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 마음 아픈 낮
마음 아픈 낮 - 파블로 네루다 헤아릴 수 없는 수난과 잿빛 꿈을 가진 창백한 겉옷을 입는다. 틀림없는 수행원. 혼자서 살아가는 쇠의 바람, 배고픔이라는 옷을 입은 하인. 나무 밑의 시원함 속에서, 꽃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전해주는 태양의 정수 속에서, 황금 같은 내 피부에 쾌락이 찾아오면, 호랑이의 발을 가진 산호 유령인 당신, 장례의 시간, 불타는 결합인 당신, 내가 사는 이 땅을 정탐한다, 약간은 떨고 있는 당신의 달빛 槍을 가지고. 그 어느 날이건 텅 빈 정오가 지나가는 창문은 날개에 풍성한 바람을 갖게 되는 법. 광풍은 옷을 부풀리고 꿈은 모자를 부풀리고, 절정에 달한 벌 한 마리 쉬지 않고 타오른다. 그런데, 그 어떤 예기치 못한 발자국이 길을 삐걱대게 할까? 음산한 역의 저 증기는, 해맑은 저..
더보기
오규원 - 한 잎의 女子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의 한 잎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 세상의 모든 시는 기본적으로 연애시이고, 연애시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소위 참여냐, 비참여냐, 순수냐, 참여냐로 나..
더보기
황동규 - 조그만 사랑 노래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도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참, 사랑이란..... 오나가나 애물단지다. 나이와 상관없고, 성별과 상관없고, 국적과 상관없이 사랑은 온천지에 공평하게 번진다. 바이러스처럼... 수많은 변종을 품은 채.... 사랑한다고 혼자서 열번만 되뇌인 뒤 처음 만난 사람을 쳐다보면 사랑에 빠지게 될까?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