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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예술

임재천 - 한국의 재발견 한국의 재발견 - 임재천 (지은이) | 눈빛 | 2013-11-25 임재천의 사진집 "한국의 재발견"은 한국의 '재발견'이 아니라 한국의 '대발견'이다. 그것은 이 사진집의 첫 장만 넘겨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제일 첫머리에 등장하는 곳은 부산 영도인데, 순간적으로 나는 이곳에서 쿠바의 말레콘(Malecon)을 보았다. 1. 사진은 최초 탄생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몇 안되는 예술장르 중 하나다. 사진의 태초는 프랑스의 니에프스가 자연 풍경을 최초로 고정한 헬리오그라피(Heliography)를 완성한 것이 1826년의 일이었다. 태초의 사진은 풍경이었다. 물론 태초의 사진이 풍경이 된 이유는 당시 기술력으로 상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8시간이라는 긴 노출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 더보기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 이시우 사진 / 인간사랑 / 2007년 6월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 이시우 사진 / 인간사랑 / 2007년 6월 얼마 전 국정원에서는 과거사진상규명활동보고서를 냈는데, 지난 7~80년대부터의 공안사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공안기관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강화도에서도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가야만 하는 작고 외진 섬, 미법도에 한동안 국가공무원들이 자주 들락거렸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그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곳을 찾아 미법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간첩으로 몰았다. 납북 사건이 잊혀질 무렵인 1976년 오형근씨 사건을 시작으로 미법도에 공안사건의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1977년 안장영, 안희천씨, 1981년 황용윤씨가 차례로 ‘간첩’이란 꼬리표를 달고 법정에 섰다. 오형근씨 수사 과정에서 안장영씨에 대한 첩보가, 안.. 더보기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 - 매그넘 (지은이) | 에릭 고두 (글) | 양영란 (옮긴이) | 마티(2007) 현장에서 만난 20th C : 매그넘(MAGNUM) 1947~2006 - 매그넘 (지은이) | 에릭 고두 (글) | 양영란 (옮긴이) | 마티(2007) 20세기 최고의 프리랜서 사진가 집단 “매그넘” 『현장에서 만난 20th C』는 “우리는 그들의 사진으로 세계를 기억한다”는 의미심장한 부제를 달고 있다. 선언적 어투로 쓰인 이 말을 만약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진집단이 했다면 아마 우리는 매우 거만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MAGNUM” 사진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 없는 보도 사진가들의 집단이 바로 매그넘이다. 매그넘은 좀체로 넘어서기 어려운 중세의 길드 같다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프리메이슨 같은 비밀스러운 입교식을 치르지나 않을까 싶을 만큼 신비로운 매력을 선.. 더보기
철학, 예술을 읽다 - 철학아카데미 지음 / 동녘 / 2006년 철학, 예술을 읽다 - 철학아카데미 지음 / 동녘 / 2006년 『철학, 예술을 읽다』는 시민을 위한 대안 철학학교인 ‘철학아카데미’가 그간 진행해온 예술과 철학이라는 세미나에서 강의된 텍스트를 모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을 위한 강의였던 만큼 개괄적이고, 대중적인 수준의 텍스트란 점이 이 책이 지닌 기본적인 미덕이자 역시 한계라면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철학, 예술을 읽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미학(美學)이란 학문 영역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세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학 자체가 근대의 학문이자 서구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갈 수 있고 또 가야 할 길을 창공의 별이 지도 몫을 하는 시대는 복되도다”란 루카치의 언술에서 말하는 시대가 그리스 고전 시대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더보기
인고 발터 - 마르크 샤갈 마르크 샤갈 ㅣ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1 인고 발터 지음, 최성욱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독일의 유명한 미술전문 출판사 Taschen의 중 한 권인 『마르크 샤갈』의 책날개에는 샤갈의 진면목을 살펴볼 만한 샤갈의 말이 있다. “선한 사람이 나쁜 예술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선하지 않다면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선한 사람이란 말은 나쁜 예술가란 말의 개념만큼이나 모호하지만, 선하지 않다면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은 더욱 모호하다. 어쨌든 우리는 이 말을 통해 샤갈이 생각하는 진정한 예술가란 위대함보다는 선함이란 덕목을 갖춰야 하는 존재란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마르크 샤갈이란 이름에서 우.. 더보기
