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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미완의 시대에….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 세 번째 편지 -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미완의 시대에…. 오늘 아침 회사에 출근해 보니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 "미완의 시대"가 도착해 있더군요. 아는 어떤 사람에게 떼써서 얻어낸 책입니다. 어제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기자 세 사람, 학자 한 명, 그리고 이 책 "미완의 시대"를 보내준 친구 한 명을 만나서 '히레사께'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 바람구두는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더군요.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는데, 경험적으로 알게 된 진실 가운데 한 가지는 최소한 저란 사람이 저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그리 관대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어떤 유명한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원근법의 마술은 참으로 대단해서 멀리서 보면 훌륭하.. 더보기
빈곤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1. 절대 빈곤과 상대 빈곤에 대한 접근 사회학(직업사회학)자들은 빈곤을 경제적으로 정의할 것인가, 문화적으로 정의할 것인가를 두고 절대 빈곤과 상대 빈곤이라는 지표를 제공한다. 절대 빈곤은 인간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생계형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가정을 말하고, 상대 빈곤은 경제적 결핍만으로 빈곤을 정의한다는 것은 인간의 필요가 동일하다는 가정을 하는 것인데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그 증거로 제시되는 것이 "가장 소득이 적은 가정도 20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1979년에 비해 1994년에 비디오, 중앙 난방, 세탁기, 자동차, 전화, 냉장고의 이용 인구가 80%가 넘는다)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지표이다. 때문에 빈곤은 문화적으로, 또는.. 더보기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삶과 작품세계 - <시네21>. No. 597호 “종군기자란 전쟁의 내장을 세계 인류 눈앞에 드러내보이고, 지구상에서 그것을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캐묻는 것이다.”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고, 로버트 카파에 대한 전기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연배우로는 앤디 가르시아를 기용하고 싶다. 짙은 검은색 머리칼에 선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눈빛, 일자에 가까운 윗입술과 달리 도톰한 아랫입술에 머금은 미소는 보는 시선에 따라 짓궂은 장난기를 숨기거나, 뭔가 교활한 의도를 가장한 듯 보인다. 이것은 로버트 카파의 외면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1913년 10월22일 앙드레 프리드먼(Andre Friedman, 카파의 본명)은 노름과 거짓말을 즐겁게 오가는 재능을 지닌, 가난한 유대인 재단사 데죄 프리드만과 독실한 유대교.. 더보기
이성복 - 세월에 대하여 세월에 대하여 - 이성복 1 석수(石手)의 삶은 돌을 깨뜨리고 채소 장수의 삶은 하루 종일 서 있다 몬티를 닮은 내 친구는 동시상영관(同時上映館)에서 죽치더니 또 어디로 갔는지 세월은 갔고 세월은 갈 것이고 이천 년 되는 해 아침 나는 손자(孫子)를 볼 것이다 그래 가야지 천국(天國)으로 통하는 차(車)들은 바삐 지나가고 가로수는 줄을 잘 맞춘다 저기, 웬 아이가 쥐꼬리를 잡고 빙빙 돌리며 씽긋 웃는다 세월이여, 얼어붙은 날들이여 야근하고 돌아와 환한 날들을 잠자던 누이들이여 2 피로의 물줄기를 타넘다 보면 때로 이마에 뱀딸기꽃이 피어 오르고 그건 대부분 환영(幻影)이었고 때로는 정말 형님이 아들을 낳기도 했다 아버지가 으흐허 웃었다 발가벗은 나무에서 또 몇 개의 열매가 떨어졌다 때로는 얼음 깔린 하늘 .. 더보기
