魂이 없는 명품도시엔 시민도 없다 - 2007년 02월 16일자 <경인일보> 魂이 없는 명품도시엔 시민도 없다 '신은 천국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발명했다. 도시는 인간이 만든 천국'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1945년 해방 무렵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12.9%였으나 1990년을 기점으로 80%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증가 추세에 있다. 1949년까지 전체 국민의 82.8%가 농촌에 거주했으나 1990년대부터는 반대로 그 정도 비율의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한다. 이는 달리 말해 오늘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의 대다수는 시민이며, 우리 사회에 가장 일반화된 정주 형태가 도시 속의 삶을 의미한다는 걸 뜻한다. 그러므로 도시에 거주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꿈꾸는 것은 인간이 천국을 꿈꾸는 것 만큼이나 당연하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도시재개발 사업 혹은 .. 더보기 파울 프뢸리히 - 로자 룩셈부르크 생애와 사상 | 책갈피(2000) 로자 룩셈부르크 생애와 사상 | 파울 프뢸리히 지음 | 정민 옮김 | 책갈피(2000) 1919년 1월 15일 밤 9시경. 칼 리프크네히트(Karl Liebknecht)와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는 빌헬름 피이크와 함께 빌메르스돌프의 만 하더이더 거리에 있는 그들의 마지막 피난처에서 린드너 중위가 지휘하는 일단의 군인들과 그 지역 시참사회 첩자였던 메링이라는 하숙집 주인에게 체포되었다. 처음에 그들은 거짓 이름을 대었으나 그들은 이미 리프크네히트의 얼굴을 알아보고 뒤를 밟은 첩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칼은 먼저 시참사회 본부로 끌려갔다가 이웃의 에덴호텔로 옮겨졌고, 잠시 후 로자와 피이크도 군대의 삼엄한 경계 속에 뒤따랐다. 칼이 호텔방으로 끌려들어오자마자 그의 머리통으로 .. 더보기 執中無權 孟子曰 楊子는 取爲我하니 拔一毛而利天下라도 不爲也하니라. 墨子는 兼愛하니 摩頂放踵이라도 利天下인댄 爲之하니라 子莫은 執中하니 執中이 爲近之나 執中無權이 猶執一也니라 所惡執一者는 爲其賊道也니 擧一而廢百也니라.- 『맹자(孟子)』, 진심(盡心)편, 제26장 맹자가 이르기를 “양자는 오로지 나를 위한다는 설을 주장하니 한 오라기의 털을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하더라도 하지 않았다. 묵자는 겸애하였으니 이마를 갈아 발뒤꿈치에 이르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하였다. 자막은 중간을 붙들었으니, 중간을 취하는 것이 바른 길(진리)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 중간만을 붙들고 저울질함이 없으면 오히려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바른 길을 해치기 때문이니.. 더보기 이상은(李商隱) - 무제(無題) 無題 李商隱 相見時難別亦難 東風無力百花殘 春蠶到死絲方盡 蠟燭成灰淚始乾 曉鏡但愁雲鬢改 夜吟應覺月光寒 蓬山此去無多路 靑鳥殷勤爲探看 서로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이별 또한 쉽지 않고 동풍도 힘이 없으니 모든 꽃들도 시들어 버렸네. 봄누에는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실을 다하고 초는 재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이 마른다오. 새벽에 거울을 대하고는 머리칼이 희어짐을 염려하고 밤에 시를 읊고서 달빛이 차가움을 느낀다오. 님 계신 봉래산이 여기서 그리 먼 길이 아니니 파랑새야, 나를 위해 살며시 찾아가 주려무나. * 예전엔 비가 내리는 날이면, 회색 도시의 골목 모퉁이를 돌아 처마 끝에서 빗줄기 피하는 상상을 많이 하였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비오는 날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산사 어귀 잎사귀 커다란 오동나무 어드메쯤 앉아서 빗소.. 더보기 신동엽 - 진달래 산천 진달래 산천 -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 - 점(點) 점(點) - 파블로 네루다 슬픔보다 더 넓은 공간은 없고 피 흘리는 슬픔에 견줄만한 우주는 없다 * 때로 시는 .... 