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골목에서는

-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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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인의 <가난의 골목에서는>이라는 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재삼 시인의 서정성을 좋아합니다. 그분의 시를 읽는 것은 '그럴 연(然)자'를 읽는 기분이 듭니다. 이 시에서는 특히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라는 마지막 부분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저승같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는데 박재삼 선생은 과연 어떤 기분으로 저런 싯구를 옮길 수 있었을까요? 가난의 골목에서 사는 일과 삶은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야 만 얻어질 수 있는 그런 것임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눈에는 '가난한 숨소리'가 골목에서는 달이 빗는 빗질에 바다의 반짝임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박재삼 시인의 서정성이 빛나는 대목은 거짓의 꾸며진 서정이 아니라 항상 우리 삶 주변에서 몸소 체득한 서정이기 때문에 그 빛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