매혹(魅惑; 도깨비 매 / 미혹할 혹)의 재발견 매혹(魅惑)의 매(魅)는 '요괴(妖怪)' 혹은 '도깨비'라 풀이되는 한자입니다. '매'란 중국인들의 전설상으로는 존재했던 가상의 짐승으로 '魅는 사람의 얼굴이지만 짐승의 몸에 네다리를 하고 있는데 사람을 잘 호린다.'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우리가 흔히 백년 묵은 여우, 구미호 같은 것을 지칭할 때 쓰는 한자어가 이른바 매호(魅狐)인데, 이와같이 매'魅'란 본래 노물(老物), 즉 오래된 것의 정령(精靈)을 말합니다. 가끔 외국의 판타지물에 현혹된 이들이 외국의 정령들 이름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에 정통해 있거나 그것을 홈페이지의 주요 컨텐츠로 삼은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그에 비해서 동양의 판타지적인 컨텐츠들 역시 양이나 질이란 점에서 결코 꿀리지 않는데 아쉬움이 좀 있군요. 이 도깨비 매자가 들어가는 말.. 더보기
뱅크시 - 뱅크시 월 앤 피스(BANKSY Wall and Piece)/ 위즈덤피플(2009) 표정 없는 거리에 인간의 얼굴을 돌려주는 그래피티 테러리스트 - 뱅크시(Banksy) 뱅크시를 가리키는 말은 제법 많다. 내가 알기로 1974년 생이라고 들었는데,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서(은둔형이다) 일명 '얼굴 없는 아티스트'라고도 부른다. 그(녀)가 주로 작업하는 공간은 아웃도어다. 다시 말해 '낙서화가(Graffiti Artist)'란 것이다. 그러나 뱅크시의 의미나 명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사건은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근엄한 예술공간인 '대영박물관, 런던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뉴욕 현대예술박물관' 등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도둑전시'했던 해프닝들 덕분이었다. 대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은 파르테논 신전을 모사한 것처럼 굵직한 기둥.. 더보기
문인수 - 바다책, 다시 채석강 바다책, 다시 채석강 - 문인수 민박집 바람벽에 기대앉아 잠 오지 않는다. 밤바다 파도 소리가 자꾸 등 떠밀기 때문이다. 무너진 힘으로 이는 파도 소리는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아 너라는 책, 깜깜한 갈기의 이 무진장한 그리움. * 종종 사람을 책으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란 책을 모조리 읽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송두리째 읽고, 외워버리리라. 당신을 책 읽듯, 공부하듯 열심히 읽어내면 당신의 사랑도 얻게 되리라 여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당신은 또 기나긴 글을 이어가십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머나먼 페이지 너머로 파도치듯 끝나지 않을 긴 이야기를 매정하게 잘도 쓰고 있습니다. 더보기
천상병 - 내가 좋아하는 여자 내가 좋아하는 여자 - 천상병 내가 좋아하는 여자의 으뜸은 물론이지만 아내이외일 수는 없습니다. 오십 둘이나 된 아내와 육십살 먹은 남편이니 거의 무능력자이지만 그래도 말입니다. 이 시 쓰는 시간은 89년 5월 4일 오후 다섯시 무렵이지만요. 이, 삼일 전날 밤에는 뭉클 뭉클 어떻게 요동을 치는지 옆방의 아내를 고함 지르며 불렀으나, 한참 불러도 아내는 쿨쿨 잠자는 모양으로 장모님의 "시끄럽다, 잠 좀 자자"라는 말씀 때문에 금시 또 미꾸라지가 되는 걸 필자는 어쩌지 못했어요. * 천상 시인, 천상 병자, 천상 병신.... 궁상맞기로 둘째 가라면 설운 시인. 천상병의 이름 석자 중에서 '천상'을 따서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천상병을 연상하면서 이 병신 같은 독자(혹은 '~들은')는 무.. 더보기
일기... 중1 때부터 일기를 썼었다. 고2 때까지... 그 뒤로 한동안 일기를 멈췄고 를 열면서 사람들에게 댓글을 달거나 내 글을 쓰며 그걸 일기로 대신했던 거 같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시 읽는 것으로 일기를 대신했던 듯 싶기도... 새로운 시를 읽지 않은 요즘은 일기 대신 트위터 수다로 푸나보다. 못 써요. 그러면.... ^^ 더보기
한미FTA, 그만두기 바라노라 - 2007년 03월 16일자 <경인일보> 한미FTA, 그만두기 바라노라 올 들어 한 달에 한 번꼴로 칼럼 쓰는 날이 다가오면 어떤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지 여러 생각들이 난마(亂麻)처럼 갑자기 밀려든다. 몇 가지만 나열해보면 작년 한 해 뜨거웠던 인터넷 UCC 돌풍이 있었고, 창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들이 만든 동영상과 블로그 등 사이버 공간의 저작권 문제가 있다. 최고의 IT강국을 자부하지만 정작 지적재산권 문제 앞에만 서면 오금이 조여드는 대한민국이다. 지적재산권 문제만 하더라도 FTA를 비껴갈 수 없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찬송가나 소책자는 물론 교회 홈페이지의 배경화면, 선교 동영상도 FTA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미국의 기독교 음악저작권업체인 기독저작권협회(CCLI)가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