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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선전예술가 - 아르노 브레커(Arno Breker) 아르노 브레커(Arno Breker, 1900-1991, 독일) 아르노 브레커(Arno Breker) - 플로라(Flora) 아르노 브레커의 조각 라는 작품이다. 그냥 이렇게만 보면 그저 그런 조각들 중 하나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아르노 브레커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나면 그저 심상하게 보일까? 아르노 브레커는 프랑스의 조각가. 아리스티드 마이욜(Aristide Maillol)을 존경했다. 그는 1943년 아리스티드 마이욜의 고향 바닐로스(Banyuls-sur-Mer)를 찾아가 그의 모습을 조각하기도 했다. 만약 이 시기가 독일과 프랑스가 평화로왔던 그런 시대였다면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 조각가의 모습을 조각하는 후배 조작가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남겨진 아리스티드 마이욜.. 더보기
에릭 홉스봄 -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끌리오(2000)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에릭 홉스봄 지음/ 강주헌 옮김/ 끌리오(2000) Photograph: Eamonn McCabe "에릭 홉스 봄"은 현존하는 가장 대표적인 좌파 역사학자다. "학문에는 국적이 없으나 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는 말처럼 때로 학자의 국적 못지 않게 지식인에 대한 이념적 구분, 좌파냐, 우파냐로 구분되는 것은 일정한 지적 편향성을 지녔다는 말과 동등하게 대접되고는 한다. 가령, 사무엘 헌팅턴, 후란시스 후쿠야마, 기 소르망과 같이 그들이 속해 있는 집단 혹은 이념적 편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우 - 이들은 가 특히 사랑하고 석학(?)으로 대접하는 해외 지식인들 - 가 있다. 때에 따라 이런 지식인들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집단(가령 "네오콘"이 자본을 대고 있는)의 연구소에 소속되..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7장. 賢賢易色 子夏曰 賢賢易色. 事父母 能竭其力. 事君 能致其身. 與朋友交 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자하가 말하기를 “어진 이를 어질게 여기길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듯 하고, 부모를 섬기길 온힘이 다하도록 하며, 임금을 섬길 때에는 온몸을 다 바치며, 벗과 사귈 때에는 말에 믿음이 있도록 한다면 비록 배우지 않았다고 말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 할 것이다.” 공자의 제자로 공문10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인 자하(子夏, BC 507~BC 420?)는 중국 위(魏, 山西省)나라 출신으로 본명은 복상(卜商)이다. 특히 시(詩)와 예(禮)에 능하였는데, 공자가 더불어 시를 논할 만하다고 한 일화 “회사후소(繪事後素)”가 있었다. 공자의 사후에는 서하(西河)에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으며 위나라 .. 더보기
조안 글래스콕(Joanne Glasscock)의 "센토(The Centaur)" 조안 글래스콕(Joanne Glasscock)의 "센토(The Centaur)" 조안 글래스콕의 센토를 떠올릴 때, 나는 몇몇 뮤지션들을 덩달아 떠올리게 된다. 가령 레어버드(Rare Bird)의 "Sympathy"와 칼라 보노프(Karla Bonoff)의 "The Water is Wide"와 같은 곡들 말이다. 이런 곡들을 가리켜서 일명 한국인의 All Time Request Song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단지 한 장의 앨범을, 그 중의 한 곡이 외국에서의 평가보다는 국내에서의 높은 평가로 사랑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야말로 한국인들의 민족 정서란 것을 아예 부인하기는 어려운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조안 글래스콕의 센토를 처음 들었던 것은 아마도 초등학생 무렵이었던 듯 싶.. 더보기
이 모든 무수(無數)한 반동(反動)이 좋다 - 계간 『황해문화』, 2007년 봄호(통권 54호) 권두언 이 모든 무수(無數)한 반동(反動)이 좋다* 버드 비숍여사(女史)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歷史)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歷史)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追憶)이 있는 한 인간(人間)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 김수영, 「거대한 뿌리」 중에서 입춘 지나 따뜻한 남쪽에는 철모르는 목련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는 깊은 밤, 문득 일어나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를 읽는다. 