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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 애국자가 없는 세상 애국자가 없는 세상 - 권정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출처 : 《녹색평론》 55호, 2000.11-12호 * 예전 어느 팝 가수가 그랬다지요. 서른 넘은 사람의 말은 믿지 말라고요. 요즘 현실을 돌아보면 굳이 나이를 서른으로 올리지.. 더보기
유하 - 자갈밭을 걸으며 자갈밭을 걸으며 - 유하 자갈밭을 걸어간다 삶에 대하여 쉼없이 재잘거리며 내게도 침묵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갈에 비한다면... 무수한 사람들이 나를 밟고 지나갔다 무수하게 야비한 내가 그들을 밞고 지나갔다 증오만큼의 참회, 그리고 새가 아니기에 터럭만큼 가벼워지지 않는 상처 자갈밭을 걸어간다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우리는 서로에게 자갈이 되어주길 원했다 나는 지금, 자갈처럼 단련되려면 아직 멀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난 알고 있다, 저 단단한 자갈밭을 지나고 또 지나도 자갈의 속마음엔 끝내 당도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상처는 어찌할 수 없이, 해가 지는 쪽으로 기울어감 으로 정작 나의 두려움은 사랑의 틈새에서 서서히 돋아날 굳은 살, 바로 그것인지 모른다. * 나, 그대가 익숙해졌.. 더보기
논어(論語)-<학이(學而)편>06장. 行有餘力 則以學文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공자께서 말씀하길 “제자들은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도록 하라. 행실을 삼가하고 믿음이 있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하라. 이를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살다보니 느끼게 되고, 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일류대학 나왔다고 해서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니며, 지혜가 생기는 것도 아니더라는 사실이었다. 만 권의 책을 읽어도 때때로 허망하며, 세상에 대해 한 가지를 알게 되면 열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많이 알아갈수록 고독했다. 사실 이것은 공자의 삶이기도 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고 하였지만 공.. 더보기
조태일 - 국토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창비시선 중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중 하나는 조태일 선생의 "국토"가 아닐까 싶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비닐 커버가 달린, 판권란 밑에 박힌 정가는 500원이었던 그의 시집. 사실 조태일의 시는 지사적 풍모와 선굵은 활동 탓에 오랫동안 남성적인 시세계를 가진 것으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 시인의 시세계와 삶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를 대표하는 연작시로 손꼽히는 "國土"와 "식칼論" 등은 그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좀더 확고한 것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식칼론 2 ―허약한 詩人의 턱 밑에다가 뼉다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 더보기
문화망명자로 살아간다는 것 - 6주년에 즈음하여 문화망명자로 살아간다는 것 - 6주년에 즈음하여 " 생각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에는 사랑으로서만, 신뢰에는 신뢰로서만 교환하게 될 것이다. 예술을 감상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예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싶다면, 당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사랑을 일깨우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면, 곧 당신의 사랑이 사랑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만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에 의해서 당신 자신을 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능한 사랑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 - K. Marx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아마 그 해 여름도 올해만큼 더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당시 “바람구두연방의.. 더보기
기형도 - 정거장에서의 충고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그것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한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된다. 주저앉으면.. 더보기
꽃섬 - 감독 : 송일곤(2001) 꽃섬(2001) 감독 : 송일곤 출연 : - 혜나(김혜나), 유진(임유진), 옥남(서주희) - "슬픔과 희망 사이 그곳엔 신비한 힘이 있다." 라는 카피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 영화 . 단편 영화들로는 이미 유명한 감독인 송일곤의 첫번째 장편 영화이다. 사실 나는 을 보기 전에 몇 차례 송일곤 감독의 영화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명성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단편 영화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허세 같은 것.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영화는 영화로서의 생명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진다는 나의 단견이라면 단견이 그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 속 배우들은 어쩐지 연기를 하는 것 같지 않은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나 역을 맡았던 김혜나는.. 더보기
이와무라 쇼헤이 - 간장 선생 (カンゾ-先生: Dr. Akagi) 간장 선생 Kanzo Sensei, 1998 - 감독 : 이와무라 쇼헤이 - 배우 : 이모토 아키라(간장 선생 아카키) * 소노코 : 아소 구미코 * 우메모토 : 카라 주로 * 토리우미 : 세라 마사노리 * 피터 : 갬블린 자끄 * 토미코 : 마스자카 게이코 먼저 밝혀둘 것은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는 유일하게 이 한 편을 보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이와무라 쇼헤이란 감독에 대해 나는 신뢰할 수 있는 감독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모토 아키라'라는 배우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데 있다.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보다는 오히려 주연배우인 '이모토 아키라'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다. 이코토 아키라는 이 영화말고도 국내에서 소개된 영화로 '으랏차차 .. 더보기
차용구 - 로마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 : 영화로 읽는 서양 중세 이야기 로마 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 - 영화로 읽는 서양 중세 이야기 / 차용구 지음/ 푸른역사/ 2003년 11월 이 책 "로마 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는 중앙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차용구 교수가 일반인들의 중세사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영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제가 '영화로 읽는 서양 중세 이야기'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일지를 상상하는 것은 더욱 쉬워진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연이어 자연과학에 대한 푸대접을 이야기한다. 얼마전 남극 세종기지에 일어난 사고 소식과 뒤이어 알려진 세종기지 연구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기초가 약한 것이 어디 이런 학문 분야 자연과학 분야에 불과할까 싶지만 역시 학문 분야에만.. 더보기
이주헌 - 미술로 보는 20세기 : 학고재신서 19 미술로 보는 20세기 - 학고재신서 19/ 이주헌 지음/ 학고재/ 1999년 - 도상학자 파노프스키가 그랬다던가?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미술 작품을 보라고... 이 책 "미술로 보는 20세기"의 저자 이주헌 선생은 확실히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집필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20세기에 만들어진 미술작품들을 통해 이 100년의 실체를 이해해 보려는 나름의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이 책을 만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역사를 말할 때 간혹 '청사(靑史)'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때 청사라는 것은 아직 종이가 발명되기 전의 시기에 대나무를 다듬어 역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때 기록된 역사는 당연히 문자를 통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파노프스키는 어째서 미술 작품을 보라고 말할까? 그것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