이렇다. 가슴 아프게 가슴 아프지만 가슴을 푹 찌른다. 더보기 문화를 공부하는 이유 - 시대의 책문(策文)에 답하기 위해 문화를 공부하는 이유 - 시대의 책문(策文)에 답하기 위해 제가 어째서 뒤늦다면 뒤늦게 문화라는 공안(公案)을 쥐고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것일까요? 조선 시대 과거 시험의 최종 관문을 일컫는 말이 “책문(策文)”이라고 합니다. 과거 급제의 최종 시험인 책문은 말 그대로 당대의 현안과 고민에 대해 이제 막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 젊은 인재들에게 최고통치자가 직접 정책대안을 제시하라고 묻는 시험을 말합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당대의 고민에 대해 최고통치자가 이제 막 출사표를 던진 젊은 도학자에게 직접 그 정책 대안을 묻고 답하는 것입니다. 이제 과거와 달리 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 시대 지식인들에게 최고 통치자는 시민이라 불리든, 대중이라 불리든 또 어떻게 불리든 다수의 개인이 최고통치자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 더보기 강제욱, 노순택, 이상엽, 임재천 -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청어람미디어(2004)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 강제욱, 노순택, 이상엽, 임재천 지음 | 이미지프레스 기획 | 청어람미디어(2004) 내 소유의 카메라가 생긴 건 지난 1997년의 일이었을 게다. 구입하기 까지 특별한 기억이 없을리 없건만 그런 사실을 구구절절 밝히는 건 재미없는 일이겠다. 그래도 몇 마디 하자면 대개 제법 가격이 나가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꼼꼼하게 물어보거나 따져보는 편인 나이지만 카메라 구입에 관해서만큼은 특별히 누군가에게 문의해본 기억이 없다. 대학 시절 아는 사진과 녀석이 사용하는 카메라를 보고 오래전부터 탐내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 놈은 캐논 EOS-5 였다. 무엇이든 처음의 기억은 오래 가는 법인데, 중간에 기기변경의 유혹을 느끼긴 했지만 가격을 고려해봐도 그렇고.. 더보기 조정 - 안좌등대 안좌 등대 - 조정 걸어서 물 위로 오 리쯤 가는 길에 그가 있다 고집 센 사랑니처럼 별 쓸모도 없는 안도나 휴식이나 평화나 위로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그의 음성을 듣지 않으려면 주전자에 물 끓여놓고 그와 마주 보는 창가에 차까지 한 통 내려놓고 앉지 말아야 하는데 알면서도 빚진 여자처럼 그 앞에 앉는다 그는 빚이 없다 아쉬울 때만 저를 알은체하는 배들을 위해 밤마다 불을 켜고 나팔을 부우우 불어 다 갚았다 * 조정, 이발소 그림처럼, 실천문학, 2007 좋은 시는 가만히 앉아서 천리를 보여준다. 사방이 어둡기만 한 10월의 마지막 밤에 나는 안좌등대 옆에 있다. 그는 지금도 부우우 나팔을 불고 있다. 아쉬울 때만 저를 알은 체 하는 배들을 위해 그는 이 밤도 쉴새없이 눈알을 굴린다. 알고 있는가? 사랑.. 더보기 파울로 프레이리 - 희망의 교육학/ 아침이슬(2002) 희망의 교육학 |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2002 1. 유시민과 단병호 유시민이 면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국회의사당에 등원해 의원 선서를 하려 했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걔중에는 보수화된 의회 권력에 던지는 참신한 반항으로, 다른 한쪽에선 문제의 핵심은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변죽울리기 깜짝 쇼부터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다. 유시민의 도전이 과연 보수화된 의회 권력에 던지는 참신한 반항인지 아니면 그저그런 깜짝쇼로 후세에 평가받게 될지는 결국 국회의원이 된 유시민이 앞으로 어떤 실천, 행보를 보일 것이냐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의 복장이 문제가 된지 1년여가 지나는 시점에서 우리에겐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그것은 43년만에 .. 더보기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