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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 빈산 빈 산 - 김지하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저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퍼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 저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 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푸른 솔일 줄도 몰라라. *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 매일 끊이지 않고, 하루에 시 한 편을 올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나치게 게으른 친구. 하제누리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었고(그가 필자로 시 읽기를 전담해주기로 .. 더보기
김재진 - 살아라 친구여 살아라 친구여 - 김재진 오래오래 힘든 이 세상도 살아라 친구여 참담히 눈물 마른 들판 질러 강인 듯 기적소리 하나 흘러가고 서른을 넘겨버린 빈 날들 모아 쭉정이처럼 후후 날리며 살아라 친구여 살아라 친구여 죽자고 일하던 사람들 돌아와 새벽을 기다리던 어둠 속에서 새벽이 오면 무엇하랴 풀 끝에 맺힐 이슬 아예 시들고 굴러서 깨어질 빛의 파편만 남은 일의 무게에 눌려 눈 시린데 희망을 만드는 것은 손쉬워라. 만들었다 지우는 아기처럼 금세 지울 죽음이나 떠올리며 가만히 불러보는 세상이여 오래오래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름처럼 서른 넘겨 견디어 온 이 세상이여 캄캄한 부름으로 살아라 친구여 살아라 친구여 * 때로 산다는 것이 몹시 외로운 순간들이 있다. 게다가 우리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지 않는가?.. 더보기
과거사규명을 위한 첫걸음 - 아버지를 죽여라! I'm your father! 스타워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비단 '다쓰베이더(DarthVader)'가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에게 "I'm your father"라는 명대사를 읊조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다이 기사단 사제 관계의 역사적 연원을 따지고 보면 군국주의 국가였던 스파르타(Sparta)의 중장보병(hoplites)의 육성책과 흡사한 측면이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리스의 다른 폴리스들과 달리 스파르타가 정치체제로서 군국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유시민들보다 피정복 노예인 헬로트의 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황색저널의 가십거리가 된 스와핑도 따지고 보면 좀더 건강한 전사를 얻기 위한 군국주의 국가 스파르타의 우생.. 더보기
정은임! 그 날의 목소리 정은임! 정은임! 정은임! 정은임! 정은임! 내가 광주의 진실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의 일이었습니다. 그해 역사적으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나는 현재 그다지 궁금하지 않습니다. 아마 최루탄 냄새가 서울 변두리 외곽에서도 골진 남한산성 밑의 가난한 이웃들이 산을 등지고 모여 살던 우리 동네까지 퍼져오던 시절이었다는 것이 그 무렵의 지난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일 겁니다. 이듬해엔 "86, 88"이라고 우리가 늘 구호처럼 힘주어 이야기하던 "86 아시안게임"이 있는 해였습니다. 별로 헤아려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그 무렵 나는 중학생이었고, 매일매일 집단체벌을 받았습니다. 그 무렵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공부였기 때문에 나는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 하는 학생이었지만, 집단.. 더보기
폴 조아니데스 - Sex - Guide to Getting it on/ 다리미디어(2004) Sex - Guide to Getting it on / 폴 조아니데스 지음, 대릭 그뢰스 시니어 삽화, 이명희 옮김 / 다리미디어 / 2004년 7월 바람구두, 섹스책을 사다.... 내가 어쩌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하게 기억이 안 난다. 분명 이 책은 나온지 아직 한 달도 채 안 된 따끈한 책인 걸로 봐서 어딘가 신문 서평을 읽었거나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 그럴 텐데 기억이 안 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어쩌면 섹스책이라서 나 스스로 아, 이런 걸 읽어도 될까 하는 묵시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거다. 게다가 이 책은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도 아니고, 아내가 서점에 나갔다가 "뭐 읽고 싶은 책 없어?"하는 뜻밖의 제의를 받은 덕이다(참고로 울 마눌은 내게 용돈 말.. 더보기
