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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김명인 - 앵무새의 혀

앵무새의 혀

- 김명인

앵무새 부리 속에 혓바닥을 보았느냐?
누가 길들이면 따라 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 아닌 말을 단 한 번 하고 싶은
분홍빛 조봇한 작은 혀를 보았느냐?


*

가끔 시를 읽고 나름대로 해석을 하려들거나 이해를 하려고 들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시의 속살을, 그 깊은 속내를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까? 김명인 시인의 이 시를 읽으면서 문득 나 어릴 적의 국어선생님들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나는 유별나게 국어 선생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결국엔 친구 녀석 하나를 꼬드겨 국어선생님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말을 파먹고 산다. 그런데 혹시 아시는지 우리는 한동안 우리말을 우리 국어라고 가르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 시대에는 일본어가 국어였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자신의 말을 국어(國語)라고 표기하는 나라는 단 두 곳. 그것이 일본과 한국임을 아시는지. 국어시간, 국사시간은 없어져야 한다.

그 말들의 어원을 굳이 따지고 들자면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통해 자국민의 통치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의식의 발로였다. 우리가 궁(?)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명칭 변경을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제 국문학은 한국문학이란 이름으로, 국사는 한국사로 그 명칭을 바꾸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 같다. 세계 속에 우리의 위치를 바로 보는 일.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과목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뭐 대수냐고 생각하지 마시길...그렇다면 공자는 뭐 할 일 없어서 '정명론'을 주장했겠는가? 이름이 바로 선다는 것은 만사의 기본이다. 자, 따라해보자.

철수야, 가자.
영이야, 가자.
바둑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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