인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복..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 -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문학과지성사/ 2000 실론 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파블로 네루다 지음, 고혜선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0년 "여명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한 우리는 찬란한 도시로 입성할 것이다." -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파블로 네루다가 인용하며 말한 랭보의 시구 파블로 네루다. 시인을 추억하는 방법은 많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그 시인의 시를 마음에 품는 것이다. 내년(2004년)이면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이 지난 1973년이었으므로 오래되었다면 약간 오래되었고, 최근의 시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최근에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 된다. 그러나 그가 언제 태어났건, 그가 언제 죽었건 간에 그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그가 영원한 청춘의 시인이었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의 시를 마음에 .. 더보기
중국 고전 명언 사전 -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 솔출판사 중국 고전 명언 사전 -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 솔출판사 중국고전명언사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고전 모로하시 데쓰지(諸橋轍次)에게 석학(碩學)이란 헌사를 바치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한자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일생일업(一生一業)이란 말이 낯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을 볼 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 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보다 나은 문화적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 공로만을 기리기 위한 것은 아닐 게다. 사실 이 책 "중국고전명언사전"은 내가 구입한 책은 아니고, 사무실에 굴러다니길래 며칠동안 공.. 더보기
눈을 감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은 시절이 곧 도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대학마다 재학생들을 출신고교에 보내 학교 홍보를 하기도 한다는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제게도 그와 비슷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교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먼저 고교를 졸업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어요. 그냥 동아리 후배들에게 말하는 순간이었지요. 십수 명 되는 아이들을 앞에 놓고 먼저 살았던 선배로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충고를 해야 했는데 소위 명문대학엘 간 것도 아니고, 빈둥거리며 노가다판을 전전하던 날 구태여 불러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알 수 없었지만 간만에 후배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그 모임에 나갔습니다. 어느새 나보다 저만큼 앞서 간 듯 보이는.. 더보기
개미들의 유쾌한 정치반란은 막을 내리는가? 개미들의 유쾌한 정치반란은 막을 내리는가? 한해를 돌이켜보는 시점에서 저는 우리 정치사 초유의 정치 실험이랄 수 있었던 개혁국민정당(이하 '개혁당')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저를 유난히 힘들게 만들었던 원인 중 하나를 제공했던 개혁국민정당. 주변의 친구들을 비롯해서 제 마음 속으로 그간 신뢰를 보내던 주변의 괜찮은 선배, 선생들이 저와 생각을 달리했고, 설득은 커녕 도리어 설득 당하지 않기 위해 무진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제가 유달리 이런 일들에 취약한 정신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사실 1987년의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NL, PD의 지리멸렬한 분열 못지않게 그 무렵의 저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것은 소위 '비판적 지지'세력과 '비토' 세력간의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그 .. 더보기
NEIS와 노무현 참여정부 100일 - 적과의 동침 며칠 전 역사학회에서 주최하는 제46회 역사학대회를 참관하러 서울대에 갔다가 그 인근의 모 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있는 친구 녀석을 만나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수업을 들어가야 하므로 두 사람이 오래도록 같이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요새 교육계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문제와 윤덕홍 교육부총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친구는 자신이 속해있는 학교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NEIS가 도입되었는지, 윤덕홍 부총리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가 속한 학교에서 NEIS는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공문 한 장이 날아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니까, 각급 학교는 이에 준비하라고 해서 준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교육부총리의 계속되는 말바꾸기가 문제가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