내 영혼의 음악 - 김정환 지음 | 청년사 | 2001 내 영혼의 음악 - 김정환 지음 | 청년사 | 2001 시인 김정환은 클래식음악 매니아로도 널리 알려진 편이다. 음악을 언어로 풀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음악은 물론 문학이나 미술 모두 감정에너지를 창조의 원천으로 삼는다는 점에선 공통되지만, 음악이 언어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었다면 구태여 바흐나 베토벤이 음악을 만들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을, 그것도 이론이나 음악사가 아니라 감상을 언어의 형태로 풀어내는 일은 어렵다. 단순히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시(詩)에 대해 내리는 모든 정의가 오류의 역사이듯 그 또한 오류를 반복하는 일이 될 게다. 그것이 어려우므로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나서 단순히 몇몇 찬사를 반복하는 것으로 감상평을 매듭짓곤 한다.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거나.. 더보기
말하기의 다른 방법(눈빛시각예술선서 7) -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이희재 옮김 / 눈빛(2004) 말하기의 다른 방법(눈빛시각예술선서 7) -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이희재 옮김 / 눈빛(2004) 존 버거(John Berger)의 화려한 약력, 국내번역본 목록이 증명해주듯 국내에도 그의 독자들이 상당히 많은 듯 싶다. 어제도 그의 애독자 한 사람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글은 그런 점에서는 그 독자 분에게 빚지고 있다. 사실 그 전에도 존 버거의 책을 몇 권 읽어보았으나 느낌만 있을 뿐 뭐라 말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 '입 닥치고 잠이나 자'란 무슨 노래가사처럼 그렇게 있었다. 그 느낌은 지금도 매한가지인데 그냥 갑자기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것도 "말하기의 다른 방법(Another Way of Telling)"으로 여겨졌다. 1926년 런던 태생으로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80세에 .. 더보기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르 클레지오 지음 | 신성림 옮김 | 다빈치(2008)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르 클레지오 지음 | 신성림 옮김 | 다빈치(2008) "이 출발이 기쁜 것이 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 프리다 칼로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에서 "석기 시대의 인간이 동굴의 벽에 그렸던 고라니 동물은 하나의 마법의 도구이다. 이것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무엇보다도 신령들(Geister)에게 바쳐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벤야민의 이 말을 프리다 칼로에게 대입시켜 보면 그녀가 그렸던 스스로의 모습들은 고대 제의(Liturgia)의 주술들에 해당한다. 물론 이 작품들이 누구에게 바쳐진 것인가를 해독하는 건 우스운 일이며, 그 대상을 한정 짓는 행위 자체가 비난 받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그 대상을 .. 더보기
성의 미학 - 진중권, 미와 쿄코 | 세종서적(2005) 성의 미학 - 진중권, 미와 쿄코 | 세종서적(2005) 내가 처음 진중권을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요설스러운 독설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종종 그의 독설이 방향타를 잃었다고 비난 받을 때도(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 자신이 그렇다고 느껴질 때조차) 그에 대해서는 한 수 접어주고 보았다. 그만큼 그(의 글)에 대해 받은 첫인상이 강렬했기 때문인데 나에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준 책은 이 책 "성의 미학"이 나온 세종서적의 다른 책 "춤추는 죽음"1.2권이었다. 예전에 알라딘에 짤막한 서평을 올린 적이 있는데(그 무렵엔 500자던가 리뷰에 제한이 붙어서 길게 쓰질 못했지만, 다시 쓰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춤추는 죽음"이 서양미술에 나타난 타나토스(Thanatos)에 대한 책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개.. 더보기
페로티시즘(Feroticism) - 김영애 | 개마고원(2004) 페로티시즘(Feroticism) - 김영애 | 개마고원(2004) 이 책은 지난 2004년 나오자마자 구한 책이었다.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무렵 소위 예쁜 그림들(에로틱한 그림들)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궁금해 하고 있던 차에 "페로티시즘"이란 제목이 주는 묘한 이끌림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6,000원 다주고 사기엔 아까울 수도 있지만 13,000원 내외로 구입한다면 그렇게 아깝지는 않을 것 같다. 돈으로 책의 값어치를 매길 수는 없겠지만 나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해도 좋을 만큼 나이가 들어버린 아저씨이므로 돈으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 제라늄 화분이 있는 집 어쩌구 떠들어대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해된다. 농을 약간 섞어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제목 "페로티시즘=feminism..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