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인치의 유혹, 담배 - 골초가 골초들에게 보내는 금연메시지 71
코너 굿맨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1월



이 책의 부제는 "골초가 골초들에게 보내는 금연메시지 71"인데 그보다는 "담배에 대한 71가지 질문과 답변"이라고 다는 편이 나았을 법하단 생각이다. 마치 "스무 고개"를 통해 하나의 사물에 접근해가는 우리네 문답놀이처럼 아일랜드 출신의 저널리스트 코너 굿맨은 담배에 대한 71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담배의 해악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책의 분량 자체도 많지 않고, 활자도 큼지막한 데다가 판형도 작아 전형적인 핸드북 스타일이다. 이 책의 장점은 아마도 금연을 결심한 이가 흡연의 유혹에 시달릴 때마다 급하게 책의 어느 부분이라도 펼쳐 읽으며 흡연의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자는 취지인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취지가 성공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것은 이 책의 저자인 코너 굿맨조차 여전히 골초라는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흡연자로서 나는 왜 흡연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를 말하는 변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1,2장은 흡연자들의 성향 문제부터 시작해서 금연제로 시판되고 있는 물품들을 두루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아일랜드 출신 아니랄까봐 이 책의 저자는 최고의 독설가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와 버나드 쇼(Bernard George Shaw)의 독설을 흉내낸다.

물론 핵심적인 내용은 담배를 끊으라는 말이긴 하지만, 마치 금연을 결심했지만 흡연의 유혹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용용 죽겠지"하며 놀리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당신이 금연을 결심하면 그 순간부터 당신은 성격이 파탄난 사람처럼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들을 엄청난 괴로움 속에 스스로를 빠뜨리게 된다는 투이다. 그런 괴로움을 피하고자 저타르, 저니코틴 담배를 선택한다면? 그런다고 당신의 흡연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 고건 몰랐지 하며 다시 이죽대기 시작한다. 저타르 담배, 즉 라이트 담배는 흡연량을 늘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니코틴과 타르 흡입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란다. 그는 줄곧 이런 투이고, 그것이 현실적인 금연 욕구 유발엔 별도움이 안 되겠지만 이 책이 재미임에는 틀림없다.

1,2장이 그런 글이라면 3장과 4장 흡연자들이 현실적으로 금연을 결심하려 드는 이유 두 가지를 말한다. 그 중 하나는 당연히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이야기이다. 그에 따르면 하루 한갑 흡연의 위험도는 6.9로 러시안 룰렛 한게임 7.2보다 약간 덜 위험하고 보험 가입도 어려운 암벽등반 1회의 위험도인 4.2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아마 언젠가는 보험회사가 흡연자들을 상대로는 보험가입을 회피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간접 흡연의 위험으로 인해 점점 더 흡연자들이 사회의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는 현실이다. 그는 두어 세대만 지나고 나면 흡연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떤다. 과연? 그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담배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추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현실 상황 때문이다.

5장과 6장에 이르면 그 정체가 등장한다. 담배 권하는 회사들 즉, 빅 토바코들이다. "필립 모리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알 제이 레이놀즈, 재팬 토바코 인터내셔널" 등이 그들이다. 잘 알려진 바대로 담배의 원산지는 신대륙 그중에서도 미국이다. 미국의 인디언들이 친구를 환영하는 뜻에서 권한 담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담배는 미국 최대의 흥행 상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저자는 주로 이런 담배회사들의 마케팅 전략과 은밀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드는 광고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던진다. 흡연은 세련된 성인의 습관이자 여성에게는 커리어 우먼의 자부심을 선사한다. 이건 남성을 남성답게, 여성을 여성답게 한다는 담배회사들의 광고 전략이기도 하다.

코너 굿맨의 실질적인 이야기는 1장에서 10장까지이고, 뒤이어 11장과 부록은 담배라는 사물의 여러 모습들과 흡연가들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앞서 결론삼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이 책에서 지적하고 싶어 하는 흡연의 최대 원흉은 흡연자들 자신은 아니다. 저자는 주로 다국적 석유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세계 담배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빅 토바코를 그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3.3인치에 불과한 담배 한 개비에 무려 600여종의 화학 물질을 담고 있으며, 흡연자들을 흡연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온갖 장치들을 담는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 제1의 담배회사가 빅 토바코들 가운데 하나일까? 물론 전체 시장 점유율만 놓고 따지자면 "빅 토바코"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일회사로 가장 규모가 크고, 시장점유율도 가장 높은 회사는 사실 이들 빅토바코가 아니라 중국국영담배회사라는 사실이다. 세계 제일의 담배회사가 중국국영담배회사로 전세계 담배 시장 점유율의 32.7%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가 흡연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근대 이후 국가는 성매매와 담배를 함께 조장해왔음을 알 수 있는데(이 이야기는 차차 하도록 하겠다), 담배가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국가전매 상품이었으며, 국가가 군대를 통해 실제로 흡연을 권장해 온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즉, 역사적으로도 흡연의 위험은 담배회사만의 책임이 아니란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국가는 담뱃값을 올리네 어쩌네 하며 호들갑을 떤다. 이 책에는 그런 사실들은 빠져 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 담배와 관련해 앞으로 네 권의 책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 방면의 입문서 격인 코너 굿맨의 『3.3인치의 유혹』은 이번 편에 올리고, 좀더 심도 있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타라 파커-포프의 『담배, 돈을 태워라』에 이어, 담배의 문명사라할 수 있는 이언 게이틀리의 『담배와 문명』 그리고 최근 길거리 흡연여성 폭행사건으로 주목받기도 한 서명숙의 『흡연여성잔혹사』가 그것이다. 담배에 관한 책들 가운데 내 나름대로 선정한 재미있고 유익한 읽어볼 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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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구두 windshoes