시인 김수영(金洙暎, 1921. 11. 27~1968. 6. 16)은 밤새 술을 마시고 깨어나는 아침, 뱃속으로 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는 그 느낌을 사랑했던 시인이었다. 그는 공복상태에서 오는 정신의 맑음, 답답했던 머릿속을 헤집고, 맑은 물.. 더보기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6년의 책 - 월간 <함께사는길>, 2006. 12월(통권162호)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6년의 책 (2005. 10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우리에게 2006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 질문에 답하기 전, 우리는 잠시 20년 전의 오늘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겠다. 1986년은 아시안게임이 있던 해이고, 한동안 “86, 88”은 번영을 이룩해줄 마법의 주문이었다. 그 시대의 우리들은 지금보다 암울했을까? 이 무렵 한국의 노동자들은 주당 52.4시간 노동으로 세계1위를 차지했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미국의 전폭기들은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벵가지를 폭격했고, 소련에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7월에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터졌다. 과거를 기억하는 서로 다른 방식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정치개혁실패가 잇따르면서 권위주의 독.. 더보기
2005년의 책과 사건 5 - 월간 <함께 사는 길>, 2005년 12월호(통권 150호) 1. 이건희와 비정규직 노동자 첫번째는 “이건희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상징되는 노동과 자본 그리고 국가의 위기이다. 이와 관련해 강준만의 『이건희 시대─우리는 정말 이건희를 알고 있는가?』(인물과사상사, 8월)와 최장집 외 여러 학자들이 참여한 『위기의 노동─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후마니타스, 3월)을 놓고 고민한 끝에 『위기의 노동』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노동의 위기,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문제에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접근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선정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저변에 흐르는 감정의 기저는 ‘불안’이다. 나, 가족, 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이 과도하게 강조되어온 사회에서 국가부도위기는 ‘나’라는 개인의 존립과 정체성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이었기에 철부지 .. 더보기
김광규 - 달팽이의 사랑 달팽이의 사랑 - 김광규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짤막한 사랑 담아둘 집 한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 년을 바둥거린 나에게 날 때부터 집을 가진 달팽이의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 * 이제 내년 4월이면 아내와 한집살이, 한몸살이 한 것이 만 4년이 된다. 서로 30여년 가차이 다른 환경, 다른 인생을 살아왔으나 우리는 또 얼마나 가깝고도 먼 사이냐? 시인 김광규는 사랑, 그것도 부부관계, 살림살이, 집을 달팽.. 더보기
장정일 - 충남당진여자 충남당진여자 - 장정일 어디에 갔을까 충남 당진여자 나를 범하고 나를 버린 여자 스물 세 해째 방어한 동정을 빼앗고 매독을 선사한 충남 당진여자 나는 너를 미워해야겠네 발전소 같은 정열로 나를 남자로 만들어 준 그녀를 나는 미워하지 못하겠네 충남 당진여자 나의 소원은 처음 잔 여자와 결혼하는 것 평생 나의 소원은 처음 안은 여자와 평생 동안 사는 것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 처음 입술 비빈 여자와 공들여 아이를 낳고 처음 입술 비빈 여자가 내 팔뚝에 안겨 주는 첫딸 이름을 지어 주는 것 그것이 내 평생 동안의 나의 소원 그러나 너는 달아나 버렸지 나는 질 나쁜 여자예요 택시를 타고 달아나 버렸지 나를 찾지 마세요 노란 택시를 타고 사라져 버렸지 빨개진 눈으로 뒤꽁무늬에 달린 택시 번호라도 외워 둘 걸 그랬.. 더보기
정양 - 토막말 토막말 - 정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면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 * 문학을 아름다운 우리말의 보고(寶庫)이자 보루(堡壘)라고들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자어를 쓰고 있구나). 때때로 나는 문학, 특히 시(詩)를 빙산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것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