국가라는 괴물과 살아가기 위하여.... 국가라는 괴물과 살아가기 위하여.... 솔직히 침잠(沈潛)해 있고 싶었습니다. 그간 너무 많은 말들을 대책 없이 쏟아냈다는 생각과 나의 말들이 굳건하게 서 있는 무감무심(無感無心)한 벽 어느 한 자락에 더러운 오물도 되지 못한다는 참담한 부끄러움이 말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앞을 볼 수 없는 소경이 다른 이들을 이끌고 시내를 건너고 계곡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전쟁에서 정의로운 전쟁과 부당한 전쟁의 차이를 알지 못합니다. 막연하게 정당하지 못한 어떤 폭력에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게 되는 폭력은 그나마 정당하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내 집에 침입해서 내 일가족을 상하게 하고, 목숨을 노리는 도적 떼.. 더보기
제임스 트위첼 -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청년사(2001년)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 제임스 트위첼 지음, 김철호 옮김 / 청년사 / 2001년 10월 1. 광고 - 범죄의 재구성 혹은 당의정?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그런 경험들 - 자신의 인생이 어느 사건, 혹은 순간을 계기로 극적인 전환을 거쳐 질적인 변화에 이르는 - 을 하게 된다. 어떤 맥락에서 보든 나 역시 내 삶의 이력을 때로 매우 극적으로 변환시킨 계기가 되었던 몇몇 사건들을 경험했다. 그 중 몇 가지는 이런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간 막노동꾼으로 건축현장의 거의 전 분야, 가령 목수로 시작해서 미장이, 벽돌공, 방수공사 일꾼을 전전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대학생이 되었던 것, 대학을 졸업하고 모 광고회사에서 대리까지 승진했다가 어느날 갑자기 때려치우고 지방의 모 시민문화단체로 업종을 전환한 .. 더보기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존 레논은 "여성은 세상의 흑인이다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라고 노래하고, 밥 말리는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 No Woaman No Cry"를 노래했지만 여전히 여성은 세상의 절반이면서 우리 사회의 식민지이다.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70%가 여성이며, 이들 중 많은 수가 실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생계형 노동자다. 이걸 다른 말로 하자면 오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여성이 누리는 부와 아침형 인간들이 자신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헬스 클럽에서 흘리는 땀 한 방울의 여유는 여성 노동자가 의당 누려야 할 삶의 일부를 빼앗은 댓가이며, 오늘 이렇게 내 자리에 편안히 앉아 글을 올리는 이 바.. 더보기
이승연 누드 파문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음화(陰畵) 1. 역사의 농담 - 그간 "문망"에서 진행된 이승연 논쟁을 정리하며 지난해부터 올해로 넘어오는 시기에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핫이슈는 연예인들의 누드 촬영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승연 씨의 군위안부 누드 파문이 아니었다면 단순히 연예가 핫이슈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문망에서도 지난 2월 13일 란 글과 더불어 모두 28개의 게시물이 이와 관련해 올려졌었다. 처음 올렸던 글에서 나는 이승연의 군위안부 누드 파문을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했었다. 그것은 이승연의 군위안부 누드가 우리 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을 만큼 “일제 하 군위안부 사건”이 “역사청산 - 역사적 종결의 형태로 일단락” 되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역사 청산”이란 말은 엄밀히 따지자면 잘못된 표현이다. 역사는 청산(淸算).. 더보기
벨라 차우 Bella Ciao 이탈리아 ‘칸초네’하면 우리는 먼저 나폴리와 푸르디푸른 쪽빛 바다와 언덕까지 이어진 하얀 지중해식 가옥들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조금 더 나아가면 우렁찬 테너로 거리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테너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떠올릴지도…. 하지만 이번에 말하고 싶은 노래는 곤돌라의 노를 젓는 뱃사공이 부르는 낭만적인 이탈리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노래 이야기이다. 이탈리아 칸초네가 우리나라에 알려져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라고 하는데, 우리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는 것만큼 이탈리아 민중들도 노래 부르는 걸 꽤나 즐기는 민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민족에게 민족의 정한을 담은 노래가 없겠냐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노래가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오늘날에도 반세계화 시위 현장에서는 빠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